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갑작스런 교육과정개편으로 교과서업체가 입은 손해, 국가가 배상하라" 판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정부가 갑자기 교육정책을 변경해 이미 개발한 과학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면 교과서업체가 입은 손해는 국가에서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교학사 등 8개 교과서 제작 업체들이 “교육과정이 개편되고 교과서 채택방법이 바뀐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교과서 개발 비용을 날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깨고, 총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교과서 검정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의 체계가 개편되고, 교과서 채택방법이 변경될 것은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교육과정 개혁에 따라 교과서 업체들이 교과서 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출하고도 그 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으므로 담당 공무원은 교육과정 개혁에 관한 진행사항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담당공무원에게는 검정실시 공고에 따라 과학 교과서를 개발 중인 업체들에게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계속 비용을 투입해 과학교과서를 완성하더라도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알림으로써 손해가 커지는 것을 방지할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8월 30일, 개정되기 이전의 교육과정인 ‘2007개정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하는 교과서 검정심사를 공고했고, 이에 따라 교학사 및 8개 교과서 제작 업체들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개발해 검정출원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교과부가 갑자기 정책을 변경해 2010년 1월, 고등학교 1학년 과학교과서를 비롯한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체계를 개편하고,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채택방법을 국정제 및 검정제에서 인정제로 변경하겠다고 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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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교과서제작업체들은 “교과부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국가교육과정 포럼’을 운영하고, 2009년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창의 중심의 미래형 과학과 교육과정 모형 개발 연구계약’을 체결하는 등 ‘2009개정교육과정’으로의 개편을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이미 개발을 끝낸 검정출원용 과학교과서가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개발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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