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국제공인투자분석사(CIIA)자격시험 합격자 원대성氏
때로는 우물안 개구리가 더 힘들고 지친다. 특히 그 좁은 우물안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만 모여있다면 더욱 그렇다. 지난 8일 국제공인투자분석사(CIIA)에 최종 합격한 원대성씨(사진·27)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위 0.1%에 속할만한 '스펙'을 갖고 있었다.
원대성씨가 이번에 합격한 CIIA는 흔히 '애널리스트 자격증'으로 알려진 금융투자분석사(1단계)와 증권분석사(2단계)를 통과해야 자격이 주어지는 시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원 씨외에도 네 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회계, 증권업계, 경제·경영학과 학부생 등으로 현재 이 분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람은 원대성씨 한 명 뿐이었다. 그는 CIIA 외에도 동시에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를 같이 준비해 지난해 12월 1차 시험에 합격했고, 이번달에는 2차 시험까지 치렀다.
주변에서 부러움을 살만한 스펙을 갖췄지만, 3년 과정의 로스쿨 절반을 지나온 지금은 졸업 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여느 국내 대학생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라면 질리게 하고 있지만, 로스쿨에 들어와보니 이전에 했던 경쟁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원 씨는 "자신은 특별한 게 아니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는 "이제 1기 졸업생들이 나왔는데, 변호사 자격증 시험 합격은 최소한의 기본이에요. 로클럭(재판연구원)이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려고 도움이 될만한 중국어나 일본어도 따로 배우고, 방학 때면 인턴십도 해야죠"라고 말했다.
원대성씨는 금융전문가로 서 진로를 잡고 있다. 학부 때 금융공학을 공부했던 인연 때문이다. 그는 로스쿨 졸업 후에도 필요하다면 금융공학 분야를 더 공부하려고 한다. 물론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겠지만, 이것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CIIA와 CFA에 도전한 것도 첫 준비단계일 뿐이다.
그는 "대형 로펌에 금융전문 변호사들이 있지만, 법조계에 종사하기 보다 금융전문가로 서 변호사 자격이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변호사보다 금융전문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일례로 그는 "로펌에서 다루는 일중에 하나가 인수합병(M&A) 자문인데, 몇 천억원에 이르는 규모가 큰 거래가 이뤄지죠. 하지만 일은 M&A전문가들이 진행하고 변호사들은 법률 자문 정도로 조연에 그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원대성씨는 아직 자신만의 롤모델을 찾지 못했다. 분야별로 업무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변호사 자격을 갖춘 금융전문가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국내 로스쿨 역사가 짧아 전문 변호사도 많지 않다"며 "앞으로 금융과 법률업계에서 새로운 롤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날씨가 한창 더운 휴일 오후였지만 그는 다시 책들이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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