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무급 이사장에 7년간 월급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좋은 정책은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책연구기관을 운영하는 이유다. 그러다면 귀한 세금을 쓰는 국책연구기관들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을까. 이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아까운 세금을 낭비하는 일은 없는지, 2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우리나라의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무려 104억원의 연구비를 인건비로 몰래 쓰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그런데도 총리실 기관평가에선 '매우 우수' 평가를 받았다. 인건비로 쓴 돈을 줄여 허위보고 했기 때문이다. KDI의 실제 인건비 인상률은 정부 기준의 2배를 넘는 13.1%에 였다. 이런 수법으로 임금을 올린 기관은 KDI를 포함 산업연구원,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원, 조세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6개에 이른다.

국책연구기관들의 전횡을 막을 책임은 2005년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에 있다. 각 연구기관에 연구비를 나눠주고, 원장을 선임하는 것도 이곳이다. 정부와 연구기관 사이에서 행정 스탭 역할을 하는 연구회의 예산만 연간 295억원. 23개 연구기관의 예산까지 합치면 국책연구에 쓰는 돈은 연간 7072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연구기관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연구회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 이사장은 비상근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법에 따르면 연봉과 성과급 등 일절 보수를 받을 수 없다. 이사회 참석이나 업무 수행에 들어가는 비용은 클린카드로 써야 한다.

연구회는 그런데도 2005년부터 2011년 9월까지 7년 동안 불법으로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 월급 성격으로 1억9756만원, 직책급 및 성과급으로 1억9150만원 등 모두 3억9000만원에 이르는 돈이 집행됐다. 이사장은 클린카드로도 1억2595만원에 이르는 돈을 별도로 썼다.


연구회는 편법으로 직원들의 연봉을 올리다 적발되기도 했다. 퇴직자나 신규 인력 미충원으로 생긴 결원의 인건비까지 예산으로 받았다가 남는 돈을 나눠 가졌다. 2009년 이곳의 연봉 인상률은 전년대비 14.8%. 정부가 정한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 기준(1.7%)의 8배를 웃돈다. 이런 사실은 2009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집중 질타를 받아, 연구회는 이를 시정하겠다는 보고서까지 제출했지만, 2010년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인건비를 올렸다.


이런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건 연구회의 독특한 지위 때문이다. 이곳은 총리실 산하기관이지만,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대상에서 빠져있다. 비상근 이사장은 사실상 명예직이어서 조직을 장악·관리할 위치가 못 된다. 직원 총수는 공공기관 인턴까지 포함해 65명이지만, 정규직은 25명 뿐이다. 견제받지 않는 소수가 막대한 예산과 인사권을 쥐고 있다보니 사실상 전횡을 막을 장치가 없다.

AD

감독기관인 연구회가 제 밥그릇 챙기느라 정신을 파는 동안 세금은 줄줄 새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노동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은 비상임 석좌연구제를 둬 전관들의 용돈을 챙겨줬다. 석좌연구위원은 정원 외 인력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돼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0년 퇴직 후 연구 성과가 전무한 전(前) 원장에게 매월 640만원씩 모두 9798만원을 줬다. 세 차례 자문에 대한 답례였다. 노동연구원 전 원장도 2008년 단 한 차례 기본과제 연구에 참여하고 매월 725만원씩 1억535만원을 챙겨갔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이런식으로 전관에게 매월 400만원 이상을 줬고, 해양수산개발원은 연간 자문 실적이 한 건도 없는 석좌연구위원에게 자문료로 6600만원을 챙겨줬다. 모두 국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이지만, 불법으로 집행된 돈은 한푼도 환수되지 않았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