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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FA’ 신경현 “위험 무릅쓴 까닭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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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FA’ 신경현 “위험 무릅쓴 까닭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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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신경현이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했다. 권리를 획득한 건 생애 처음이다. 올해 나이는 36살. 1998년 한화에 2차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이후 14년 동안 한화의 안방을 책임졌다. 최근 3년 동안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화합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대화 감독이 강한 신뢰를 드러냈을 정도다. 그는 “신경현은 꼭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희근, 박노민, 나성용 등의 백업 포수들이 당장 공백을 메우기 부족해 보이는 까닭이다. 더구나 이희근은 군 입대까지 앞두고 있다. 하지만 FA를 신청하기까지 신경현은 고민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FA를 신청한 최영필과 이도형이 미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얻은 권리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돈 욕심 때문은 아니다. 한화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남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최근 가진 구단 측과의 첫 번째 협상은 불발됐다. 하지만 신경현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간 한화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다음은 신경현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37살이라는 적잖은 나이에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했다.
신경현(이하 신) 덤덤하다. 어찌 보면 기회가 늦게 찾아온 것 같고. 노장들이 FA를 신청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신인 때부터 줄곧 한화에서 뛰었다. 한 구단의 유니폼만 입고 FA를 선언하기 때문인지 기분이 남다르다. 내 가치를 구단에서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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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FA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고개를 내저으며)전혀. 처음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주전이 아니었다. 군 복무를 해결한 뒤에야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래서 FA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여겼던 것 같다. 매 시즌에 그저 충실하려고 했다.

스투 대졸 선수들의 FA 취득 연한을 1년 단축시키기로 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방침으로 수혜를 입었는데.

공시를 접하고 계산해보니 그 시점이 올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나름 신경이 쓰였다. FA를 따로 고려했다는 건 아니다. 그저 매 시즌 최선을 다 했다. 주위에서 흔드는 사람도 없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얻은 뜻밖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스투 한화는 지난해 FA를 선언한 이도형, 최영필 등 베테랑들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솔직히 걱정된다. FA를 신청한 나를 구단에서 어떻게 바라볼지 말이다. 내 입장은 그들과 조금 다르다. 한화에서 프로무대를 처음 밟았다. 그간 노고를 구단에서 조금이나마 인정해주지 않을까 싶다. (한숨을 내쉬며)설마 나까지 잘라내어 버릴까.

스투 좋지 못한 결말을 맺은 두 선수를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

구단의 장기적인 침체가 우려됐다. 베테랑들은 물론 이범호, 김태균까지 해외 진출을 선언해 전력의 손실이 너무 컸다. 실제로 이후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다. 최영필 선배 등 베테랑들은 FA를 선수생활의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돈을 더 받겠다는 의지가 아니었다. 1년 뒤에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지만 끝까지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구단이 2년 연속 꼴찌로 추락해 좋지 않은 결말로 연결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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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올 시즌 한화는 LG와 함께 6위를 기록했다.

조금 안심이 된다. 더구나 나는 포수다. 공백을 메울 선수들은 많지만 자리를 굳히기 쉽지 않은 포지션이다. 더구나 (이)희근이 등은 군 입대를 앞뒀다. 백업마저 여의치 않아 솔직히 여느 때보다 구단이 나를 필요하다고 여길 것 같다.

스투 FA 선언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어떠했나.

장종훈, 김민재, 정민철 등 코치진이 “네가 FA를 선언한다고?”, “네가 무슨 FA야?”라며 놀렸다. 물론 농담 뒤에는 모두 “수고가 많았다”며 칭찬해줬다. 돌이켜보면 잔부상은 많았지만 크게 다친 적이 없었다. 경기를 많이 뛴 덕에 누구보다 팀 내 투수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이점 때문에 주위에서 FA를 응원해준 것 같다.

스투 실제로 최근 주전 포수들의 이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002년 박경완이 현대에서 SK로 이적한 뒤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포수가 다른 구단에 둥지를 트면 이전 소속 구단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함께 호흡을 맞춘 투수들의 성향, 구질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타자들에 대한 약점 분석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간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누가 무슨 공에 강하고 약한지를 대략 알게 됐다. 내가 한화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뜻이다(웃음).

스투 올 시즌 103경기를 소화했다.

한대화 감독은 시즌 초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제공했다. 하지만 결국 주전 마스크는 내게 돌아왔다. 아직 기량이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과의 트레이드로 포수를 영입하기도 힘들었고.

스투 팀 내 포수들의 성장이 더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경완, 진갑용 등이 여전히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는 건 경험 때문이다. 타자와의 수 싸움 등에서 모두 노련함을 선보인다. 내가 FA를 선언할 수 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간 많은 경험을 쌓아 구단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시 생각해도 섣부른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잠시 말을 멈춘 뒤)사실 나는 대어급 선수와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 FA를 신청하고 싶었다. 나 같은 선수도 그간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걸 꼭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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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시즌이 끝날 무렵 한대화 감독이 “신경현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는데.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에 가까웠다. 내게 특별한 애정이 있어 그런 말을 꺼낸 건 아닐 것이다. 솔직히 내가 봐도 대안이 없다. 팀 내 젊은 포수들의 성장이 너무 더디다. 그렇다고 내가 칭찬을 받을 만큼 잘한 것도 아니었고. 아직은 내가 있어야 팀이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보는 것 같다. 수비에서 포수는 가장 중요한 자리니까.

스투 팀 내 포수들의 성장이 더딘 이유를 다시 진단해줄 수 있나.

프로라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 구단 선수들은 그 점이 조금 약하다. 안 되면 빨리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코칭스태프가 무언가를 알려주면 앞에서는 해내지만 이내 몸에 맞지 않는다며 이전 방식으로 돌아간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결국은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이를 먹고 난 뒤 느끼는 건 소용없다. 실직 위기를 맞았을 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올해 안 되면 내년에 하지 뭐’라는 사고로는 절대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선배들의 조언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 자신을 꾸준히 업그레이드시켜야만 나중에 후회가 덜 할 것이다.

스투 함께 훈련을 하며 안타까울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자신의 처지들을 코치 탓으로 돌리는 것이 그러했다. 프로는 스스로 해내야 하는 곳이다. 그라운드를 나설 때마다 후배들이 독기를 품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들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구단이 재건을 꾀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 팀 리빌딩에는 다소 모순이 존재한다. 강팀으로 거듭나려면 빼어난 선수들이 주전으로 나서야 하고 백업들이 조금씩 경기수를 늘려가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팀 내 몇몇 후배들은 경쟁을 너무 일찍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고참들이 재건에 따른 방출이 두려워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할 때가 있다. 후배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어렸을 때 절실함을 몰랐으니까. 내년에는 한결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투 최근 3년 동안 주장을 맡았다. 분위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꾀했을 것 같은데.

인상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파이팅을 외친다고 풀릴 문제도 아니고. 선수들 스스로가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 팀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했다. 모두가 가족처럼 지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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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포수 마스크를 쓰고 인상을 찌푸릴 때가 적지 않았는데.

투수의 공이 원하는 대로 오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한가운데로 던져”라고 요구했던 적도 몇 차례 있었다. 처음 주장을 맡은 2년 전만 해도 미팅에서 화를 자주 냈다. “정신들 좀 차리라”는 쓴 소리를 적잖게 던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방식에 변화를 줬다. 후배들이 위축되는 것 같아 고동진과 같은 중고참들에게만 따로 개선점을 전달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후배들한테는 자상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최근 3년간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스투 한화에 남는다면 내년에도 주장을 맡을 생각인가.

다른 선수에게 넘겨줄 생각이다. 후배 관리에서 손을 놓는 건 아니다. 주장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생기지 않겠나.

스투 차기 주장으로 생각해둔 후배가 있다면.

(한)상훈이다. 선수들을 이끌만한 카리스마를 지녔다. 경기에서 집중력도 좋고. 내가 없는 걸 많이 가진 친구다.

스투 정규시즌 103경기에서 타율 2할6푼6리 1홈런 27타점을 올렸다. 특히 후반기 43경기에서 타율 3할2푼3리 1홈런 16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시즌 초반 부진은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당한 부상 탓이 컸다. 1루 주자의 도루를 저지하다 손이 타자의 배트와 충돌했는데 이후 타격, 송구 등에 적잖게 애를 먹었다. 원래 날씨가 쌀쌀하면 컨디션 회복에 애를 먹는 편이기도 하다. 매년 타격감이 6월이 지나서야 살아났다. 그래서 항상 선배들이 그랬다. “4, 5월에 2할6푼만 쳐도 타율 3할 이상을 남길 거야”라고.

스투 구단에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바라고 있나.

다른 구단의 베테랑 수준이다. 한화 팬들에게 꼭 프랜차이즈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최근 후배들이 농담조로 말한다. “어디로 가시려고 그러세요?, “선배 없으면 못 산다”고. 구단 관계자도 “그간 노고를 인정한다”고 했고.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3년 동안 주장으로 고생한 걸 조금이나마 알아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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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한화 외에 다른 구단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솔직히 운이 좋은 것 같다. (이)희근이가 군대를 가는데다 팀 내 백업 포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더구나 한대화 감독의 계약은 내년이 마지막이다. 전력에서 나를 제외시키는 무리수를 두실 것 같지 않다. 이제는 성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니까.

스투 자신의 뒤를 이을 포수를 한 명 꼽는다면.

포수는 수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성용이와 (박)노민이는 이 점이 아직 모자라다. 현재는 희근이가 가장 앞서는 것 같다. 희근이와 노민이가 서로의 장점을 익힌다면 금상첨화고. 노민이는 강한 어깨를 자랑하지만 유연성이 다소 부족하다. 풋워크 등에서 약점을 보인다. 희근이는 유연하고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 대신 타격이 다소 떨어지고.

스투 고질적인 허리부상을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데.

신인 시절 강병철 감독으로부터 다이어트를 주문받은 적이 있다. 당시 몸무게가 98kg이었는데 2주 내 10kg을 감량하라고 했다. 그 때 무리를 했던 것이 허리 부상으로 연결됐다. 대전야구장 옆 공설운동장을 하루에 45바퀴씩 뛰었는데 밥을 거의 먹지 못했다. 점심이 우유 한 잔과 소보로 빵 한 개였다. 저녁은 바나나 한 개였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더니 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지더라. 그것이 부상의 시작이었다.

스투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나.

2주 내 10kg 감량에 실패하면 2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당시 연봉이 2천만 원이었다.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넋 놓고 빼앗길 수 없었다.

스투 그래서 체중 감량에 성공했나.

물론이다. 11kg을 빼고 87kg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훈련을 소화할 힘이 나지 않았다. 막내라서 허리 통증을 호소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계약을 했으니까 1년만 하자’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뛴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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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이후 허리 부상은 어떻게 치료했나.

신사동에 위치한 통증클리닉을 찾아갔다. 약물이 흔하지 않았던 때라 주사를 한 대 맞는데 80만 원을 냈다. 솔직히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루에 블로킹 연습으로 2, 3박스의 공을 소화했던 탓에 통증이 안화될 수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당시 훈련은 참 무식했다.

스투 지금도 통증에 시달리나.

군대를 다녀온 뒤로 깨끗이 나았다. 훈련을 하지 않고 쉬었더니 통증이 모두 사라졌다.

스투 7월 3일 광주 KIA전 1-1로 팽팽하던 7회 1사 주자 3루에서 이범호의 우익수 뜬공 이후 블로킹 실책을 범해 이용규의 홈 쇄도(결승득점)를 막지 못했다. 당시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카림 가르시아가 공을 잡아낸 뒤 홈으로 송구할 때 바로 1루 수비를 보던 (정)원석이게 “커트”라고 외쳤다. 그런데 경기 도중 비가 내린 탓에 그라운드가 미끄러운데다 송구마저 빨라 원석이가 공을 잡아내지 못했다. 공이 비 때문에 역회전으로 넘어왔던 걸로 기억한다. 어찌됐든 커트를 해낼 줄 알고 방심했던 내 잘못이 크다. 1년에 한 번 정도 나올까 말까한 실수였다.

스투 이틀 뒤인 7월 5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2군행을 통보받았는데.

문책성은 아니었다. 2일 KIA전에서 파울 타구에 오른손을 강타당해 내려간 것이었다. 병원에서 단순타박상이라고 했는데 엄지·검지·중지에 모두 충격을 입어 바로 한대화 감독에게 2군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7월 3일 경기를 뛴 건 구단이 위급한 상황에 놓인 까닭이었다.

스투 5월에는 파울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두 번이나 강타당해 2군으로 내려갔는데.

포수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숙명이다. 아프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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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팀 내 큰 성장이 기대되는 투수를 한 명 꼽는다면.

(안)승민이다. 제구력을 갖췄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탁월하다. 덜렁거리지만 않는다면 내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선보일 것이다. (김)혁민이는 공은 좋은데 조금 소심하다. 마운드 위에서 그걸 극복해낸다면 분명 대성할 것이다. (양)훈이는 이미 올 시즌 자신의 자리를 잡아놓았고.

스투 새내기였던 유창식의 공은 어떠했나.

생각보다 기복이 심하더라. 기대했던 것만큼은 못 해줬다고 생각한다. 1년 동안 함께 지내며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주의 깊게 들었다면 내년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아직은 투구 밸런스 등을 많이 다듬어야 한다. ‘신인 최대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부담됐을 텐데 내년에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투구에 보다 집중했으면 좋겠다.

스투 그래도 올 시즌 투수진의 전력은 한결 나아졌다.

물론이다. 올 시즌 (류)현진이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만 봐도 그러하다. 사실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조금 답답하다. 현진이는 언젠가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 것이다. (안)승민이와 (양)훈이는 군 복무를 해결해야 할 테고. 당장 내년만 생각해도 공백은 적지 않다. 윤규진과 안영명이 군 입대로 전력에서 빠진다. 한대화 감독의 고민이 클 것 같다. 결국은 승민이와 훈이가 투수진의 주축이 되어줘야 한다. 창식이까지 동반 성장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고.

스투 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량을 꾸준히 점검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나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 올해 공 던지는 습관에 변화를 줬다. 10년 이상을 함께 했던 조경택 선배가 배터리 코치로 선임됐는데 함께 이전 송구 동작을 되찾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퇴물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싶기도 했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잘못된 점은 고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생활을 오래 할 수 있다. 그 점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스투 포수라서 괴로울 때가 많을 것 같다.

그라운드에서는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뒤다. 경기를 패해 기분이 좋지 않은데 인터넷의 글들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도망가는 피칭을 주문해 경기를 내줬다는 글을 자주 읽었다. 정말 답답하다. 투수의 제구가 좋지 않아 경기 내내 애를 먹은 포수에게 어떻게 모든 화살을 돌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 경기를 승리하면 투수 덕이고 패하면 포수 탓인가. 누구한테 하소연할 수도 없는 포수들만의 괴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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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포수는 격려보다 질책에 익숙한 포지션인 것 같다.

나도 항상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싶다. 투수들에게는 완봉승을 안겨주고 싶고. 솔직히 많이 힘들다. 블로킹을 하고 파울 타구를 얻어맞으며 겪는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 시즌 때 허벅지는 늘 보라색 멍으로 물들어있다. 생각해보면 포수는 괴로운 포지션이 아니다. 외로운 자리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스투 외로움을 따로 달래는 방법이 있나.

경기 뒤 식사를 하며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신다. 푹 자두려고. 그날의 아픔을 모두 잊어야만 다음날 경기를 편안하게 치를 수 있다. 선발투수는 4일을 쉬지만 나는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 점을 팬들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스투 FA 협상을 하는 까닭에 마무리훈련에 합류하지 않았다. 최근 몸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특별히 준비하는 건 없다. 한 달 가까이 배트를 만지지 않았다. 대신 인근 산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함께 병행하고.

스투 정규시즌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얼마 전 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1년 가운데 6개월가량을 밖에서 지내다보니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많이 얼굴을 보지 못했더니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지후가 그러더라. “아빤 원정경기만 다녀?”라고.

스투 신지후 군도 학교에서 야구를 배우는데.

포수는 절대 시키지 않을 거다. 투수를 이끌어갈 때 특유 희열을 느낄 수 있지만 너무 힘든 자리다. 준비해야 할 것도 너무 많고. 포수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야구부 입단을 허락해줬다. 가능성이 보이면 한화에 입단시킬 계획이다(웃음).

스투 한화라는 구단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집이다. 14년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운동을 시켜줬다. 월급도 꼬박꼬박 통장에 넣어줬고. 어느덧 후배들의 눈빛만 봐도 그들이 무얼 말하려는지 알게 됐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정이 많이 들었다.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뛰며 팀에 우승을 안기고 싶다. 내 야구인생에서 마지막 소원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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