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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마음 사면 농촌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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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서원농협 이규삼 조합장 '조합원 생산물 100% 팔아주기'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에서 벤치마킹 대상 1호로 변신


[횡성(강원도) = 고형광 기자]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 대상 1호였던 시골의 조그만 농협이 10여년 만에 최우량 농협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다른 농협들의 벤치마킹 대상 1호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동안 이 농협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인구 2000명 정도의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에 위치한 서원농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당시 농협 내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지목됐다. 판매 사업 부진과 60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의욕은 바닥이었다.

그러던 이 농협에 이규삼 조합장(60·사진)이 새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 조합장은 농협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유통과 판매'가 서원농협을 되살리기 위한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조합원 농산물 100% 팔아주기'에 역점을 뒀다. 돈 장사를 하는 '신용사업'보다는 지역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전국 각지로 팔아주는 '경제사업' 중심의 농협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

이후 서원농협은 고사리, 된장에서부터 30여가지의 곡물을 혼합한 선식에 이르기까지 조합원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품목이라면 어떤 것이든 판매했다. 이때부터 서원농협에는 '무엇이든 팔아주는 농협'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 이규삼 서원농협 조합장이 농산물 가공공장 옆에 마련된 된장독을 둘러보고 있다. 이 조합장은 서원농협을 구조조정 대상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다.

▲ 이규삼 서원농협 조합장이 농산물 가공공장 옆에 마련된 된장독을 둘러보고 있다. 이 조합장은 서원농협을 구조조정 대상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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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소극적이던 조합원들도 점차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서울, 경기도 등 대도시로 농산물을 들고 나가 직거래를 시작했다. 새벽부터 그날 팔 상품을 준비해 매일같이 서울로 향했다. 직거래 장소는 도시의 농협 지점들을 활용했다. 신선한 농산물을 마트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들도 대만족이었다. 1998년 1곳에서 출발한 직거래장터는 현재 23곳까지 확대됐다.

판매량이 늘다 보니 시골 마을에 가공공장까지 들어섰고, 히트상품도 연이어 나왔다. 참숯, 삶은 나물, 분말된장 등 '전국 농협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상품만 14종에 달한다.

변화는 눈부셨다. 1998년 94억원 정도였던 매출은 2010년 33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자금력도 튼튼해졌다. 특히 서원농협은 2008년 이후 수익의 80% 이상을 경제사업에서 창출하고 있다. 1170개에 달하는 일반 다른 농협들이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타지역 농협 직원과 조합원들이 이 시골 마을을 찾는 이유도 이 같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서원농협의 효자 품목은 단연 선식이다. 강원도 일대 농산물은 물론이고, 제주 지역 농협에서도 곡물을 팔아달라며 올려보낼 정도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일본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미국 수출길도 열린다.

서원농협의 한우 위탁 사업도 조합원들에게 인기다. 농협에서 한우를 분양해주고 사료를 포함한 사육비와 판로는 농협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조합원은 소만 잘 키우면 한 마리당 월 5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지급 받는다. 소 200마리를 키워 월 1000만원씩 벌고 있는 농가도 있다. 조합원 서모(66)씨는 "소 값 파동이나 사료값 상승에도 끄떡없다. 한우위탁 사업 덕분에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규삼 조합장은 서원농협의 성공비결을 "조합원인 농민들의 마음을 산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지역에서 만든 농산물을 믿어주고 이용해준다면 분명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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