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의미와 목적을 지닌 정책 또는 사업이라 해도 그 과정과 방법이 적합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본래의 취지가 왜곡되거나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경우 속성상 지속적인 논의와 점검 및 보완책 마련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 경계해야 할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둘째,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전술한 바와 같이 그 취지와 목적에 있어서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다른 사업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그렇다면 그 방법과 진행 과정 또한 달라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진행 과정은 정부에서 추진해 온 여느 사업들과 별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크게 보면 사업 일정과 진행 순서, 시행 주체,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이전까지 정부에서 추진해 왔던 여느 사업들과는 다른, 보다 근본적인 차별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내용 및 취지와는 달리 추진 과정과 방법에서는 그러한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셋째,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실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네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유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정책과 사업이 그것이 표방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진정 시민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본 사업은 여러 주체들이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시행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금도 각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공무원, 시민들은 제각각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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