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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27] 대한민국 생태학 연구 '위기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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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말, 끝이 보인다 '불려라' 정치

최근 정부부처들이 슬그머니 공무원수를 늘리고 있다. 정권 말 장악력이 떨어지는 틈을 타 몸집 불리기를 해오던 정부의 관행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양상이다.

27일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선 국토해양부을 비롯해 3개 부처가 올린 105명의 인력 증원안이 통과됐다. 국토해양부 52명과 행정안전부 44명, 여성가족부 9명 등이 증원되는 내용이다.
각 부처마다 증원 이유는 있다. 국토부는 제주공항에 새로 만든 관제시설 운영 업무를 맡을 직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행안부는 오는 9월 입주하는 대구정부종합청사 관리 직원과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제도 도입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충원 등을,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유해매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업무 인력 보강 등의 이유다.

공무원 증원은 다른 부처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달 국무회의에서도 경찰청 120명과 법무부 9명, 병무청 9명, 기상청 9명 등 147명을 늘리는 조직개편안이 의결됐다. 해양경찰청은 전투경찰순경 감축 계획에 따라 불필요해진 인력 146명을 감축하게 되자, 훈련함 장비 운영에 필요하다며 146명을 그대로 증원했다.

특히 '공무원 자리 늘리기'는 힘 있는 부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돈 줄'을 쥐고 있는 재정부의 경우 올 초 장기전략국을 신설하고 임시조직이던 협동조합기획단을 정식 조직으로 편입했다. 지식경제부도 중견기업국과 소프트웨어융합국을 신설했다. 공무원 조직을 관리하는 행안부는 이번에 임시조직인 행정정보 이용센터를 정식 조직으로 만들었다. 센터장인 고위공무원과 5급 이상 자리가 대폭 늘어나는 전형적인 몸집 키우기 조직개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7년 말 전체 공무원수는 60만7700여명이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08년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정부부처 통폐합과 함께 공무원 3000명을 감축하는 등 지난 4년간 8500여명을 줄였다. 하지만 매년 2000명씩 늘어난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말기 공무원수를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해 필요없는 자리는 줄이고 필요한 자리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무원 자리 늘리기가 정권 말이면 반복되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에는 6개월간 1000여명이 공무원이 증원돼 비난을 샀다. 임도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권말 공무원 자리 늘리기는 생존 본능"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서 조직개편을 할 때 자리가 많으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무원은 한번 채용하게 되면 정년 때까지 인건비가 계속 들어간다. 국민의 세금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정부가 차기 정부에서 단행될 조직개편 등에 대비한 불필요한 인력 증원을 비난하는 이유다. 임 교수는 "불필요한 인력을 증원할 경우 예산 낭비는 물론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라며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이런 낭비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앞이 안보인다 '줄여라' 경영

하반기 출발점에 선 국내 산업계에 여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주요 기업 대표가 잇따라 위기를 언급하며 임직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당부하는 것은 물론 판공비 등의 예산을 감축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기업도 많아졌다. 그야말로 비장한 긴장감 속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모드로 속속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통상 긴장감을 풀어줬던 예년과는 확실히 대비된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속 임원 상당수는 올 여름 휴가를 포기했다. 이달 초 권오현 부회장 체제로 바뀐 후 전사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까닭이다. 임직원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마케팅 회의를 열고 경영목표 및 마케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역시 내수시장 침체와 수입차 업계의 공세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를 마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로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임원들 대부분이 여름 휴가를 겨울로 미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커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년과 같은 여름 휴가철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감산에 들어갔다. 지난 4, 5월에 이어 이달에도 평일에 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 회사는 골프 회원권 반납,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석 이용, 접대성 비용 절감 등 경비절감 대책도 시행 중이다.

한국GM은 GM대우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세세한 비용절감 방침을 지속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영업현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에서 직영주유소의 거점 경쟁력 강화를 통해 영업력 증대를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은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에 대비해 과도한 저가 수주를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질 중심의 수주 전략을 추진 중이다. 마케팅ㆍ일반 관리비 등 각종 경비를 삭감한 기업도 늘었다.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마케팅ㆍ관리비 등을 20%씩 줄일 것을 주문했다. 동국제강도 하반기 경영환경이 더욱 불안하다는 인식으로 모든 부서의 비용을 연초 계획보다 15% 이상 절감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희망퇴직을 받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중장기 전략의 일환인 '미국 데일리체제 구축' 계획을 결국 보류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카고, 하와이 호놀룰루, 시애틀 노선을 각각 주 7회로 증편해 미주지역 전체 정기노선에서 일 1회, 주 7회 이상의 데일리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었다.

유통가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마케팅ㆍ경영지원ㆍ기획 등 본사 대리급 이하 실무직원 40여명을 백화점 점포로 발령냈다. 영업력을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헌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기업들이 이번 유럽 재정위기의 정점을 하반기로 보고 긴축경영에 돌입했다"며 "외환위기 때와 같은 인력 구조조정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사업부 배치 등을 통한 인력 재조정과 사업체질 강화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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