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 마종기 '동생을 위한 조시(弔詩)8- 혹은 미시령에'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동규형 시집 미시령인가 하는 것 좀 빌려줘,
너랑 마지막 나눈 말이 이 전화였구나.
나도 모르는 곳, 너와 내 말이 끝난 곳,
강원도 어디 바람 많은 곳인 모양이던데.
요즈음 네 무덤가에서 슴슴한 바람을 만나면
내가 몇 번을 잊어버리고 빌려주지 못한 미시령,
혹시 그곳에 네가 혼자 찾아간 것은 아닐까.
내년쯤 일시 귀국을 하면 꼭 찾아가봐야지,
네가 혹시 그 바람 속에 섞여 살고 있을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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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동생을 위한 조시(弔詩)8- 혹은 미시령에'
■ '외국에서 변을 당한 훈에게'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시의 마지막에 '새가 날아가버린 후에도 나뭇가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직 떨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시는 슬픔을 기록하고 있지만 슬픔을 이겨나가는 힘이기도 하다. 나도 동규형의 시 '미시령 큰 바람'을 읽으며 바람을 묻혀본다. 아 바람! 땅가죽 어디에 붙잡을 주름 하나 나무 하나 덩굴 하나 풀포기 하나 경전의 글귀 하나 없이 미시령에서 흔들렸다. 크게 춥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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