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지난가을부터 우리 경제발전의 주역들을 만나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필자는 수출과 공업화 정책에 기여한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홍성좌 전 상공부 차관과 오원철 전 경제수석과 같은 분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무역사, 특히 수출의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홍 차관은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진흥확대회를 6년 동안이나 맡아서 했던 분이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나머지 위장병을 얻었다고 한다. 오 수석은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공업정책을 펼쳤고, 특히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정책을 실행했던 분이다.
새삼 '그 시절을 아십니까' 노래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조달러 시대의 의미와 시사점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했지만 계속 성장을 지속해 나가는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홍 전 차관이나 오 전 수석의 말을 빌어 무역 1조달러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성장동력'은 50년을 관통하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째, 수출의 중요성이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70년대 38%, 80년대 24%, 91~95년 23%, 96~2000년 43%, 2001~2005년 65%에 이르렀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수출경쟁력을 가진 덕분에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극복할 수 있었으며 무역대국에도 오를 수 있었다. 수출의 우리 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1조달러 무역대국의 성과. 샴페인을 터뜨리고 자만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과소평가하여 제대로 그 의미를 새기지 못해서도 안될 일이다. 특히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해 온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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