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소재가 현실의 최고 그룹에서 일어나다보니 더욱 짜릿하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상속 소송을 제기했을때만 해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 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는 CJ측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도 상속 소송에 가세하면서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쉴 틈도 안주고 막이 시작되자 마자 상황이 돌변하고 있다 보니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뒷 얘기가 기다려진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결국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나섰다. 한솔그룹은 "상속 문제는 1987년 이병철 회장 타계 당시에 이미 정리된 일이다. 그런 일을 이제 와서 다시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하와이에 체류 중인 이 고문의 입장을 전했다.
삼성과 CJ그룹간 불화가 이어질 때도 침묵을 지켰던 이 고문이 입을 뗀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모든 상속을 마친 현 상황에서 차명 재산이 나타났다 해서 이를 유산 상속 분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는 얘기다. 또 삼성이 자칫 집안싸움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 고문은 평소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것을 대견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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