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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돈봉투 수사, 상전무죄(上典無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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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돈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혹시 했는데 역시로 끝났다. 정치권 비리에 대해 이번에는 좀 다른 자세를 보일까 기대했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늘 그래왔듯 힘과 돈이 있는 자 감싸기였고, 몸통은 파헤치지 않은 채 깃털 하나 뽑는 식이었다. 이런 수사 결과를 놓고 집권세력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사이 야권은 국정조사에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다.

검찰은 어제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비서관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장을 사법처리하는 의지를 보여 주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돈봉투가 몇 개나 뿌려졌는지,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혀진 게 없다. 검찰은 "노력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데, 바로 그런 걸 확인하고 확보하라고 검찰이 존재한다. 검찰의 직무유기다.
검찰은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돈봉부를 전달하도록 했다는 의심이 가지만 증거가 부족하고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지난 13일 사퇴서를 냈는데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아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전당대회 때 지역구 구의원에게 금품 살포를 지시한 혐의로 안병용 당협위원장은 일찌감치 구속됐다. 돈봉투 전달의 말단 심부름꾼은 수갑을 차고 정작 기획ㆍ지시한 윗선들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로도 모자라 '상전무죄 하인유죄(上典無罪 下人有罪)'란 말까지 나돌까 걱정스럽다.

돈봉투 수사 결과가 발표된 같은 날 저축은행 사태와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태광그룹 오너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호진 전 태광 회장에게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하는 한편 이 회장의 모친을 법정구속함으로써 이례적으로 모자에게 동시에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법부는 가진 자 및 경제범죄에 대해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부러진 화살'을 이으려고 애쓰는 분위기인 반면 검찰은 구태와 관행을 벗지 못한 채 스스로 날 선 칼을 부러뜨리는 격이다. 대형 비리 의혹 사건 및 정치 스캔들에 나약한 수사 태도는 검찰 스스로 존립의 의미를 훼손할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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