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애플이 친환경 정책을 유럽으로 전격 확대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반납하면 애플 신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키로 한 것이다. 환경보호 단체로부터 유해 물질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그린피스로부터 '더러운 데이터센터나 짓는 기업'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꿈쩍 않던 애플의 과거 행적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변신이다.
'포스트 잡스'의 애플이 '콧대'를 꺾었다. '비밀주의' '독선'의 이미지를 버리고 '투명성'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976년 창립한 이후 36년만에 처음으로 협력사를 공개했고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팀 쿡이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고 난 뒤 변화다. 전문가들도 포스트 잡스 시대가 열리면서 애플이 독선적인 기질을 버리는 대신 친소비자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밀주의도 극심했다. 폭스콘 등 하청업체에서 노동자가 사망해도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협력업체에 애플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흘리고 다닐 경우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런 애플이 변화에 나선 것은 작년 8월 팀 쿡으로 CEO가 교체되면서부터다. 잡스 사망에 따른 절대 권력의 부재를 투명성과 소통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하청업체인 대만 혼하이정밀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이 논란이 되자 애플은 15일(미국 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협력업체 156개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는 "사업장의 노동 환경 개선은 오랫동안 애플의 최우선 목표였고 사업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팀 쿡 CEO의 앞선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임하늬 로아컨설팅 선임 연구원은 "애플의 CEO가 팀 쿡으로 교체되고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애플의 변화상이 표면적으로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면서 "포스트 잡스 시대에 애플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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