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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팥빙수를 포기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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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팥빙수를 포기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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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화창한 햇살에 눈을 뜬 일요일 아침. '카톡'으로 언제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말만 수십 번 했던 친구들과 드디어 만나기로 한 날. 나름대로 꽃단장에 입고 나갈 옷도 고르느라 주말 아침도 훌쩍 지나간다.

날씨는 벌써 여름인지 화창하던 햇살은 어느새 뜨거운 햇볕으로 돌변하고 내 미간에는 자연스럽게 '내천(川)' 자가 아로 새겨진다. 벌써부터 나와 있는 친구들. 반가운 마음을 내 발 보다 빠르지만 호화 인테리어를 늘어놓은 커피숍 바닥은 하이힐을 신고 뛰기엔 너무 위험하다.
화기애애하던 수다는 막상 '꺼리'가 떨어지니 슬슬 신세 한탄으로 이어진다. 비싼 물가, 아이들 교육비, 벌어도 남는 게 없다며 저마다 푸념이 하나 가득이다.

문득 탁자위에 놓인 물건을 바라본다. 1만8000원짜리 팥빙수. 화려한 색깔의 고명은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쁘지만 가격은 너무 비싸다. 계산대의 쇼윈도 속, 할로겐 '조명빨'을 받으며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조각 케이크들은 한 개에 5000원이 넘는다. 연신 손님들의 손에 들려 나가는 테이크아웃 커피 값도 밥값 보다 비싸진지 이미 오래.

1000원이면 한 봉지 가득살수 있었던 붕어빵이 브랜드를 달고 백화점에 들어가더니 한 개에 2500원. 진짜 케이크 보다 싸고 맛있다던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케이크는 이제 2만 원 이하를 찾기 힘들다. 입에선 달콤하지만 지갑을 여는 손맛은 씁쓸하다는 선배의 푸념도 떠오른다.
주위를 둘러싼 것들이 모두 너무나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지갑에서 꺼내야 하는 걸까. 계산대 쪽에서 들려오는 카드 단말기의 영수증 출력 소음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진다.

얼마 전 운행을 시작한 경춘선을 대체 하는 'ITX-청춘' 이란 열차가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추억을 묻은 적이 있는 곳, 강촌까지 가는데 한 시간. 요금은 편도 5700원에 불과하다.

즐비한 자전거 대여점에서 한 시간 동안 귀여운 자전거를 빌리는 비용은 3000원. 고즈넉한 강촌의 강가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다 보면 낭만의 전원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쓴 돈은 8700원. 1만원짜리 한 장을 내고도 1300원이 남는다. 시장기가 돌면 도처에 닭갈비집이 천지다. 1인분에 만원이면 다 먹지 못할 만큼 푸짐한 양이 나와 곤란할 지경이다.

문득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정신을 차리자 강촌을 즐기고 있던 나는 순식간에 서울 한복판의 커피숍으로 되돌아 왔다. 탁자위의 팥빙수는 어느새 허여멀건한 얼음 국물로 변해 있었다. 난 1만8000원짜리 얼음을 먹은 셈.

그래서 결심했다. 난 올 여름 팥빙수를 먹지 않겠다. 턱없이 비싸진 '예쁜 얼음'을 포기 하는 대신 그 돈으로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강촌의 낭만을 다시 찾아보는 건 아마 그 중 첫 번째가 될 것 같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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