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스티븐 랜즈버그는 로체스터 대학 경제학과 교수다. 박사학위는 수학과 경제학으로 받았다. 그러나 자신을 가장 먼저 매혹한 것은 철학이었단다. '일생동안 철학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던' 10살 이후 대학에서는 우연한 기회에 수학을 배우고, 시카고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경제학도들과 어울리며 경제학 교수가 된다. 이 세 가지는 그가 경제학을 다른 눈으로 풀어내는 '교양 경제학' 책들을 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논증을 통해 정답을 이끌어내는 데 이 책은 망설이지 않는다.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한 전차 문제를 들여다보자. 달려가는 전차의 선로에 5명의 사람이 묶여 있다. 스위치를 당겨 선로를 변경하면 참극을 면할 수 있지만, 다른 선로에도 1명이 묶여 있다. 스위치를 바꾸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 랜즈버그는 스위치를 바꾸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목숨을 숫자로 바꿔 다루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벼운 두통을 앓는 10억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이 1시간을 앓을 두통을 없애기 위해 1명을 죽여야 한다면 기꺼이 죽일 수 있다는 것이 랜즈버그의 주장이다. 그는 경제학자의 효율성으로도, 철학자의 직관으로도 같은 답에 도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경제학과 철학이 만들어내는 변종의 사고는 어느 딜레마든 풀어낼 수 있는 '원칙'으로 귀결된다. 랜즈버그가 터득한 법칙인 '경제학자의 황금률(Economist's Golden Rule)', 줄여서 EGR이다. EGR은비용보다 편익이 높다면 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옳은 행위라는 판단의 준거를 제공한다. EGR을 아는 사람이라면 밤 늦은 시간에 시끄러운 음악을 틀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려도 괜찮을까? "쓰레기의 악취 등으로 감당해야 하는 총비용이 버린 사람이 누릴 편익보다 적다면 버려도 괜찮다."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김세진 옮김/부키/1만 60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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