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人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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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해군을 해적으로 매도하는 사태가 벌어져 사회적 논란이 크게 일어난 적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 해군을 해적으로 매도한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장보고와 이순신 제독의 피를 물려받은 해군의 입장에서 볼 때, 해적 발언은 도저히 용서하기가 어렵고, 또 이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군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군인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 록히드 마틴사의 전 회장 및 대표이사를 지냈던 노먼 어거스틴은 장병들의 봉급을 1.4% 인상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의회가 추가 인상을 제안하자, 각 군 참모총장들이 합의하여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서 대통령이 제안한 1.4% 인상안에 동의하기로 했다는 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 장병들의 희생과 노고에 다음과 같은 말로 감사를 표명하였다.

“저는 한때 약 200,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민간회사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휘하 직원들 중에서 다음과 같은 직업 또는 직책에 종사하던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 걸릴지 모르는 비상에 따라 출격할 대비를 해야 하는 직업: 가족을 고향에 남겨두고 전 세계 어딘가로 갑자기 파견근무를 나가버릴 수도 있는 직업: 자녀들이 2~3년마다 전학을 갈 수밖에 없는 직업: 많은 경우 평균이하의 주거환경을 감내해야 하는 직업: 본인 의사에 따라 언제든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서기 어려운 직업: 은퇴하기 전까지 그 누군가는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할 것이 분명한 직업: 민간인들의 직업 중에서 이와 동등하다고 할 만한 희생을 감내하는 직업이 과연 있습니까?”


이처럼 군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 정치지도자, 그리고 민간기업의 CEO가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군인들을 사랑하고, 또 그들의 희생과 노고를 치하하니, 국민들도 군인들을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회적 분위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나 노먼 전회장처럼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실 미국의 군인이든 한국의 군인이든, 소위 직업군인은 엄청난 희생을 요구받는다. 그걸 알면서도 국가와의 계약을 통해 그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군인인 것이다. 20살 젊은이가 육·해·공 사관학교에 지원하고, 또 대학 재학 중에 3사관학교로 진학하거나, ROTC를 지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목숨을 던지겠다는 계약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자기 목숨을 국가에 전적으로 맡기는 행위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이런 계약을 통해 직업군인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수십 년 간 전국 방방곡곡 그 어딘가를 매 2년마다 옮겨 다니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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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직업군인들이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군 부대 근처가 아닌 곳에서 군복을 입고 시내 거리를 활보하는 장교 및 부사관들을 보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해군을 해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찌 보면 개념 없는 ‘무뇌녀’(無腦女)의 철없는 발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부분적으로는 군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군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이 안보문제에 대한 ‘정책처방’의 출발점이다. 군인을 비하하고 경멸하는 나라치고 국가안전보장이 잘되는 나라는 없다. 군인을 사랑하는 사회적 기풍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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