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노히트노런(퍼펙트게임 포함) 경기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아직 시즌이 전반을 지나지도 않았지만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맷 케인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것을 포함해 무려 다섯 차례(한번은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 투수 6명이 합작)나 작성됐다. 6월 중순까지 다섯 차례 노히트노런 경기가 나온 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1917년 이후 처음이다.
노히트노런보다 더 어렵다는 퍼펙트게임 달성도 과거에 비해 잦다. 올 시즌 기록을 작성한 케인과 필립 험머(시카고 화이트삭스)를 포함해 2010년의 댈러스 브레이든(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필리스)까지 불과 3년 동안 한 시즌 두 차례 퍼펙트게임이 두 번이나 나왔다. 이는 188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계산해도 흐름은 다르지 않다. 총 다섯 차례 작성돼 어떤 시기보다 자주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2006년은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 복용이 금지된 해다. 스테로이드에 이어 피로감을 해소해주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암페타민마저 복용할 수 없게 된 타자들은 연이은 경기 출전으로 피로가 쉽게 누적됐다. 최근 경기 전 프리배팅에서 홈런 타구를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타자들의 힘은 쭉 빠져있다고 전해진다. 지친 배트에 투수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컨디션 조절이 수월한 편인 선발진은 급격하게 힘이 빠진 타자들을 압도해나간다. 올 시즌 9이닝 당 탈삼진 수가 역대 최고인 7.5개까지 치솟았을 정도다.
굳이 약 때문이 아니어도 최근 각 구단들은 쓸 만한 타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는다. 대부분이 빈약한 공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숙제로 삼을 정도로 힘 있는 타자가 부족하다. 이 같은 기근 현상은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빅 리그 진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또한 투수들의 진기록 양산을 돕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14일 케인에게 퍼펙트게임을 내준 휴스턴 애스트로스 타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주전 라인업에서 25살 이하는 6명이었다. 남은 타자들도 28살을 넘지 않았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 함께 했던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존 스몰츠 등이 지금 활약했다면 그들은 한 시즌 내내 한 점도 내주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투고타저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수제자들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6번의 사이영상을 모두 휩쓸었다. 하지만 노히트노런은 한 차례도 달성하지 못했다. 어느덧 진기록이라는 단어는 퍼펙트게임이 아닌 그 빈도수에 더 어울리게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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