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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심사와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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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의 여의도프리즘]# ‘한미 FTA 폐기론’을 둘러싼 범여권과 범야권의 공방이 정치공학적으론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판정승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한미 FTA 문제는 아무래도 야권에 유리한 사안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당은 국회통과 과정에서부터 너무 많은 문제점과 약점을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재협상’과 ‘폐기’라는 두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간과했고 결국 박 위원장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곤 허둥댔다.

범여권과 민주당 측의 이번 한미 FTA ‘일합’(一合)은 연말 대선이 야권에 결코 호락호락하게 전개되지만은 않을 것임을 넌지시 보여줬다.

사실상 박근혜 일극체제로 정리된 범여권과 안철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범야권의 대선구도. 여기에 다른 진보정당과의 연합전선 구축까지 범야권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한미 FTA 폐기론에 대한 민주당의 미숙한 대응 역시 통합진보당과의 총선연대 문제에서 비롯됐다.

‘안철수까지 포함해 각개 약진하다 막판에 단일화하면 필승’이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열망은 이번 사례에서 보듯 자칫 신기루로 끝날 가능성도 여전한 것이다.

# 민주당은 총선 공천심사에서 현역의원을 정치신인에 비해 까다롭게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향식 공천에서 현역 교체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의미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평가지수 중 하나인 ‘정체성’에 대한 당내의 경직된 분위기는 한번쯤 숙고해 볼 시점이 됐다고 본다.

최근 민주당 총선 입지자들 사이에선 난데없이 ‘4대강 사업’과 ‘한미 FTA’, ‘통합국면에서의 역할’ 등을 둘러싼 다양한 양심선언이 난무하고 있다.

모두가 선명한 투사요, 통합 운동가를 자처하고 나서는 상황은 옆에서 보기에도 민망하다.

민주당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1백% 찬성한 정치인들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적어도 영산강 쪽 몇몇 사업은 이 정권 이전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 것들이고 지역 주민도 일부 동조해 온 것이 사실 아닌가.

수권정당인 제1야당이라면 국정 최대 현안 중 하나인 한미 FTA에 대해서도 조건부 찬성론자가 일부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걸 꼭 이렇게 발본색원 하려는 듯 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민주당이 홍세화 선생의 진보신당처럼 무슨 ‘순혈정당’이라도 되는가. 민주노동당 마저 과거 한미 FTA 찬성론자였던 유시민 공동대표와 손잡는 세상이다.

최근의 민주당 통합과정도 시민단체 등 특정세력에게만 그 공이 돌아갈 순 없다.

특히 신당에서 아무런 자리도 노리지 않고 통합의 절차적 문제점을 거론했던 몇몇 인사들이 있다. 그들이 가점은 고사하고 혹시라도 반통합론자로 몰린다면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당내에 그런 지적마저 없었으면 ‘진짜’ 반통합 세력의 정치적, 법적 대응으로 통합 자체가 어려워 질 수도 있었다.

# 민주당 분위기가 이렇게 한쪽으로만 쏠리니 ‘한미 FTA 폐기’라는 극도로 민감한 발언이 불쑥 튀어 나오고 급기야 일부 의원과 당원들이 미국 대사관에 몰려가는 동안 누구하나 나서서 반론을 내놓지 못한 것 아닐까.

폐기론이 잘못된 것이고 미국 대사관이 성역이라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일모레 집권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FTA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선 정교한 정무적 조율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물론 보수 새누리당 성향 정치인들까지 ‘우연히’ 호남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이러저런 인연이 얽혀 민주당 공천장을 쥐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당의 한 블럭으로 자리 잡아야 할 중도적 인물군까지 씨를 말리면 민주당 자신을 위해서도 곤란하지 않을까.

중도 유권자들을 보수정당에 모두 내어 줄 요량이 아니라면 말이다. 민주당은 총선·대선 승리가 최고 개혁이자 진보라고 주장하는 대중정당 아닌가.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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