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어제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비서관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장을 사법처리하는 의지를 보여 주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돈봉투가 몇 개나 뿌려졌는지,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혀진 게 없다. 검찰은 "노력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데, 바로 그런 걸 확인하고 확보하라고 검찰이 존재한다. 검찰의 직무유기다.
돈봉투 수사 결과가 발표된 같은 날 저축은행 사태와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태광그룹 오너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호진 전 태광 회장에게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하는 한편 이 회장의 모친을 법정구속함으로써 이례적으로 모자에게 동시에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법부는 가진 자 및 경제범죄에 대해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부러진 화살'을 이으려고 애쓰는 분위기인 반면 검찰은 구태와 관행을 벗지 못한 채 스스로 날 선 칼을 부러뜨리는 격이다. 대형 비리 의혹 사건 및 정치 스캔들에 나약한 수사 태도는 검찰 스스로 존립의 의미를 훼손할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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