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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허도환, 포수 마스크로 얻은 희생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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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허도환, 포수 마스크로 얻은 희생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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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안방마님.’ 포수를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명사다. 안방에 거처하며 가사의 대권을 누리는 양반집의 마님을 가리킨다. 사실 연결에는 적잖게 무리가 따른다. 임무가 양반보다 머슴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안방으로 불리는 홈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이곳을 지키는 포수는 글러브만 착용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프로텍터, 헬멧, 마스크, 렉가드(무릎보호대) 등으로 몸을 보호한다. 매일같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굳은 일을 해내야 한다. 이 같은 어려움에 최근 아마추어 선수들은 마스크 착용을 기피한다. 중요성을 알면서도 굳이 나서려 들지 않는다. 어느덧 비인기 포지션으로 굳어버렸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통념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야구인생의 희망으로 여겨진다. 허도환이 대표적이다. 두산의 방출 통보에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그는 ‘포수 기근’에 시달리는 틈새시장을 통해 부활의 날개를 퍼덕였다. 신고 선수로 입단한 넥센에서 1년 만에 주전 포수 마스크를 꿰차며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높은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허도환은 28일까지 올스타 팬 투표에서 59만 4768표를 획득, 웨스턴리그(KIA·LG·한화·넥센) 포수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포지션에서 그보다 많은 득표를 얻은 건 류현진(한화), 강정호(넥센), 강민호, 박종윤, 전준우(이상 롯데)뿐이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그라운드에서 쫓겨나 전전긍긍했던 허도환은 어떻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그와의 장시간 대화를 통해 지난 노력의 흔적들을 세세하게 되짚어봤다. 또 그가 생각하는 포수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함께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허도환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지난 19일 1군 선수단에 복귀했다. 22일 만이었다.

허도환(이하 허) 기회를 주신 김시진 감독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어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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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2군에서 주로 어떻게 지냈나.
1년여 만에 내려간 강진이었다. 다시 부름을 받는 길은 연습밖에 없을 것 같았다. 가장 신경을 기울인 건 수비였다. 특히 효과적인 도루 저지를 위해 포구에서 송구까지의 과정을 간결하게 하려고 애썼다. 많은 땀을 흘린 만큼 수비에서 빛을 발휘하고 싶다.

스투 한 달 가까이를 2군에서 보냈지만 올 시즌 최다 출전 기록(2011년 79경기)을 갈아치울 분위기다.

더 지켜볼 일이다. 팀 내 입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같은 자세에서 배우려고 노력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스투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신경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이었나.

수비 연습을 비교적 많이 했다. 가장 공을 기울인 건 블로킹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투수가 실점 위기에서도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도록 여러 차례에 걸쳐 바운드 볼을 캐치했다. 글러브에서 재빨리 공을 꺼내 송구하는 동작이나 주자 태그 등에서의 효과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도 따로 연구를 병행했다. 훈련을 많이 해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포수들에 비해 적게 소화한 건 아니지만 아직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스투 타격은 어떠한가.

열심히 노력했는데 1군에서 그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다.

스투 타구의 질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이 많은데.

지난 시즌은 공을 보고 때리기 급급했다.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타석에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안타가 나오지 않다보니 다시 조급해졌다. 타수가 적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솔직히 내 자신에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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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나.

지난 시즌 바깥 쪽 공을 대체로 잘 밀어 쳤지만 몸 쪽 공에 적잖게 약점을 노출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올 시즌 역효과로 이어졌다. 홈플레이트에서 조금 더 떨어져 타격 위치를 잡은 까닭에 당겨 치는 타격을 자주 하게 됐다. 내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셈이다. 경기를 복기하며 차근차근 보완하고 있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어제보다 내일이니까.

스투 아마추어 시절에는 몸 쪽 공도 잘 공략하지 않았나.

밀어치는 유형의 타자는 분명 아니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소화하며 공백을 가진 뒤부터 몸 쪽 공에 배트가 잘 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스투 그래도 지난 3년여의 공백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주전 포수 마스크를 꿰찼다.

솔직히 만족스럽진 않다. 공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무섭더라. 지난 시즌 타석에서 배트가 마음먹은 대로 나오지 않았다.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에도 적잖게 애를 먹었다. 상대 선수단 관계자로부터 내 약점이 몸 쪽 공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몸 쪽 공 대처에 집착했던 이유다.

스투 지난 시즌 2개였던 몸에 맞는 공이 올 시즌 4개로 늘어났다.

몸 쪽으로 공이 날아와도 웬만해선 피하지 않는다. 더 던져보라는 식으로 버틴다. 뼈만 부러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타석을 밟는다. 그래야만 투수와의 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여긴다. 내가 몸을 돌려 공을 피하면 투수는 또 한 번 같은 방향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피하지 않고 버티면 출루는 물론 투수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깨뜨릴 수 있다. 팀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희생인 셈이다.

스투 블로킹, 몸에 맞는 볼 등으로 인해 몸이 멍투성이다.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되겠나. 내 희생이 팀에 보탬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스투 현재 멍이 든 부위가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나.

허벅지, 등, 무릎에 하나씩 있다. 그래도 파울팁 타구에 맞아 생긴 허벅지의 멍은 많이 가라앉았다. 아이싱에 손으로 마구 주물러대도 소용이 없었는데 역시 최고의 약은 기다림이더라(웃음). 지난 시즌에는 한 경기에서 멍이 네 군데 생긴 적도 있다. 특히 팔꿈치 바로 윗부분에 생긴 멍은 너무 검붉어서 한동안 반팔티셔츠를 입고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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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몸에 생긴 멍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플 것 같다.

가끔씩 샤워를 하며 거울을 통해 지쳐있는 내 모습을 확인한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웃음). 억울해도 소용없다. 나처럼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하는 입장에선 웃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스투 언제부터 그렇게 독한 마음을 품고 야구를 했나.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신체조건이 남들보다 불리하다보니 두 배 더 움직이고 두 배 더 땀을 흘려야 했다.

스투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사나이였나.

그런 건 아니다. 서울고 재학 시절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백 번쯤 했다. 실제로 야구부 탈퇴를 선언한 적도 있었고.

스투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당시 안병환, 양종성 등 코칭스태프는 야구를 참 가르쳐줬다. 그런데 그 훈련은 무척이나 혹독했다. 선수들을 한겨울 남해 상주해수욕장에 가둬놓고 다양한 연습을 시켰다. 아침이면 인근 금산을 한 시간 만에 주파하게 했고 해가 중천에 뜨면 반바지만을 입힌 채 연거푸 모래사장을 뛰게 했다. 그 세부 내용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100m와 70m를 각각 50번씩 뛰었고 마무리로 50m를 80번 질주했다. 야구 기술 연습을 마친 뒤에도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새벽 1시, 바닷물에 입수해 극기 훈련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동료들과 바닷가 너머 보이는 섬으로 도망가자며 신세를 한탄했다. 현재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는 (배)힘찬이 형과 (이)보근이가 당시 고생을 함께했던 전우들이다.

스투 혹독했던 훈련이 야구인생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도움은 되었지만 다시 떠올리고 싶진 않다(웃음). 현재 배우로 활동하는 후배 (이)성덕(가명 이태성)이는 훈련을 받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원인이 급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뒤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공을 참 잘 던지는 투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안산공고로 전학을 갔더라.

스투 야구부 탈퇴를 선언한 것도 그때쯤이었나.

그렇다. 힘들어하는 자식의 모습에 부모님이 직접 학교를 찾아와 코칭스태프에게 야구부 탈퇴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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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런데 어떻게 야구를 계속하게 됐나.

코칭스태프의 만류에 얼어있던 부모님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일 년만 더 고생하자는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글러브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왕 할 거면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후 모든 생활의 초점을 야구에 맞췄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한 번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스투 우여곡절 끝에 2007년 두산에 입단했는데.

당시 김경문 감독은 무척 잘해줬다. 지금도 내 얼굴을 보면 반갑게 맞아준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웃음). 늘 열심히 하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포수진에 구멍이 생기면 많이 불러주시기도 했고. 파이팅이 넘치는 타입의 포수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스투 하지만 그해 1군 출전 기회는 단 한 번에 그쳤다.

1군을 두 차례 경험했는데 첫 번째는 그해 4월 있었다. (홍)성흔(롯데)이 형이 허리 통증을 호소해 1군 선수단으로 이동했는데 이내 괜찮다는 의사를 밝혀 1군 명단에 등록되진 못했다. 호텔 식사만 세 번 먹고 돌아왔다. 두 번째는 최희섭의 국내 무대 데뷔전이 있던 5월 19일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스투 부상을 크게 당했나.

바로 전날 1군에 합류해 김태형 코치와 캐치볼을 했는데 일직선으로 공을 던지던 도중 팔꿈치에 부상을 입었다. ‘뚝’ 소리가 들린 뒤부터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는데 옷을 갈아입으며 확인해보니 크게 부어있었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걱정에 바로 긴팔티셔츠로 팔꿈치 부위를 가렸다. 그런데 다음날에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스투 통증의 원인이 무엇이었나.

구단에 요청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받았는데 팔꿈치 인대가 거의 다 끊어져 있었다. 선수로 뛸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두산에서 방출당한 건 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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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당시 심정이 무척 참담했겠다.

마치 영화 ‘퍼펙트게임(2011년)’에 등장하는 만년 후보 포수 박만수로 전락한 된 듯했다. 야구를 계속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스투 자비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뒤 바로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해결했다. 그라운드 복귀를 노렸기 때문이었나.

처음에는 그랬지만 일 년여 뒤 스스로 꿈을 내려놓았다. 팔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재활마저 제대로 받지 못해 복귀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시 도전장을 내민 건 그간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제대 1년여를 남기고 다시 글러브를 집어 들었다. 그게 불과 2010년 2월의 일이다.

스투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지쳐있던 내게 부모님이 용기를 줬다. 함께 야구를 했던 형도 계속 응원을 해줬고. 모두 그간 쌓은 공든 탑이 부상 하나로 붕괴되는 것을 보기 싫어했다. 한 번 더 도전해도 늦지 않다며 포기를 선언한 나를 끊임없이 종용했다. 겨우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생각처럼 도전은 쉽지 않았다. 원래 프로구단 입단이라는 문이 좁지 않은가. 700여 명이 학교를 졸업하면 30명가량만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그런데 나처럼 한 번 실패를 맛본 선수라면 보이지 않는 장벽을 함께 넘어야 했다.

스투 테스트 기회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건가.

그렇다. 남들은 지인들을 통해 따로 테스트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었다. 뒷말이 나올 것 같아 정당한 경로를 통해 능력을 평가받으려 했다. 그런데 26살이라는 적잖은 나이가 늘 걸림돌로 작용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테스트 기회조차 주지 않더라.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나이도 많은 선수가 무슨 일이야”, “야구를 다시 한다고?” 등의 비꼬는 말로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도전을 그만두려 마음먹을 때쯤 겨우 문을 열어준 구단이 넥센이었다.

스투 절박한 심정으로 테스트에 임했겠다.

물론이다. 김시진 감독이 아시안게임으로 자리를 비운 2010년 11월 마무리훈련 때 목동구장을 찾았는데 모여 있던 코치들이 기다렸다는 듯 플레이를 요구했다. 순간 ‘여기서 떨어지면 야구와는 끝이겠누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한 각오로 뛰었던 것이 합격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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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했나.

솔직히 처음에는 담담했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유니폼을 건네받으니 반갑더라. 강진으로 내려가 단체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즐거운 마음을 가지게 됐다.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더라. 열심히 하는 것보다 후회 없이 즐기려고 했던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야구는 주야장천 매달린다고 잘 하게 되는 운동은 아니니까.

스투 입단한지 1년도 안된 지난해 6월 1일 1군 명단에 등록됐다.

운이 좋았다. 주전포수였던 강귀태, 허준(NC) 선배의 부상으로 생각보다 일찍 1군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목동구장을 찾은 까닭인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목동구장은 이수중 재학 시절 홈런을 터뜨렸던 곳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시 힘이 지금보다 더 나았던 것 같다. 그때는 수비보다 배트가 더 매력적인 선수였다(웃음).

스투 투수진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대화를 많이 한다. 특히 어린 투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애쓴다. 강윤구나 문성현은 모두 리그에서 손꼽힐 만큼의 좋은 공을 던진다. 이들은 안정된 제구만 더 해진다면 충분히 최고의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그래서 늘 마음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채찍 대신 당근을 건네 스스로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사기를 끌어올려준다.

스투 베테랑 투수에게는 어떻게 하나.

어떤 공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 정도만 해준다. 경험 많은 투수들은 그 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자신들의 페이스를 되찾는다.

스투 올 시즌 함께 호흡을 맞추는 브랜든 나이트의 선전(7승2패 평균자책점 2.15)이 돋보이는데.

예상했던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몸이 많이 좋아졌다.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을 정도다. 공을 받아보면 구위도 시즌 초반 선보인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믿음직한 에이스로 활약할 것 같다. 보이지 않게 노력을 많이 한다. 상대팀의 분석을 역이용할 정도로 매우 노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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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아직까지 1승(4패)밖에 챙기지 못한 강윤구는 어떠한가.

볼이 너무 많다. 실투도 적잖게 허용하고. 홈런으로 실점을 몇 차례 내줬는데 전력으로 던졌다면 나올 수 없는 일이었다. 국내 윤구만큼 좋은 공을 가진 투수는 없다고 본다. 마음에 안정을 가져오는 계기만 접한다면 충분히 최고의 투수로 성장할 것이다. 이는 (문)성현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맞혀 잡는’ 투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격적으로 스타일을 바꾼다면 충분히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스투 투수들과 볼 배합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가.

그렇다. 투수의 의도를 경청한 뒤 내 의견을 이야기해 조율한다. 이 점에서 (손)승락이 형에게 많은 걸 배운다.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영업 비밀이다(웃음).

스투 김병현과의 궁합도 꽤 좋아 보인다. 벌써 2승을 합작했다.

야구장 밖에서 함께 밥도 먹고 대화를 많이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편해졌다. 그런 관계가 서로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다. 구위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제구도 점점 잡혀가고. 병현이 형의 공을 받을 때마다 짜릿함을 느낀다.

스투 무엇보다 투수와의 대화에 가장 신경을 쏟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포수 마스크를 벗기 전까진 그렇게 해야 한다.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포수는 배트를 잘 휘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와의 궁합이 엉망이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투수들에게 눈도장을 받아야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 믿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야만 좋은 호흡도 발휘가 가능하다고 본다.

스투 어린 투수들에게 채찍 대신 당근을 건네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보자. (한)현희는 마음 여리고 착한 후배다. 하지만 계속 혼을 낸다면 삐뚤어질 수 있다. 쉽게 반감을 가질만한 나이인 까닭이다. 그래서 조언을 해줄 때도 늘 신중하게 다가가려 애쓴다. 가령 부진했던 지난 경기의 영상을 함께 돌려보면 칭찬과 조언을 섞어 해준다. ‘너는 A도 좋고 B도 좋고 C도 좋아. D만 있었으면 좋겠어’와 같은 방식이다.

스투 이전에도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나.

사이가 좋은 투수들과만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선 안 되겠더라. 내가 인상을 한 번 찌푸리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다. 많은 동료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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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너무 많은 대화 시도는 한편으로 남들에게 가볍게 보이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택근이 형이 그러더라. “다른 포수들은 차분하고 진득한데 너에게선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마냥 웃기만 하면 아무도 나를 믿을 수 없다는 말에 조금씩 내 자신을 뜯어고치고 있다. 택근이 형의 조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웃음에 상대 팀 선수가 기분을 상할 수도 있으니까. 경기 도중 쓸데없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너무 쉬운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 역시 내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을 것 같다.

스투 이택근 외에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을 해주는 선배를 한 명 더 꼽는다면.

단연 (손)승락이 형이다. 선수생활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만한 점들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기회가 된다면 배려에 꼭 보답하고 싶다.

스투 다소 가벼운 이미지의 근원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있나.

물론이다. 나는 남들과 달리 신고 선수를 통해 유니폼을 건네받았다. 아무래도 그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한 것 같다. 큰 소리를 내고 싶어도 나이만 많은 선배라는 인상으로 굳어져 후배들과 멀어지게 될 것 같아 꾹꾹 참았다. 정식으로 입단한 선수들보다 한 단계 밑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남들이 50%를 가진 반면 나는 10%도 없다고 여겼다. 아마 (서)건창이는 내 기분을 잘 알 것이다. 시즌 초 더그아웃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불현 듯 이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최근의 건창이는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투 경기 도중 플레이로 이미지가 가벼워지기도 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스투 4월 24일 잠실 LG전 4회 2사 2루에서 2루타를 친 뒤 3루를 노리다 다리 힘이 풀려 넘어지며 아웃을 당했다.

다리 힘이 풀렸던 건 아니다. 그랬다면 9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했을 거다(웃음). 근육이 뭉쳐 넘어진 건데 내가 봐도 웃기긴 했다.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에게 바로 몸 상태를 점검받았는데 “그래도 끝까지 뛰었잖아”라며 격려해줬다. 더 이상의 변명은 하지 않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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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일단 부딪히고 보는 성격에 가까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투수에게 사인을 낼 때 데이터 등은 참고만 한다. 거의 즉흥적으로 계산하는 편이다. 물론 나만의 방법 정도는 따로 가지고 있다.

스투 지난 시즌에 비해 팀 내 입지가 확실히 높아졌다.

부진하면 2군으로 내려가야 하는 형편은 그대로다. 심적으로 조금 편해진 부분은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1군에서 이제 막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을 뿐이다. 물론 코칭스태프에서 내 스타일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인 일이다.

스투 급속도로 기량이 성장한 비결이 있다면.

(강)귀태 형으로부터 노하우를 많이 전수받았다. 평소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포수로서 나눌 수 있는 교류도 많이 하는 편이고. 내가 생각지 못한 다른 방법을 제시해 줄 때가 많은데 그렇게 의견을 나누며 가장 좋은 볼 배합, 투수 관리법 등을 익혀나간다.

스투 롤 모델이 따로 있다면.

김동수 배터리코치다. 목표이자 꿈이다. 통산 2039경기로 2000경기 이상 출전했고 2할6푼3리의 타율에 홈런을 202개나 쳐냈다. 무엇보다 부러운 건 팀을 우승으로 많이 이끌었다는 점이다. 김동수 코치처럼 부상 없이 오래 뛰고 싶다.

스투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따로 설정한 목표가 있나.

투수들로부터 받는 신뢰를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 오랜 경기 경험만이 노련한 포수로 거듭날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수비보다 공격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려면 타율 2할5푼 이상을 때려야 한다. 포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스투 팀 훈련, 체력 관리, 장비 손질, 상대 팀 분석에 투수진과의 대화까지 도통 쉴 틈이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런 것 같다(웃음). 포수가 무척 바쁜 자리라는 걸 지난 시즌 처음 느꼈다. 두산에서 뛸 때는 가끔씩 낮잠도 자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등 꽤 여유로운 시간을 누렸다. 넥센은 다르다. 팀 훈련을 소화하고 비디오를 분석하면 금세 플레이 볼 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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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경기 뒤 휴식은 제대로 누리나.

넥센 입단과 동시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매번 늦은 귀가로 적잖게 피해를 드리는 것 같아 (오)재영이와 함께 집을 알아보고 있다. 몇 명과 같이 살 게 될 진 모르겠다. (오)재일이가 다 된 밥상에 자꾸 숟가락만 얹으려고 한다(웃음).

스투 부모님이 신고 선수를 거쳐 1군 무대를 누비는 아들을 무척 대견하게 여길 것 같다.

경기가 끝나면 늘 문자를 통해 몸 상태를 물으신다. 힘든 점은 웬만해선 숨긴다. 경기 집중에 방해가 될까 싶어 일부러 야구장을 찾아오시지 않는 부모님에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 좋은 성적으로 꼭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

스투 궁극적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다.

미래 넥센이 우승을 일굴 때 팬들로부터 “허도환이 있어서 가능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현재 전력으로도 우승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단이 그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단련하고 채찍질하겠다.

스투 야구선수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우승인가.

그렇다. 우승 한 번 거두지 못한 채 포수 마스크를 벗고 싶진 않다. 단국대 시절 (오)승환이(삼성) 형의 호투 덕에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는데 프로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다. 올 시즌이 절호의 찬스다. 우승을 위해 그라운드에 모든 걸 던지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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