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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가방' 안봐? 진짜 죽이는 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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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가짜 공화국②]가방·시계·구두, 온통 짝퉁판…동방짝퉁지국···年 14조원 시장, 부끄러운 세계 10위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수상한 유럽명품들 오픈마켓에
-관세청, 밀수 신고 5000만원···중국서 유입 차단 안간힘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압수한 짝퉁 명품가방과 시계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압수한 짝퉁 명품가방과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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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언니들, 가방 안봐요? 진짜 죽이는 거 있어요.”
이태원 지하철 역에서 나와 몇 걸음을 걷다 보면 어느새 호객꾼들이 말을 붙인다. 이들을 따라 지하1층 매장에 들어가면 유명 브랜드의 '짝퉁가방'들이 즐비하다. 손님들이 가게 안을 둘러보는 동안 '짝퉁' 상인들은 단속을 피해 셔터를 내려버린다.

“더 보고 오겠다”는 인사말이라도 건네면 상인들의 인상은 험악하게 굳어진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짝퉁 지갑' 하나라도 사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냥 나오기란 쉽지 않다. 출입문을 열어주기 전에도 이들은 좌우로 바깥 동태를 살피며 단속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열어준다. 어렵게 오피스텔을 빠져나와 대로로 나가는 길목. 또 다른 호객꾼이 “가방은 사셨어요?”라며 말을 걸어온다. 대한민국 명품 짝퉁의 현 주소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짝퉁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14조원 규모로 세계 10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최근 5년간 가짜 가방 및 시계 등의 밀반입을 적발한 건수는 1597건(2조1829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07년 394건(5230억원), 2008년 328건(3407억원), 2009년 325건(7117억원), 2010년 319건(2704억원), 2011년 231건(3371억원)이 적발됐다.
박형준 관세청 조사총괄과 단장은 “주로 중국 쪽에서 짝퉁 제품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수법이 교묘해져 육안으로 봐서는 진품과 구별이 쉽지 않고 이면에 있는 수출입 자료나 돈거래 등을 통해 정상적인 수입인지를 식별한다 ”고 말했다.

양주처럼 특별한 단속기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상표권 침해가 의심되는 물품이 들어오면 그 상표권자에게 연락해 감정요청을 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위조수법이나 판매방식이 갈수록 더욱 교묘해져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짝퉁 상품의 단속이 뜸해지는 새벽 시간이면 가짜 해외 유명 명품이나 스포츠 브랜드 등이 버젓이 오픈마켓에서 거래된다. 유럽 명품뿐 아니라 해외 스포츠 브랜드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짝퉁제품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주로 거래되는 시간은 12시부터 새벽 6시 사이다. 오픈마켓이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짝퉁 검색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피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박형준 단장은 “상표법 위반 제품들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다가 최근에는 블로그나 카페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을 통해서 은밀하게 판매가 된다”고 설명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블로그나 카페, 소셜커머스 등에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접근이 차단돼 단속하기가 더욱 어렵다.

박 단장은 “짝퉁 제품을 팔 때 그들만이 쓰는 은어가 있다”면서 “'이미테이션'이나 'SA급' 등의 은어는 검색을 통해 단속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은어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보호를 받으려면 우리도 외국 업체들의 상표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상표법을 지키는 것은 해외에서 우리 기업이 보호받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중국 쪽에서 '짝퉁' 상품이 많이 유입되는데 최근에는 중국 정부에서도 상표권,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다”면서 “상호주의 하에서 함께 짝퉁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은 '짝퉁' 상품 밀수 등 부정무역을 막기 위해 밀수 사실을 알게 되면 국번없이 125 또는 홈페이지(http://www.customs.go.kr)를 통해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신고자에게는 최고 5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반대로 상표법 93조에 따라 상표권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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