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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앵그리버드에 성난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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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요즘 국내 게임업계는 잔뜩 화를 내고 있다. '앵그리버드' 때문에 성이 난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새총의 원리를 이용해 목표물을 맞히는 스마트폰 전용 게임으로 전 세계에서 6억회 이상 내려받기가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핀란드 게임업체 로비오 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다.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할 만한 게임이다. 그런데 이 게임이 국내 중소업체들의 울분을 자아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찰청이 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홍보에 무료로 활용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앵그리버드가 학생들이 접하기 쉽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눈높이에 맞는 홍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이 도를 넘어 경찰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일이 터지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경찰이 인지도 높은 게임으로 예방에 나서려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결정으로 국내 중소 게임업체는 완전히 넋이 빠져버렸다. 게임이 학교폭력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해서 정부는 셧다운제(밤 12시 이후 온라인 게임 차단제도)니 쿨링오프제(접속 2시간 후 자동차단하는 제도) 등의 규제를 내놓았다. 이것도 모자라 경찰청은 게임을 폭력근절과 예방홍보에 쓰겠다며 외국 캐릭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게임만 10년 이상 개발해왔다는 한 중소업체 대표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는 "캐릭터를 개발하고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여 한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지만 정부가 캐릭터를 홍보에 쓰겠다고 제안하며 접근하는 사례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기가 시기와 질투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쟁기업의 게임과 캐릭터였더라면 차라리 좋았겠다고 말했다. 앵그리버드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경쟁하는 듯한 국내 언론의 보도 덕분에 학생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게임이자 캐릭터다. 정부가 국내 게임은 폭력의 온상처럼 여겨 단죄하면서 외국 게임은 후대하니 게임업체들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사례는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잘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뮤지컬 등에서 청년층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게임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나 교육과학기술부는 규제 쪽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한쪽에서는 게임을 진흥하겠다는데 다른 쪽에서는 꺾어버리겠다고 벼르는 형국이다. 이러니 위험부담이 큰 게임개발에 선뜻 나설 리 없다. 일자리 창출과 콘텐츠 수출은 대자본 없이는,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 게임업체 대표의 말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다.
무릇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할 때는 반드시 그것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반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서 그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찰청이 국내 게임업계를 말살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학교 폭력이 도를 넘었으니 예방하려는 그 뜻은 누가 봐도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런 결정은 중소업계를 좌절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쯤은 쉽게 짐작했으리라고 본다.

학교폭력이 이것으로 예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과연 그렇게 될까?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영악하고 악랄한지, 현재의 처벌수준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학교폭력을 당해보지 않은 교사와 교육당국, 사법당국은 모른다. 아니 모른 체하는지도 모른다.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정부에는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러나 순진한 생각으로 접근하지 말 것을 권한다. 국내 게임업계를 성나게 하는 '앵그리버드'가 해결책이라고 믿고 싶은가? 영화 '싸움의 기술'을 한번 보라!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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