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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위기의 남자’ 하라, 요미우리 지휘봉 내려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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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다츠노리 요미우리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하라 다츠노리 요미우리 감독[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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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선수단은 4월 22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전을 2-3으로 지며 올 시즌 두 번째 5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패를 탈출했지만 침체는 여전하다. 5월 2일 현재 센트럴리그 순위는 5위(10승2무13패). 하라 다츠노리 요미우리 감독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 어둡다. 지난겨울 2년 연장 계약 체결 때의 웃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2006년부터 7년 연속 지휘봉을 잡게 됐지만 더그아웃에서의 인상은 매 경기 불안감에 짓눌려 있다.

요미우리는 지난 시즌 71승11무62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3위에 머물렀다. 기대 이하의 성적은 클라이막스 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야쿠르트에 1승2패로 밀렸다. 그렇게 시즌은 10월 31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요미우리는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구단이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하라 감독의 재계약 불발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구단은 다수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하라 감독에게 2년 재계약을 선물하며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한 가지 무서운 옵션이 숨어있었다. 선수단이 올 시즌 저팬시리즈 우승에 실패할 경우 언제든지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저비용 고효율’ 구단으로 거듭난 요미우리

요미우리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부자 구단이다. 팀 전력의 빈 공간을 늘 거물급 자유계약선수(FA) 영입으로 메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구단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거물급 선수들을 한꺼번에 데려온 건 2007년 겨울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당시 영입한 선수는 알렉스 라미레스, 세스 그레이싱어, 마크 크룬 등이다. 이듬해 보강은 신인과 1.5군~2군의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많은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 ‘키워서 쓴다’는 요미우리의 방향 전향은 대성공을 거뒀다. 육성선수(한국의 신고선수) 출신의 왼손 투수 야마구치 데츠야는 불펜의 승리조로 자리를 굳히며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같은 출신의 외야수 마츠모토 데츠야는 외야의 한 자리를 꿰차며 2009년 신인왕에 올랐다. 두 차례 지명 거부 끝에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초노 히사요시도 빼놓을 수 없다. 중심타자로 거듭나며 2010년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1967년 에나츠 유타카(한신) 이후 처음으로 데뷔 시즌 200이닝을 소화한 사와무라 히로카즈는 2011년 신인왕에 등극하며 요미우리의 방향 전향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1950년 신인왕 제도를 도입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4년 연속 신인왕을 낳은 건 근래 요미우리가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히로시마 카프의 3년 연속 배출(1984~8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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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전력 보강의 방법을 달리한 건 TV 중계권료와 깊은 연관이 있다. 1990년대 요미우리의 경기는 25%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위상은 케이블, 위성방송 등이 보급된 2000년대에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 경기 15% 내외의 시청률을 선보이며 프라임타임(저녁 6시~밤 10시)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요미우리의 모기업인 요미우리신문은 공중파 방송국 니혼TV를 소유하고 있다. 높은 시청률의 요미우리 전 경기를 중계한 건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2006년 니혼TV가 중계한 요미우리의 홈 72경기 평균 시청률이 9.7%로 뚝 떨어졌다. ‘킬러 콘텐츠’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자 니혼TV는 이듬해 요미우리 홈경기 중계를 42경기로 대폭 줄였다. 2년 뒤인 2009년 그 수치는 26경기로 축소됐다. 올 시즌 니혼TV가 편성한 요미우리 홈경기 중계는 6경기에 불과하다. 저조한 시청률은 이내 구단 수익의 감소로 이어졌다. 요미우리는 이전까지 매년 니혼TV로부터 경기당 1억 엔 이상의 공중파 중계권료를 받았다. 특히 2006년 중계권료 수익으로만 100억 엔(약 1411억 원) 이상을 챙겼다. 시청률 급락과 함께 이듬해 구조는 크게 바뀌었다. 중계채널이 공중파인 니혼TV에서 통신위성(CS) 자이언츠 플러스(G+), 방송위성(BS) BS NTV 등으로 분산됐며 중계권료 역시 떨어졌다. 요미우리 그룹은 G+, BS NTV 등의 경기 중계권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 3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니혼게이자이는 홈경기 중계권료를 약 2000~2500만 엔(약 2억 8천~3억 5천만 원) 사이로 추산하고 있다. 중계권료 수익이 2006년과 비교해 1/4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중계권 수익이 같은 요미우리 그룹 계열사에 후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내부거래’ 형태에 가깝다는 점이다. 현재 퍼시픽리그 소속 6개 구단의 경기당 중계권료는 1000만 엔(약 1억 4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더구나 케이블, 위성방송 등에서 드러난 요미우리 경기의 시청률은 이전처럼 퍼시픽리그 6개 구단 경기 시청률을 합친 수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퍼시픽리그 구단들보다 2배 이상 높게 매겨지는 중계권료가 ‘부당 내부거래’라고 해도 무방한 이유다.

요미우리는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연속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09년에는 니혼햄 파이터스를 4승 2패로 꺾고 7년 만에 저팬시리즈 정상에 올라섰다. 일본 프로야구 나머지 11개 구단이 코웃음을 보일 일이지만 요미우리가 나름 ‘저비용 고효율’의 야구를 실현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성과에 한껏 고무된 와타나베 츠네오 요미우리 회장은 2010시즌 개막 전 기요타케 히데토시 구단대표에게 단장 직함을 추가로 제공하며 화답했다. 선수단 구성에 관한 전권도 부여했다. 하지만 성적은 이내 내리막을 탔다. 2년 연속 센트럴리그 3위에 그쳤다. 86세의 고령인 와타나베 회장은 요미우리의 저팬시리즈 우승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한다. 인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운데), 오와다 마사코 왕세자비(오른쪽)와 함께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아 라운드 경기를 관전 중인 와타나베 츠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왼쪽).[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나루히토 일본 왕세자(가운데), 오와다 마사코 왕세자비(오른쪽)와 함께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아 라운드 경기를 관전 중인 와타나베 츠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왼쪽).[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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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회장의 독재, 벼랑 끝에 몰린 하라

기요타케 구단대표는 지난해 11월 11일 도쿄 문부과학성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핵심은 와타나베 회장의 프로야구단 사유화에 대한 비난이었다. 오카자키 가오루 수석코치의 유임을 무시하고 에가와 스구루를 자리에 배치시킨 전횡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2시간여 뒤 모모이 츠네카즈 요미우리 구단주는 “기자회견의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기요타케 구단대표의 성명을 반박했다. 다음날 와타나베 회장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오카자키 수석코치의 유임에 대한 보고를 접한 건 사실이나 클라이막스 시리즈 패배로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에가와의 영입은 내가 아닌 하라 감독의 제안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설전으로 요미우리 구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모모이를 구단주직에서 해임시키는 한편 기요타케를 해고하겠다”라고 밝혔다. 모모이는 구단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기요타케는 그 길로 요미우리와의 인연을 마감해야 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기요타케는 단장 겸임 이후 구단 안팎으로 거만하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 2년 동안 전력 보강에도 실패했으니 적임자라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기요타케는 즉각 반발했다. 담화문을 통해 “하라 감독이 나나 모모이와의 상담 없이 와타나베 회장에게 에가와 코치 영입을 요청했을 리 없다. 하라 감독을 이 상황에 말려들게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밝혔다. 이튿날 기요타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단 사무실로 출근했다. 하지만 와타나베 회장은 긴급이사회를 마련, 기요타케의 해임 안건을 결의했다. 기요타케는 바로 요미우리그룹, 와타나베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한 전력에도 헤매는 요미우리

구단 운영을 손에 쥔 와타나베 회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만에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었다. 12월 1일 요미우리 구단의 기관지 ‘스포츠 호치’를 통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통산 103승을 올린 스기우치 도시야, 요코하마에서 9년 동안 251홈런을 때린 무라타 슈이치, 소프트뱅크에서 42승을 기록한 데니스 홀튼 등의 싹쓸이 영입을 알렸다. 특급 선발투수 두 명의 가세는 우츠미 데츠야, 사와무라 히로카즈 등이 버틴 요미우리 선발진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지적됐던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다. 불펜의 불안함과 타선의 득점력 저하가 대표적이다.

요미우리의 팀 타율은 4월 한 달 동안 2할3푼1리였다. 저조한 수치지만 지난 시즌부터 리그에 불어 닥친 투고타저 현상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기록도 아니다. 더구나 센트럴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다. 득점력 저하는 퍼시픽리그보다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팀 타율 1위 주니치(.245)와의 차이는 불과 1푼4리. 경기당 평균 득점(2.96점)도 1위 한신(3.12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지 야구 전문가들은 요미우리 타선이 충분히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는 타순 배치, 세밀한 타격의 부족 등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규정타석을 채운 센트럴리그 타자 가운데 3할 타율을 뽐내는 건 6명. 이 가운데 3명(사카모토 하야토, 아베 신노스케, 초노 히사요시)은 요미우리 소속이다. 이들의 타순은 충분히 전진 배치될 수 있다. 사카모토와 초노는 지난 시즌 붙박이 테이블세터로 활약했다. 아베도 클린업트리오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하라 감독은 사카모토를 3번 타자로 기용한다. 아베와 초노에게는 각각 4번과 1번 타자를 맡긴다. 이들 사이의 2번 타자에는 존 바우커와 타니 요시토모가 번갈아가며 기용된다. 하지만 둘의 타율은 각각 1할1푼9리와 2할4푼3리에 그친다. 모두 공격의 흐름을 적잖게 끊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5~7번 타자들의 저조한 활약이다. 무라타, 다카하시 요시노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등은 이름값에서만큼은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4월 한 달 동안의 OPS(출루율+장타율)는 각각 0.619, 0.550, 0.488에 그쳤다. 합작한 타점도 20점에 머물렀다. 일본 진출 첫 해 부진을 겪는다고 평가받는 이대호의 OPS는 0.684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단[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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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의 불안함도 빼놓을 수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로 낙점된 니시무라 겐타로는 제 몫을 해내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6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도 없다. 하지만 니시무라는 9년간의 프로생활에서 한 번도 풀타임 마무리를 소화한 적이 없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이 지배적인 이유다. 불안함을 보이는 건 중간계투도 다르지 않다. 구원진이 4월 한 달 동안 올린 홀드는 5개. 기록은 야마구치 테츠야(12이닝 평균자책점 0)가 혼자 세웠다.

이 같이 불안한 흐름에서 와타나베 회장의 인내심은 유지될 리 없었다. 그는 3월 27일 도쿄돔호텔서 열린 2012 메이저리그 일본 개막전 축하 리셉션에서 한 번도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어 본 적 없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다. 시즌을 앞둔 하라 감독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요미우리는 4월 5연패를 두 차례 당하며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와타나베 회장은 4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사의 정’이라는 말이 있다. 5연패를 두 번이나 당한 감독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인정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허탈하게 웃으며 “내년 순위는 더 위에 있겠지”라고 말했다.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할 경우 하라 감독에게 내년이란 없는 셈이다.

와타나베 회장 사로잡은 오치아이의 마력

사실 수년 전부터 와타나베 회장이 마음속에 담은 요미우리의 감독감은 따로 있었다. 8년 동안 주니치 드래건즈 사령탑에 앉았던 오치아이 히로미쓰다. 그는 승리 지상주의 야구를 펼치며 재임 기간 내내 선수단을 A클래스(리그 3위 이내)로 이끌었다. 센트럴리그 네 차례 제패, 저팬시리즈 우승(2007년) 등을 통해 일본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명장’으로 거듭났다. 와타나베 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건 2007년 센트럴리그 클라이막스 시리즈다. 당시 주니치는 요미우리를 물리친 뒤 저팬시리즈에서 니혼햄마저 격파, 53년 만에 일본 정상에 올랐다.

와타나베 회장과 오치아이는 선수 시절에도 인연이 있다. 1993년 FA 자격을 획득한 오차아이는 요미우리와 5년 계약을 맺고 1994년과 1996년 팀의 저팬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1996년 겨울 구단과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졌다. 그해 FA 자격을 취득한 세이부 라이온즈의 거포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까닭이다. 오치아이는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기요하라의 입단식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기요하라 가운데 누구를 1루수로 기용할지 고민하는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며 FA 공시를 요청했다.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던 관계는 15년 뒤 하라 감독의 재계약 조건이 공개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팬시리즈 우승 불발 시 해고될 수 있다는 조항이 알려지자 현지 기자들은 와타나베 회장을 찾아가 “차기 감독으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뭐, 오차아이도 나쁘진 않지.”

일본대표팀을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으로 이끈 하라 다츠노리 감독(왼쪽)이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로부터 기념사진을 넘겨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일본대표팀을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으로 이끈 하라 다츠노리 감독(왼쪽)이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로부터 기념사진을 넘겨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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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요미우리 사령탑과 인연을 맺지 못한 건 ‘독불장군’, ‘마이웨이’ 등으로 불린 이력 탓이 크다. 오치아이는 주니치 감독 취임 첫 해인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의 지명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스카우트 팀 상당수는 사표를 던졌다. 구단과의 타협 거부는 이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많은 투수를 경기에 투입시키는 마운드 운영, 연고지출신 유망주의 기용 거부, 베테랑 중용 등이 대표적이다. 주니치 구단, 주니치 OB선수회 등의 만류가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기요타케, 모모이 등 요미우리 구단 수뇌부와 OB선수회는 와타나베 회장이 오치아이의 감독 영입을 타진하자 서둘러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가장 소매를 걷어붙인 건 감독 시절 오치아이와 마찰을 빚은 나가시마였다. 더 이상 반대에는 힘이 실리지 못하게 됐다. 와타나베 회장이 기요타케 등을 해고하며 자신의 뜻대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요미우리 감독 설에도 오치아이는 여전히 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을 즐긴다. 그는 지난 4월 중순 한 초청강연에서 “주니치 감독으로 있던 지난 8년 동안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구단관계자, 방송해설위원, 취재기자, 주니치 OB선수회 등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간섭을 했다. 그들은 선수들에게도 그랬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감독으로서 나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그냥 무시했다. 내게 훈수를 둘 수 있는 건 오 사다하루, 가네다 마사이치, 노무라 카츠야, 가와카미 데쓰하루뿐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요미우리의 부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거침없이 하라 감독의 용병술을 꼬집었다. 그는 “요미우리는 하라 감독이 벤치에서 잠을 잘 때 이기는 팀이다. 훌륭한 타자들이 많지만 지금 같은 타순으로는 절대 승리를 거둘 수 없다”며 “선수 시절 자부심이 강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능숙한 타순 작성에 애를 먹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오치아이는 선수 시절 스승이었던 나가시마에 대한 조롱도 잊지 않았다. “선수단 미팅 때 연설이 참 길었다”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길기만 했다”라고 깎아내렸다.

오치아이의 독설이 아니더라도 하라 감독은 최악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시즌은 이제 겨우 10%를 지났다. 공동 선두를 달리는 야쿠르트(16승2무8패), 주니치(16승3무8패) 등과의 격차는 5.5경기. 불과 4년 전 요미우리는 선두 한신에 13경기차로 뒤졌지만 극적으로 추월에 성공하며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선수단을 지휘한 건 하라 감독이었다. 그는 2008년의 역전드라마를 다시 쓰며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이를 지켜보는 오치아이의 태도는 여전히 의연해 보인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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