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박자 쉬어가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매달 마지막주 열리는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회의(수출전략회의)가 지난 11월에는 생략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28일 예정됐던 회의를 돌연 취소하는 대신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각 계열사 CEO들에게 지시했다. 이날 CEO들은 계열사별로 회의를 갖고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의 무게감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반응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중요한 약속이 있을 경우 회의를 진행하는 대신 보고서로 대체하기도 했다"면서도 "보기 드물긴 하다"고 말했다.


사장단회의는 매달 개최되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회의로, 계열사별 업무 현황 및 수출 여건 등을 점검한다. 정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만큼 무게감이 상당하다. 지난 6월 미국 출장길에 오를 때도 사장단회의를 마친 후 이동할 정도였다. 비중을 고려하면 지난달 회의 생략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회의가 취소된 배경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전달할 메시지가 딱히 없어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특별히 당부할 사항이 없어 회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월 이후 국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미국, 유럽 시장 상황 역시 만만치 않은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정 회장은 오히려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임직원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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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회의에서 입을 여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올 들어 회의 때 전달한 메시지는 '품질 확보'가 주류를 이뤘으며 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출시됐을 때는 '홍보를 많이 하라'고 주문했다. 또 장마철에는 '호우에 피해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했으며 최근 내수가 급감하기 시작했을 때는 '수출물량을 확대해 올해 목표를 채울 것'을 당부했다. 회의 시간도 1시간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짧다.


그룹 내부에서는 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을 한박자 쉬어가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실적 달성과 내년 사업 계획을 위해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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