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 신용등급 깍아내리는 '미스터 가위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유럽 국가 신용등급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모리츠 크래머(사진)는 유럽 정책관계자들에게 '미스터 가위손'으로 불린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본격화된 후 S&P에서 취해진 유럽 국가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그의 손을 거쳐 결정되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크래머와 그의 팀은 36차례에 걸쳐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유로존 정부에서는 S&P에 대한 불만이 높다.

[글로벌 페이스] 모리츠 크래머 S&P 유럽 신용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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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머는 신용등급 강등은 정당하다고 옹호한다. 오히려 유럽 지도자들이 유럽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크래머는 "최근 몇 주간 취해진 정책 대응들은 유로존의 시스템적인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결하는데 부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성장한 크래머는 괴팅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능숙하다.

대학 시절의 그는 유로존의 신용등급을 깎아내리는 지금의 삶과는 다른 세계에 속해있었다. 당시 그는 개발도상국 경제에 관심이 많아 열대우림의 파괴나 철도 부설이 아프리카의 빈곤을 어떻게 감소시키는지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고민했다.


대학 시절 크래머의 지도교수였던 헤르만 사우터 교수는 크래머가 제3세계 문제와 개발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에 매우 심취해있었다며 그에게 가장 주된 관심사는 가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였다고 설명했다.


사우터 교수는 크래머가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 중 가장 뛰어났던 학생 중 한 명이었다고 평하며 그에게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연구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워싱턴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했던 크래머가 6개월 만에 그의 논문을 마무리지었다며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매우 훌륭했다고 회상했다.


크래머는 워싱턴의 미주개발은행에서 잠시 근무한 뒤 2001년 S&P 런던사무소에서 국가재정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2006년 S&P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담당 국가신용등급 수석 애널리스트로 승진했다.


신용평가사는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터진 후 뭇매를 맞았다. 위기를 알렸어야 할 신용평가사가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대형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로존 국가 신용등급을 지나치게 강등하면서 유로존 부채위기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S&P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그리스 신용등급을 한 등급 내릴 때마다 그리스 국채 금리가 평균 1%씩 올랐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S&P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과 프랑스의 최고 신용등급(AAA)을 박탈하면서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당시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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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머는 지난달 C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정치적 압력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공표한대로 반응하고 대응하며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매우 투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사우터 교수는 "크래머가 책임감이 강하고, 객관적이며,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두둔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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