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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시민이 주인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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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관련 정책과 사업을 한창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달 15일에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공포, 사업 지원 및 시행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관련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지난 몇 해 동안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활발하게 추진되어 온 마을만들기 사업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동안 이루어진 사업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며 보다 나은 해결 방안을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의미와 목적을 지닌 정책 또는 사업이라 해도 그 과정과 방법이 적합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본래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경우 속성상 지속적인 논의와 점검 및 보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경계해야 할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본 사업이 우리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매우 시급한 사안이라고는 하나 지나치게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추진 계획에 따르면 마을공동체의 안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의 체계적 추진 및 마을공동체의 조기 정착을 위한 환경 조성에 이르기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마을과 마을공동체에 대한 기초조사, 기본계획 수립, 조례 제정ㆍ공포, 지원센터 설치, 사업 추진 및 시민인식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등 크고 작은 많은 일을 계획ㆍ추진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 사업의 주체가 돼야 할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은 아직 뒷전이라는 점이다.

둘째,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취지와 목적에 있어서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다른 사업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그렇다면 그 방법과 진행 과정 또한 달라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진행 과정은 정부에서 추진해 온 여느 사업들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크게 보면 사업 일정과 진행 순서, 시행 주체,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이전까지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여느 사업들과는 다른, 보다 근본적인 차별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내용 및 취지와는 달리 추진 과정과 방법에서는 그러한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셋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네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유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정책과 사업이 그것이 표방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진정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본 사업은 여러 주체들이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시행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도 각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공무원, 시민들은 제각각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시민이 진정한 사업의 주체가 되어 주기를 원한다면 관련 전문가와 공무원, 행정은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또 그 역할을 이행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화려하게 빛날 수 있도록 여러 조연들과 수많은 스태프들이 장시간에 걸쳐 더 많은 회의와 준비를 한다. 이처럼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서도 '시민'이라는 '신인 주연'을 성공리에 데뷔시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훨씬 더 많은 노력들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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