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9800원. 1만3800원. 1만7900원.


단위별로 딱 떨어지지 않는 이 숫자들은 최근 판매되고 있는 책값이다. 의류나 식품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가격 단위라 소비자들은 책값을 지불할 때 상당히 의아해 한다. 1만원,1만4000원, 1만8000원이 아닌 이 가격들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단수 가격'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7일 "책 가격이 1만원이면 1만원, 1만5000원이면 1만5000원 이렇게 딱 떨어지게 하지 않는 것은 단수 가격 정책 때문"이라면서 "1만원 짜리 물건보다 9900원 짜리 물건을 훨씬 더 싸게 느끼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토로했다.


단수 가격은 반올림된 숫자보다 아주 조금 낮은 숫자로 매겨진 가격을 말한다. 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물건이 다른 물건보다 '더 싼 물건'이라는 느낌을 준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임팩트가 클 수밖에 없다. 단수 가격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라 여러 실험 결과로 증명된 사실이다.

윌리엄 파운드스톤은 '가격은 없다'에서 단수 가격, 특히 숫자 '9'가 들어간 가격에 대한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류 상점을 운영하던 데이비드 골드는 창고에 남은 와인들을 처리하려고 '세계의 와인, 당신의 선택은 99센트'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람들은 99센트란 가격이 붙은 모든 와인을 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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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떨이 처분할 와인들의 가격은 79센트에서 1.49달러 사이였다. 79센트 짜리 와인이 오히려 99센트에 더 잘 팔렸고, 89센트나 1.49달러 짜리 와인도 99센트에 더 잘 팔린 것이다.


출판사가 이런 숫자 장난에 빠진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책이 안 팔리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어요?"라고 반문하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처럼 요즘 출판 불황, 책 읽지 않는 대한민국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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