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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마친 천재 기타리스트 밀로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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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아픈 역사...'지중해' 선율에 담다

첫 내한공연 마친 천재 기타리스트 밀로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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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발칸 반도 남서부의 몬테네그로(Montenegro). 알쏭달쏭하게 다가오는 이름만큼이나 몬테네그로는 우리에게 머나멀게 느껴지는 나라다. 몬테네그로는 원래 1946년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과 구(舊) 유고슬라비아연방을 구성했던 소(小) 공화국이었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자 세르비아와 신 유고연방을 결성한 몬테네그로는 지난 2006년 6월 5일 신 유고연방에서 독립해 어엿한 독립국이 됐다.

3일 저녁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첫 내한공연을 마친 밀로쉬 카라다글릭(30, Milos Karadaglic)은 몬테네그로에서 온 현재 가장 촉망 받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는 지명도가 낮은 편이지만 유럽과 미국에선 상황이 전혀 다르다. 지난해 가장 유명한 클래식 레이블 중 하나인 도이치그라모폰과 계약을 맺고 그가 내놓은 첫 앨범 '메디테라네오 Mediterraneo'는 유럽 클래식 차트 1위를 석권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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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밀로쉬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소리는 그의 정서와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넘겼다. 그 다음은 피아노다. 무척이나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지만 "피아노 가르칠 돈이 없다"는 부모의 핀잔에 밀로쉬는 완전히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그가 우연히 기타 소리를 들은 것은 여덟 살이 되던 1990년. 아버지가 틀어놓은 세고비아 앨범에서 그는 알베니스의 '아스투리아스'를 듣고 완전히 반했다.

운이 좋았다. 그의 집에는 부모의 낡은 클래식 기타가 있었다. 기타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밀로쉬는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했다. 음악 전문 학교를 찾은 그는 6개월 만에 모든 기타 곡을 배우면서 동시에 암기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아홉 살 때 첫 공연을 연 그는 열한 살 때 여러 기타 콩쿠르에서 입상해 몬테네그로의 기타 신동이 됐다. 다음 순서는 해외 진출이었다. 밀로쉬는 집에서 다섯 곡을 연주해 녹음한 데모 테이프를 영국 런던 로열아카데미 오브 뮤직에 보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곧바로 그가 이 학교의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 기타의 거장인 마이클 르윈을 사사한 밀로쉬는 4년 동안 공연과 학업을 병행하며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로는 처음으로 찰스왕세자에게 '프린스 프라이즈 Prince Prize' 실버 메달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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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도스, 알베니스, 터키와 몬테네그로의 민속 음악, 판당고 등이 공존하는 밀로쉬의 음악은 동서양의 교차로로 1992년까지 사회주의공화국이었던 몬테네그로의 역사를 반영한다. '지중해라는 뜻의 앨범 '메디테라니오'에서도 따뜻한 지중해와 애수(哀愁)가 절로 묻어나는 것 같다. 밀로쉬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1990년, 몬테네그로는 내전의 한가운데 있었다. 보스니아와 코소보는 격렬한 전쟁 중이었고, 몬테네그로에서도 기관총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지옥 같은 그 순간, 기타는 밀로쉬의 유일한 해방구였다. "기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을 겁니다. 기타와 음악을 통해 저와 제 가족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으니까요. 이 친구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3일 내한공연에서 밀로쉬는 알베니스, 바흐, 빌라로보스, 도미니코니 등 클래식 기타 명곡들을 한국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그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관객으로 통하는 한국인의 따뜻함을 경험한 것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에요. 현악기와 관악기, 타악기 등 모든 악기의 소리를 기타 하나로 낼 수 있거든요. 기타처럼 가장 쉽고도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절대로 없습니다. 숨겨진 곡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기타의 매력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환기시키고 싶어요." 그의 말대로다. 밀로쉬 덕분에 한국에서도 다시 기타 열풍이 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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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 이준구(ARC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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