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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홍명보 호’, 만만한 상대가 없다

최종수정 2012.04.30 07:10 기사입력 2012.04.3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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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런던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사진=정재훈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은 런던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사진=정재훈 기자)


지난 24일 2012 런던하계올림픽 남자 축구 조 편성 결과가 발표됐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23세 이하 대표팀. 국내 매체들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 한국은 톱시드 나라로 개최국 영국, 영원한 축구 강국 브라질,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 등의 강팀들을 피하고 북중미 예선 1위의 멕시코를 만나게 됐다. 여기에 더 해진 나라는 유럽 예선 2위의 스위스와 아프리카 예선 1위의 가봉.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또 한 번의 1라운드 통과가 기대된다는 평이다.

홍명보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조 추첨식에 참석한 뒤 28일 귀국한 그는 “4개 그룹 가운데 B조가 최악의 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연 뒤 “전승을 노리는 스페인과 브라질 같은 강팀은 1패에 큰 의미가 없다. B조는 다르다. 1패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홍 감독의 말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B조는 이른바 ‘죽음의 조’라고 할 수 있다. 강팀들이 모여 있어서가 아니다. 전력이 엇비슷한 팀끼리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경우에서는 2승을 거두고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은 모로코와 칠레를 각각 1-0으로 꺾고 승점 6을 획득했지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1차전에서 스페인에 0-3으로 패해 기록한 골 득실차 -1에 발목이 잡혔다. 8강 티켓을 따낸 칠레와 스페인의 골 득실차는 각각 +4와 +3. 특히 칠레는 한국에 0-1로 졌지만 모로코를 4-1, 스페인을 3-1로 꺾는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선수단은 8강에서도 나이지리아를 4-1로 이겼다. 4강에서 대회 우승을 차지한 카메룬에 1-2로 패했지만 미국을 2-0으로 누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순히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은 동메달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도 1라운드에서 떨어진 셈이 됐다.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탈락이 확정된 이탈리아에 1-2로 역전패를 당해 1승1무1패를 기록,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일본은 2승을 거두고도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1차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잡은 일본은 2차전에서 대회 우승국 나이지리아에 0-2로 졌다. 3차전에서 상대한 헝가리는 3-2로 물리쳤다. 확보한 승점은 6점(골 득실차 0). 하지만 8강 티켓은 브라질과 나이지리아에게 돌아갔다. 두 나라는 헝가리가 전패한 가운데 나란히 승점 6점, 골 득실차 +2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북중미 올림픽 예선에서 5전 전승으로 런던행 티켓을 따낸 멕시코 23세 이하 대표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지난 3월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북중미 올림픽 예선에서 5전 전승으로 런던행 티켓을 따낸 멕시코 23세 이하 대표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맞붙는 멕시코는 국가 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경기 등에서 자주 만났던 상대다. 서로 전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셈. 한국은 올림픽에서 멕시코에 두 차례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자유참가 방식에 녹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1948 런던 올림픽 1회전에서 5-3으로 이겼고, 2004 아테네 올림픽 조별 리그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멕시코는 3월 22일부터 4월 2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북중미 예선에서 가볍게 1위를 차지해 본선에 올랐다. 드러난 전력은 매서웠다. 조별 리그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7-1, 온두라스를 3-0, 파나마를 1-0으로 꺾었고 4강에서 캐나다를 3-1로 물리쳤다. 결승에서 만난 온두라스는 2-1로 제쳤다. 5전 전승에 16득점을 올리며 내준 실점은 불과 3점. 멕시코는 이번이 12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반면 한국은 9번째다.

스위스는 지난해 6월 덴마크에서 열린 21세 이하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A조에서 덴마크를 1-0, 아이슬란드를 2-0, 벨라루시를 3-0으로 꺾으며 4강에 진출했다. 이어 상대한 체코는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눌렀다. 결승에서 만난 스페인과의 대결에서는 0-2로 졌다. 올림픽 본선 진출권은 이 대회 1위부터 3위에게까지 주어졌다. 주인공은 스페인, 스위스, 벨라루시가 됐다. 한국과 스위스는 의외로 축구 교류가 그리 많지 않다. 월드컵에서는 2006년 독일 대회 때 단 한 번 만났다. 당시 한국은 0-2로 졌다. 올림픽에서 마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FIFA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는 신영록이 선제골을 넣었으나 1-2로 역전패 한 바 있다.

스위스 선수단의 주축은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7세 이하 FIFA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들이다. 이들은 대회 조별 리그에서 멕시코를 2-0, 일본을 4-3, 브라질을 1-0으로 제친 데 이어 16강전에서 독일을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꺾었다. 8강에서 이탈리아를 2-1로 따돌린 스위스는 준결승에서 콜롬비아를 4-0으로 대파했고 결승에서 나이지리아를 1-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손흥민, 이종호, 남승우, 윤일록 등이 주전으로 뛴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이탈리아에 1-2로 졌으나 우루과이와 알제리를 각각 3-1과 2-0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선수들은 멕시코와 1-1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겨 8강에 올랐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에 1-3으로 져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손흥민은 대회에서 총 3골을 넣어 세계 축구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정도의 기록 비교면 어렴풋이나마 두 나라 23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스위스의 메시’로 불리는 세르단 샤키리(사진)는 파비안 프라이, 그라니트 사카 등과 함께 FC바젤의 세 시즌(2010, 2011, 2012) 연속 스위스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같은 팀에서 뛰는 박주호는 “훌륭한 개인기의 소유자다. 스위스 리그에서 막을 선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스위스의 메시’로 불리는 세르단 샤키리(사진)는 파비안 프라이, 그라니트 사카 등과 함께 FC바젤의 세 시즌(2010, 2011, 2012) 연속 스위스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같은 팀에서 뛰는 박주호는 “훌륭한 개인기의 소유자다. 스위스 리그에서 막을 선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가봉’이라고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말은 ‘가봉의 봉고 대통령’일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5년 처음 한국을 찾은 오마르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이후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대통령 시절까지 방한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가봉의 축구는 낯설다. 월드컵과 올림픽에 출전한 기록은 전무하다. 모든 연령대 대회에서 한국과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 유럽 리그의 주요 선수 공급 창구인 아프리카는 최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올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1996 애틀랜타 대회와 2000 시드니 대회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모두 런던행 티켓을 따지 못했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얼마나 상당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모로코에서는 23세 이하 아프리카축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자웅을 겨룬 건 예선을 거친 8개 나라. B조의 가봉은 첫 경기에서 이집트에 0-1로 패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1-1로 비긴 뒤 코트디부아르를 3-1로 꺾으며 1승1무1패를 기록, 코트디부아르를 골 득실차로 누르고 가까스로 준결승행 티켓(조 2위)을 거머쥐었다. 가봉은 이어 열린 4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세네갈을 1-0으로 눌렀다. 결승에서는 모로코에 2-1 역전승을 거둬 아프리카 대륙 주요 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은 예선에서 탄자니아에 발목이 잡혀 일찌감치 탈락했다. 나이지리아도 본선 조별 리그에서 1승2패로 부진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프리카 나라들의 전력은 연령대별 대회로 갈수록 종잡을 수 없다. 가봉의 경우 아프리카 예선 과정만 살펴보면 그리 강한 전력은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만만한 적수란 없다. 축구팬들은 2004 아테네올림픽 조별 리그에서 아프리카 대표인 말리에 0-2로 끌려가다 조재진의 2골과 말리의 자책골로 겨우 기록한 3-3 무승부를 잘 알고 있다. 당시 한국은 1승2무로 8강에 겨우 턱걸이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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