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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목사님, 세금 좀 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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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집단 중 하나가 기독교다. 현직 대통령부터 상장기업 임원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기독교인'이라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기독교는 조선시대 말기부터 의료ㆍ교육 사업을 통해 이 땅에 감동을 주었다. 6ㆍ25 한국전쟁과 산업화 및 민주화 과정에서 교회는 힘없고 쫓기고 굶주린 사람들을 보듬었다. 이를 눈으로 본 청소년들이 자라 기독교인이고 되고 사회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나 목사가 헌신적이고 희생적임에도 요즘 기독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혹독하다. 교회 세습, 불투명한 교회 재정, 성폭력, 교회권력의 타락 등이 주된 요인이다. 이젠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오히려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 부끄럽고 통탄할 일이다.
최근 불거진 목사 사례비에 대한 세금납부 시비도 그렇다. 먼저 세법 차원에서 보면 논쟁거리조차 안 된다. 정치권에서 기독교인의 표를 의식해 멈칫하고 있을 뿐이다.

첫째, 세법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 목사 사례비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엄연한 소득이다. 그 많은 돈이 소득이 아니면 용돈인가. 모자(母子)지간 용돈도 큰 금액이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둘째,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정치는 교회 수입에 비과세한다. 하지만 교회로부터 돈을 지급 받는 목사는 이와 상관없다. '아니, 우리 목사님이 근로자라니?' 이는 교회 안에서나 할 말이지 교회 밖 세상에 대고 할 말은 아니다. 근로자인들 뭐가 어떤가. 목사는 예수님에게 고용된 자 아닌가. 특권의식이다. 헌법은 특권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군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군목은 세금을 낸다.

셋째, 미국과 유럽에선 목사 사례비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유독 한국만 반대한다. 이중과세라 안 된다? 월급쟁이는 소득세 내고 남은 돈으로 생필품을 살 때 또 부가가치세를 낸다. 이중과세다. 헌법재판소는 과세기술상의 문제라면서 이중과세는 위헌이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종교 차원에서 보아도 이 논쟁은 교회에 유익하지 못하다. 첫째, 예수님조차 자기 집인 성전을 드나들면서 당시 유대 법에 따라 성전세를 납부했다. 당시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불필요한 논쟁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목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친 사람이다. 세상과 쓸데없이 다툴 이유와 시간이 없다.

둘째, 전도에 걸림돌이 된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의사의 치료를 받듯 마음과 영혼이 아프면 교회에서 목사로부터 치유를 받는다. 교회의 본질과 목사의 기능은 분명 고귀하고 소중하다. 이를 통해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 때문에 비난을 애써 사서 들을 이유가 무엇인가.

셋째, 납세자가 되면 금전적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여러 제도적 혜택이 부여된다. 통계상 90% 이상의 목사는 설사 세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도입돼도 면세점 이하로 실질적인 금전 부담은 거의 없다.

넷째, 세금 납부를 통해 교회의 재정과 집행이 투명해진다. 이를 제대로 하려면 모든 것이 정직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했다. 정직하지 않은 교회나 목사가 어떻게 세상에 대해 바르게 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기독교인은 매일 예수님에게 내가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물어보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자이다. 존재와 당위라는 문제의식을 늘 머리맡에 두고 사는 사람이다. 세상은 아직도 교회에 기대가 남아 있어서 애증 어린 비판을 하고 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세금 납부는 최소한의 사회규칙이다. 목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예수님도 스스로 납부하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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