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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 내 인생의 수강신청

최종수정 2012.03.07 14:54 기사입력 2012.03.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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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양재찬 논설실장

3월 첫 주, 대학이 개강했다. 새 학기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교수나 듣는 학생이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자기소개를 하며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다. 여기서 많은 것을 얻어 가겠다고 다짐한다. 첫 시간이 끝나면 으레 한 무리의 학생들이 교수에게 몰려든다. 추가 수강신청을 하려는 이들이다. 사연은 비슷하다. 수강신청 개시와 함께 클릭했는데 이미 정원이 꽉 찼다고 한다. 복학(편입)했는데 수강신청 기간이 지났다고 호소한다. 자기소개 때보다 훨씬 절실한 목소리로 이 수업을 꼭 들어야 하는 이유를 힘주어 말한다.

대학가의 2월 말은 졸업식과 환송회로, 3월 초는 입학식과 오티(OT)ㆍ엠티(MT)로 술렁인다. 달력 한 장, 아니 불과 며칠 시차를 두고 신입생은 풋풋한 새내기로, 졸업생은 사회 초년병 아니면 백수로 혼돈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신입생 시절 설렘과 새 학기 수강신청 때의 다짐이 자리 잡았던 가슴에 어느새 실망과 포기가 똬리를 튼다. 미처 쌓지 못한 스펙과 취업 걱정에 대학 교문을 나서기가 두렵다. 고민 끝에 졸업을 유예한 채 휴학계를 쓴다. 휴학까지 하며 졸업을 기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1년 먼저 졸업하나 늦게 하나 사회는 어차피 거쳐야 하는 '제2의 학교'다.

자율학습과 눈높이수업으로 탁월한 학습효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경남 거창고등학교에 가면 '직업선택의 10계명'이 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을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인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 그리고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하나같이 우리가 흔히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계명이다. 반드시 지키라는 뜻일까? 아닐 것이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작은 이익에 안주하지 말고 멀리 높이 크게 보라는 말이다. 오늘 힘들어도 내일 웃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하라는 얘기다. 열악한 곳에서 온몸으로 체득하는 고통의 수업료가 비쌀수록 더 귀하고 많은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사회라는 학교에서 인간관계, 자기관리와 의사소통 방법, 업무 노하우 등 굵직굵직한 과목을 실습하는 데 많지는 않지만 월급도 주니 좋지 아니한가.

졸업은 대학이라는 작은 학교를 나와 더 큰 삶의 학교로 가는 교문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 문턱을 넘으며 재수ㆍ삼수를 할 수도, 다른 데로 편입할 수도 있다. 이왕 다니는 거라면 휴학하지 말고 열심히 즐겁게 다니자. 중요한 것은 아직 그대의 나이가 젊다는 점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인생시계란 개념이 나온다. 우리가 여든에 죽는다고 보고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스물다섯은 아침 7시30분이다. 평균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제 100세 시대다.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20대 청춘은 이제 겨우 동도 트기 전인 새벽 5시다.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자. 스스로 선택한 길을 자신의 속도로 뚜벅뚜벅 걷다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의미 있는 일, 가치 있는 노정이 펼쳐질 것이다.

지난달 말 졸업했는가? 생명이 움트는 3월에 인생학교 입학을 환영한다. 대학 다닐 때 새 학기 수강신청 하던 자세로 인생학교도 시작해라. 취업도, 결혼도, 육아도 두려워 마라! 별것 아니다. jayang@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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