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큰 발자취를 남긴 슈퍼스타들이 속속 지휘봉을 쥐며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 다른 행보를 보이는 사령탑이 있다. 이만수 SK 감독이다.
이 감독은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전례 없던 8년의 코치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몸소 배우고 체험했던 수많은 노하우는 친정팀인 삼성이 아닌 SK에서 전수하게 됐다. 지도력은 일부 이미 공개됐다. 8월 18일 김성근 전임감독이 경질되면서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3일 ‘대행’을 떼고 SK의 4대 감독으로 정식 취임했다. 지도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된 셈이다.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국내에서 이 같은 방식을 적용시킨 감독은 전무했다. 더구나 이 감독은 초보 사령탑이다. 같은 처지에 놓였던 감독들이 첫 해 엄청난 양의 훈련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훈련은 철저한 ‘관리야구’에 가깝다. 훈련, 식사, 휴식 등 모든 부분에서 통제와 관리를 받는다. 선수들은 이 같은 시스템에 오랜 시간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인다. 일본야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프로 선수들은 처절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굳이 강요하거나 닦달하지 않아도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고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이 감독의 훈련 방식이 일본야구 스타일에 물든 한국야구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는 이유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몫이다. 주위 분위기나 환경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발적인 분위기를 강행한 이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금껏 한국야구는 우승을 위한 혈투만 있었을 뿐, 정작 시행됐어야하는 ‘합리적인 훈련’은 현실에서 배제됐다. 이 감독이 가슴과 머릿속에 지니고 있는 초심을 잃지 않길 바라며 한국야구가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기를 함께 기원해본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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