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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원, 그릇된 '라이벌전'이 남긴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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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원, 그릇된 '라이벌전'이 남긴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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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씁쓸했다. 동료애를 망각한 거친 플레이는 차라리 난투극에 가까웠다. 동업자 정신이 실종된 직원들 간 자존심 싸움은 급기야 폭력 사태로 번졌다. 이성을 잃은 관중들의 집단행동 앞에 공권력마저 무용지물로 변했다.

20일 FC서울과 수원삼성의 FA컵 16강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흡사 전쟁터와 같았다. 질서와 규율이 무너진 현장에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란 표현은 더 이상 무의미했다. 경기는 수원의 2-0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누구도 박수 받지 못할 오명을 남겼다. 이날 양 팀은 42개의 반칙과 7장의 경고를 비롯해 1명이 퇴장 당하는 혈전을 치렀다. 수치상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은 더욱 참담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거친 백태클과 과격한 몸싸움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켜보는 이들은 아찔한 장면에 여러 차례 탄식을 내뱉었다. 급기야 경기 종료 직전에는 양 팀 선수들이 뒤엉켜 신경전을 벌이는 위기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릇된 자존심 대결은 90분 경기로 끝나지 않았다. 불미스런 사태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이어졌다. 경기 전부터 실랑이를 벌이던 수원 구단 관계자가 서울 구단 관계자를 폭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비의 발단은 2군 선수들의 경기장 출입 문제였다지만 어떤 이유로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었다. 서울 관계자는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고 폭력을 가한 수원 관계자는 긴급 출동한 경찰에 의해 곧바로 연행됐다. 당황한 양 팀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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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원전 5연패에 격분한 30여명의 서울 서포터스가 지하주차장에 대기 중인 선수단의 버스를 가로막았다. 그들은 최용수 감독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만류에 나선 경호 인력, 경찰과 뒤엉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서포터는 경찰차에 올라가 고성과 욕설을 내뱉으며 난동을 부리다 연행됐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버스는 겨우 출구를 향했지만 이미 진을 치고 누워있는 팬들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라이벌전 패배 앞에 정규리그 1위 팀의 자부심은 맥없이 무너졌다. 목청 높여 응원하던 서포터스와 구단의 상생관계는 순식간에 적대적으로 뒤바뀌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지던 대치 상황은 “7월 20일 이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구단 직원의 중재가 있은 후에야 일단락됐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자리에는 허탈한 표정만이 가득했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팬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K리그 최고 명문을 자부하며 페어플레이를 외치던 서울과 수원. 양 팀의 도를 넘은 라이벌 의식이 빚어낸 슬픈 자화상이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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