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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품 싸졌다고?…뭐가 싸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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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이제는 활용이다 <중>장바구니 체감도는
수출만큼 큰 효과 아직 없어
일부 품목은 오히려 더 비싸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오렌지나 체리만 먹고 살 건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 대표적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자 한 네티즌은 이렇게 비꼬았다. 그만큼 여전히 값을 내릴 여지가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 게 많고, 소비자들의 FTA체감효과가 아직 그리 높지 않다는 뜻이다.

FTA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은 가운데서도 추진되는 건 이로 인해 소비자 후생이 늘어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관세가 없어져 수입물가가 내려가는 한편 국가간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교역이 늘면서 결국 소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과의 FTA 발효기간이 짧은 만큼 앞으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FTA 자체만으로 당장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FTA 발효 전후를 비교해보면 일부 수입품목 가격은 내려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21일 발표한 가격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주요 수입품 22개 가운데 15개 정도는 가격이 내려갔다. 유럽산 중에는 와인과 전기다리미가 20% 이상, 유모차ㆍ전기면도기ㆍ프라이팬도 가격이 낮아졌다. 미국산 제품은 체리나 오렌지 가격이 내렸다. 일부 과일주스의 가격이 내린 탓에 국내업체가 덩달아 가격을 낮춘 제품도 있었다.

눈에 띄는 건 FTA 이후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거나 일부 오른 품목도 상당수라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 조사한 제품이 평소 소비량이 많고 인지도가 높아 당국과 시민단체의 집중감시망 안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유통현장에선 FTA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격을 내린 품목의 평균 인하율은 12.9%로 평균 관세인하율 14.7%에도 못 미친다.

관세를 없애거나 내렸지만 즉각 가격인하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이번에 지적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럽산 제품 가운데 와인과 승용차를 제외하곤 모두 한미FTA 발효 전후로 가격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져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본사 정책이나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유럽산 명품에 대한 가격도 꿈쩍 않고 있다. 프라다ㆍ샤넬 등 일부 유럽 브랜드들은 올 초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관세가 없어진 탓에 외국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병행수입을 통해 구입하는 일도 늘었다. FTA로 인해 관세만큼이라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명품매장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제품을 사면 원산지증명서를 바로 발급해주는 일도 흔치 않게 됐다.

전문가들은 FTA로 인해 수입품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국내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한다. 산업연구원 정윤선 부연구위원은 "소비자가 무역자유화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수입원가 인하뿐 아니라 유통시장의 경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수입 이후 최종소비자에 이르는 국내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독과점행위와 불공정, 비효율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 역시 "수입ㆍ유통부문의 독점현상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기대했던 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며 "관련 부처와 각종 미디어를 통해 관련정보를 확산시키거나 독점이나 담합에 대해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과 시민단체는 같은 목적으로 병행수입이나 오픈마켓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이나 미국과의 FTA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21일 한 방송에 나와 "FTA로 인한 효과를 평가하는 건 지금으로선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도 미국수출이 늘었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건 섣부르다고 꼬집었다.

앞서 칠레나 아세안(ASEAN) 등 먼저 발효된 FTA와 비교해도 단기적인 변화보다는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과 교역에서 최종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라 관세혜택을 활용할 여지는 높다"면서도 "하지만 서로의 업종별 경쟁력 격차는 칠레만큼 크지 않아 교역이 늘어난 만큼 FTA 효과가 발효 직후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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