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장시간 근로의 불편한 진실②]장시간 근로 고착된 까닭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휴일 특근수당 350%.."아파도 일한다"
자동차 업계 주야간 2조2교대가 대표적 사례
勞는 임금 使는 생산성 떨어질까 근무 못 줄여

[장시간 근로의 불편한 진실②]장시간 근로 고착된 까닭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원인을 확실히 알아야 해법을 찾기 수월한 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장시간 근로가 고착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장시간 근로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70년대 이후 장시간 근로는 언제나 사회문제였고, 노동계의 주요 이슈였다. 그나마 주간 법정 기준 근로 시간은 48시간에서 44시간을 거쳐 현재의 40시간으로 꾸준히 단축됐다. 장시간 근로 문제가 양적으로는 지속적으로 해결돼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질적인 근로 시간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초과 근무 등이 관행처럼 굳어져,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근로 시간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통상 장시간 근로란 주 40시간으로 정해진 정규 노동 시간 외에 초과 근로 시간을 의미한다. 기업은 왜 할증 임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장시간 노동을 요구할까. 근로자는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초과 근무를 감내하는 이유가 뭘까. 이 궁금증을 풀어보면 장시간 근로를 해결할 대안이 보인다.

기업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H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노동 유연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며 "한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만큼 새롭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단 기존 근로자들의 잔업이나 특근을 통해 생산성을 맞추는 게 일상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 장시간 근로는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사업체 근로 실태' 조사를 보면 초과 노동을 제외한 정액 급여가 100만~150만원일 때 초과 노동 시간이 가장 길다. 이어 정액 급여가 증가할수록 초과 근로 시간이 일관되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월 평균 임금이 낮을수록 주 48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것은 여전히 저 임금 노동자들이 생계비를 충당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한다는 가설이 유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시간 근로가 뿌리내린 보다 구체적인 배경으로는 무리한 교대제와 잔업, 휴일 특근의 악용 등이 꼽힌다. 자동차 업계에서 오랜 기간 지속한 주야간 2조2교대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평일 잔업은 임금의 50%, 주말 특근은 최대 350%를 더 받는 인센티브 덕분에 근로자 스스로 초과 근무를 '원하는' 실정이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명분에 대해서 정부와 노동ㆍ경영계가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대안으로 거론되는 각종 정책 방향 탓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대책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를 민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휴일 근무를 연장 근로 한도에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들이 법정 근로 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해 최대 12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휴일 근무의 경우는 연장 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

최근 울산상공회의소가 128개 지역 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67.2%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중 50%는 "휴일 근로가 사라지면 생산성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임금이 축소된다"는 이유로, 17.2%는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절충안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경직된 고용 환경 속에서 급격하게 근로 시간 규제가 단행될 경우 오히려 노사 관계 악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확고하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19대 국회에서는 휴일 근로 제도는 물론 특례 업종에 대해서도 개선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입법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