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의원 정기총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2010년 결과보고 및 2011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이 빠르게 처리됐고, 기자들은 곧바로 회의장 밖으로 내쫓겼다. "회장 공석에 따른 대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전날인 24일 발표한 한명현 수석부회장의 직무대행체제는 결과적으로 하루를 못 넘겼다. 김소영 이사는 "24일 이사회는 사외이사 전원이 불참한 터라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고 연장자이자 수석부회장인 한 부회장과 의견 교환을 한 수준이었다"면서 "언론에 배포한 한 부회장의 직무대행 체제 건은 사무국의 명백한 착오였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이어 "회장 선출을 이렇게 졸속 진행하는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선출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긴급 사항에 대해서는 예외"라고 일축했다. KLPGA 정관에는 총회를 소집하기 위해서는 7일 전에 상정 안건을 대의원들에게 통보해야 하고 그 안건에 대해서만 논의하도록 돼 있다.
지금은 더욱이 KLPGA의 최대 위기다. 선종구 전 회장의 사퇴와 함께 이미 다음달 8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시즌개막전 하이마트여자오픈이 무기한 연기됐고, 방송사와의 중계권 역시 소송을 거듭할 정도로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수많은 타이틀스폰서들이 대회를 중단할 수도 있는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총회에 참석한 한 프로는 "동네 이장선거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한탄했고, 또 다른 회원은 "밥그릇 싸움 때문에 정작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당면과제들은 뒷전이 돼 결국 선수들만 피해보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누구를 위한 협회인지, 무엇을 목적으로 한 회장 선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KLPGA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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