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 유모차·전기다리미 '가격 뻥튀기' 여전해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유럽산 전기다리미 소비자 판매 가격 9만원 중 약 5만원이 유통마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자유무역협정(FTA) 가격 정보 제공' 1호 보고서의 내용이다.
21일 공정위가 한국소비자원에 의뢰·분석한 결과, 수입 전기다리미를 수입·유통하는 업체가 얻는 유통수익률(수입가격 대비 유통수익 비율)은 평균 129.6%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41개 모델은 평균 3만6600원에 수입돼 5만4103원에 중간상인이나 소매업체에 넘겨졌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9만2430원(부가세 제하면 8만4027원)에 팔렸다. 조사 대상 가운데 22개의 유통수익률이 100~150%였고, 4개 모델은 200%가 넘었다. 인터넷의 오픈마켓에서 팔리는 가격은 백화점에 비해 평균 38% 저렴했다.
정부는 앞으로 서민 생활과 밀접한 수입 품목의 가격 적정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2호 품목'도 소형 가전제품이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 브랜드 제품을 수입·유통하는 업체가 높은 마진을 챙기는 것은 사실상의 독과점 유통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말 소비자시민모임은 국내외 유모차 판매 가격을 비교하고 "외국 브랜드 유모차의 국내 판매 가격이 현지보다 최대 2.2배 비싸다"고 밝힌 바 있다.
수입 전기다리미 시장도 유통 구조가 비슷하다. 해외 제조사의 국내 지사인 그룹세브코리아(브랜드 테팔·로벤타)와 필립스전자(필립스)가 제품을 독점 수입한 후 유통 업체에 판매하는 2~3단계 형태를 띠고 있다.
총 유통 수익을 단계별로 뜯어보면 2단계 유통 구조에서는 수입사가 40~50%, 소매사가 50~60%를, 3단계에서는 수입사 25~30%, 중간상인 30~40%, 최종 소매업체 30~40% 등의 마진을 챙기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가격조사팀 나광식 팀장은 "유통 구조를 단순화하더라도 중간상인의 유통 수익이 수입사와 소매사로 이전될 뿐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수입 전기다리미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 기인한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외국산 제품 수입·유통망의 고질적인 폭리가 한국과 미국·유럽연합(EU)과의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를 반감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한국소비자원은 EU산 전기다리미의 수입 가격이 FTA 발표 전인 지난해 2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현재 평균 15.1%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나 팀장은 "외국산 유명 브랜드 전기다리미의 유통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만큼, FTA 발효로 인한 관세 8% 폐지에 따른 수입 원가 하락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픈마켓의 가격 수준이 백화점에 비해 평균 38% 저렴했고, 백화점 온라인몰도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평균 18% 싼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사업자는 가격 인하 여력이 있는지 검토해야 하고, 정부는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