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공무원이 낸 포퓰리즘 선심공약 경계 '詩' 잔잔한감동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수원=이영규 기자]현직 공무원이 4년마다 되풀이 되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포퓰리즘적 선심성 공약남발을 경계하는 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겸이란 필명으로 지난 2003년 격월간지 '시사사'로 등단해 10여 년째 중앙문단에서 시인으로 활동 중인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정승렬 인사담당사무관(사진).
정 사무관은 월간 신동아 3월호에 자신의 시 '공갈꽃'을 발표하며 또 한 번 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이 시에서 '평화를 위한 구원의 나팔수로/ 세상에 좋다는 소리는 모두 따 붙여 가며 4년마다 피는 꽃, 파리지옥 같은/ 공ㆍ갈ㆍ꽃'이라며 총선 때면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선거철 공약 남발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계를 주문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아무 나무에 물거름 주지마세요/ 이번에는 튼실하고 향기 좋은 꽃, 제대로 찍어보세요/ 언뜻 불어 온 봄바람에 흔들리지 마세요/ 촛불에 현혹되면 안 돼요'라며 유권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민도(民度)가 높아진 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프리카 사막에 피어난 재스민 같은/ 그 꽃, 기어코 만나고 싶어요'라며 아프리카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시작된 개혁과 개방의 물결이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듯이 대한민국에서도 개인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몫을 다해 이번 선거에서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길 기대한다며 시를 마무리했다.

공직자로서는 터치하기 힘든 사회 고발적인 이야기를 여러 색깔의 무늬와 비유를 통해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시인 정겸의 '공갈꽃'.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도청 직원들은 물론,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회자되며 감명 깊게 읽었다는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아이디 '책사랑'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청에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동료 시인의 작품으로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시로 감명 있게 읽었기에 올려봅니다"라며 글을 올렸다.

시인 손현숙씨는 서평에서 "시를 읽어가면서 재스민 혁명 보다 더 생명력이 강한 우리나라꽃 무궁화혁명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아자 아자, 파이팅! 대한민국의 공무원입니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1957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정 사무관은 시집 '공무원'(한국문연)이 있으며, 현재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아래는 신동아 3월호에 실린 시인 정겸의 공갈꽃>

공갈꽃(정겸)

여의도 서편에 자리 잡은 아고라 정원
울긋불긋한 꽃들이 정결한 척, 한바탕 피어 있다

자유와 민주, 평화를 위한 구원의 나팔수라며
세상에 좋다는 소리는 모두 따 붙여 가며
4년마다 피는 꽃, 파리지옥 같은
공ㆍ갈ㆍ꽃

아무 꽃나무에 물거름 주어도
꽃놀이패라며 흥얼거리다 꽃 농사 망친 아버지
파랑꽃 노랑꽃 빨강꽃…
꽃 소리만 들어도 질린다 했다

아버지, 이제는 아무 나무에 물거름 주지마세요
이번에는 튼실하고 향기 좋은 꽃, 제대로 찍어보세요
언뜻 불어 온 봄바람에 흔들리지 마세요
촛불에 현혹되면 안 돼요

아프리카 사막에 피어난 재스민 같은
그 꽃, 기어코 만나고 싶어요



이영규 기자 fortune@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