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융권 입니다" 모객 후 저축銀·캐피탈서 대출 유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 "신용대출심사 기준이 대폭완화 돼 안내드립니다. 8등급 안이면 대출 가능하십니다. 저렴한 금리에 1금융상품으로 이용하십시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씨(38세ㆍ 남)는 최근 이 같은 문자를 한 통 받았다. 마침 회사 자금사정으로 월급이 지급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든 터였다. 서둘러 전화했지만 최씨가 다니는 회사의 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담사는 이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대출모집인의 위법 대출알선이 도마위에 올랐다. '저렴한 금리의 1금융권'을 내세워 모객을 한 뒤 대출 문의가 들어오면 계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업체를 알선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직접적인 제재 대신 각 은행에서 자체 징계토록 하고 있어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와 한국씨티의 대출모집인 수는 각각 1856명, 120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출모집인 수가 총 5953명임을 감안하면 두 외국계은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셈이다. 이들 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자체 점포가 적어 대출모집인을 통해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모집인들이 '외국계 은행'을 내세우며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소속 은행의 대출만 알선하고 업무를 대행할 수 있지만 계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으로 대출을 연계해주고 있다. 특히 고객들에게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볼 것을 권유하면서 '1금융권 소속'이란 사실을 강조한다.


감독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직접적인 제재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감독총괄팀 관계자는 "규정상 소속회사 외에 다른 금융회사로의 대출 알선은 금지하고 있다"면서 " 실태점검을 통해 외국계 은행 등에서 이 같은 사례를 적발했으나 직접적인 제재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에 통보해 해당 모집인에게 불이익을 가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와 SC는 은행업의 스팩트럼 상 저축은행과 업권이 크게 겹친다"면서 "막상 따져보면 대출 금리 역시 저축은행과 다를 바 없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대출상담사는 은행 직원이 아니라 위탁계약을 맺은 법인의 소속"이라면서 "대출모집인이 많아 일괄 관리가 어렵다보니 일부가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대출업무를 알선한 경우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서면경고ㆍ영업정지ㆍ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관리감독이 소홀한 대출모집 법인에 대해서는 제재위원회를 열어 서면경고ㆍ리크루팅 정지ㆍ영업정지ㆍ법인운용수수료 차감ㆍ계약해지 등의 절차에 따라 제재하고 있다"면서 "반기 1회 이상 대출 모집법인에 대한 불시점검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위법 영업을 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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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대출모집인: 은행 등 특정 금융회사와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온라인 포함) 신청상담, 신청서 접수 및 전달 등 금융회사가 위탁한 업무를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적사항과 소속은행, 등록번호를 은행연합회에 등록한 뒤 활동해야 하며 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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