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마이너스 통장' 이자, 채권보다 연간 1.2%p 높아
금융당국 관계자는 8일 "예보의 크레딧 라인은 15조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여기서 빌린 돈은 대부분 예보채를 발행해 충당했다"며 "예보채를 빌려 일부 갚아 나간 결과 크레딧 라인 잔액은 현재 4조6000억원으로, 10조4000억원의 여유가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레딧 라인을 통해 빌린 돈은 4조6000억원 이상이지만, 예보채를 빌려 갚았기 때문에 그만큼 잔액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사실상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예보의 상환능력이 부족해 앞으로도 예보채를 빌려 크레딧 라인을 갚아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직 파산재단의 자금이 입금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보료 수입은 모두 빚을 충당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 금융회사에 부실 저축은행을 매각한 후에도 추가 부실이 발생하면 예보가 일부 갚아줘야 한다.
빚 부담도 크레딧 라인 쪽이 예보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보채 금리가 5년물 기준으로 3.7~3.8% 사이인 데 비해, 크레딧 라인은 4~5% 사이다. 크레딧 라인을 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800억원(6조원 기준)의 부담을 더 지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예보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뜻이다. 예보 내 설치한 특별계정 한도(15조원)가 바닥난 탓이다. 예보는 지난해 상·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15조7000억원의 돈을 사용했다. 특별계정은 미래에 받을 예보료를 미리 당겨 사용하는 것이다. 이미 2026년까지 받을 예보료를 당겨 사용했다.
특별계정 자금은 이자비용 없이 쉽게 쓸 수 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한이 있다. 예보는 18대 국회에 추가로 2035년까지 예보료를 당겨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무산돼 추가 자금 확보에 실패했다. 결국 국회의 승인이 없는 한 앞으로도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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