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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주년 Review China]1개씩만 팔아도 15억개···'대박의 대륙' 꿈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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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1회> 중국 진출, 이러면 실패한다
언어·생활습관 등 모든것이 난관
막연한 기대감 보다 철저한 준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중국에서 실패하는 사람들이요? 중국을 무시했기 때문이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 상하이 서남부에 위치한 홍첸루, 한글 간판이 한자어보다 더 많이 보이는 한인타운이다. 한때 서울에서 '사장님' 소리를 듣던 김진형(가명·45)씨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사실상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2004년 중국에서 밸브 사업을 시작하려다 막대한 돈을 한순간에 날렸다. 중국말이 서툰 그가 조선족 브로커의 말만 믿고 사업자금을 댔다가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그 뒤 다시 부지를 얻어 공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인허가가 너무 복잡했고, 중국 정부 당국자도 차일피일 시간만 미루기 일쑤였다. 그러기를 3년, 그는 20억원이 넘는 돈을 까먹었다. 그는 “중국을 모른 채 깔본 것이 문제였다. 지금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다”고 했다.

중국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꽤나 성공했던 기업인들도 대륙에서는 곧잘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하루에 이쑤시개 1개만 팔아도 15억개 아니냐'는 기대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김상철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관장은 “20년간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거의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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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은 기회의 땅이다. 상하이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만 하루 평균 1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신규법인 수도 828개다. 2000년대 중반 매년 2000여개 기업이 중국에 발을 디딘 것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숫자다. 중국에서 실패한 기업들의 다섯 가지 공통점을 찾아봤다.
◆중국을 모른다= 중국에서 실패한 기업인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중국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중국에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의 기본인 현지 언어는 물론 인허가 제도와 법규, 현지 문화 등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한국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하며 나름대로 성공의 맛을 본 경우에 이 같은 과도한 자신감에 빠지기도 한다. 몇몇 현지인이나 조선족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씨는 “눈과 귀가 막혀 있었다”며 “먼저 사업을 해온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현지화에 실패했다= 중국에서의 성패는 사람, 제품, 유통망의 현지화에 달려있다. 많은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고집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대형마트가 생선의 내장까지 깨끗하게 손질해 내놓았지만 거의 팔지 못했던 사례는 유명한 일화다. 살아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은 큰 수족관이 있는 마트에서 생선을 산 채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육류도 미리 부위별로 잘라놓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확인한 후 잘라내 판다. 인력 현지화도 문제다. 쑤저우에서 제조업을 하는 한 기업인은 “많은 기업들이 한국에서 주재원을 경영진으로 파견하고 중국 직원은 부리는 사람으로만 대한다”며 “중국 시장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끼리 마케팅 방안을 논의해봤자 어설픈 현지화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관시에만 기댔다= 중국의 '관시(關係)'에 대한 그릇된 믿음도 사업을 망치는 주요인이다. 관시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칭다오에서 수제화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박경수(가명)씨는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에서 제도와 원칙을 지키는 것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상에 공짜란 없다. 한번 편법이 통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계속 유효하지 않고, 후에 재앙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리들이 위법상황에서 뇌물을 주는 회사에 반복적으로 손을 벌리고, 편법을 쓰다 내부협박 등 분쟁에 휩싸이기도 한다. 박씨는 “정부 관계자와 밥 몇끼, 술 몇잔 하고 관시를 쌓았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오산이었다. 그것은 관시가 아니다”라며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법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본사 눈치보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 의사결정구조 때문에 현지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사업 책임자가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칼을 쥐고 있는 본사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신속한 대응과 마케팅 전략을 펼치지 못하는 장애물로도 작용한다. 상하이의 한 기업인은 “한국 본사에서 중국 전략의 칼을 쥐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현지에 나온 주재원이 어느 정도 시장을 알아갈 쯤엔 다시 주재원이 바뀐다. 결국 그 기업은 영원히 크지 못하고 쳇바퀴 도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빨리빨리' 조급증=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당장 매상을 올리기 위해 외상결제를 했다가 돈 떼인 사례는 물론, 단시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금세 철수를 결정하는 경우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베이커리업체인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는 비슷한 시기에 상하이에 매장을 오픈했지만 뚜레쥬르가 철수한 데 비해 파리바게뜨는 상하이에만 34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재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진출하자마자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중국인에게 꾸준히 파고 들어가면 어느 순간부터 매출이 급증하며 중국인이 사랑하는 브랜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조영주 차장, 지연진·조슬기나·최대열·이창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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