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증권업 실적에 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올해 증권맨들에게 두둑한 설 보너스 기대는 언감생심이 됐다. 현금으로 귀성비를 받으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고 일부 증권사는 매년 나눠주던 선물세트조차도 비용절감차원에서 재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각 증권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올해 설 연휴에 맞춰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은 이번 설에 귀성비로 현금 40만원을 준비했다. 직원들 간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이 돌아간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보다 복지수준이 나은 편"이라며 "귀성비 이외에 성과급 지급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수준으로 귀성비를 준비했다. 대우증권은 설 여비 지급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년처럼 현금을 귀성비로 지급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예년처럼 30만원 정도를 여비로 지급한다.
대형증권사보다 더 힘들었던 지난해를 보낸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선물세트나 상품권을 준비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계열사인 하이마트 상품권, 과일세트, 생선 선물세트 가운데 골라 가도록 한다.
한때 증권사의 세밑 풍경은 타 업종 종사자들이 부러워 할 정도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증권사는 임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에 귀성비까지 챙겨주곤 했다. 대형증권사들은 기본급의 50%에서 100%까지 성과급을 산정해 지급했다.
성과급 지급이 없다는 소식에 영업지점 직원들보다 본사직원들이 더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점은 매달, 또는 분기별로 인센티브가 나와 그나마 위안을 삼지만, 지원직군 직원들은 정말 빈 손으로 설을 맞아야 할 처지"라고 울상을 지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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