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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FA' 이택근, 그럴 만했던 이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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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FA' 이택근, 그럴 만했던 이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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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이택근은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핵심이다. 다 방면에서 장점을 두루 갖춘 팔방미인이다. 가장 큰 무기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 방망이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때렸다. 올 시즌은 무릎 부상에 발목을 잡혔지만 85경기에 출전, 2할9푼7리로 체면을 지켰다. 도루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14개와 10개에 그쳤다. 그러나 이 역시 부상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가 아니다. 마음을 먹고 뛴 2009년 이택근은 43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바 있다. 빠른 발은 최근 무릎 부상을 훌훌 털어내 향후 더 빛날 가능성이 높다. 통산 타율과 도루는 각각 3할8리와 103개다.

주목할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강한 어깨를 갖춘 수비다. 그는 외야는 물론 1루에서 안정된 송구와 포구를 자랑한다. 최근 2년간 범한 실책은 10개. 포지션을 번갈아 소화하면서도 실수를 거의 저지르지 않는다. 더구나 이택근은 팀 사정이 어려울 경우 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하다. 어느 구단에서든 충분히 숨은 살림꾼 노릇을 해낼 수 있다. 선수들과의 융화와 적극적인 성격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일성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프로야구 600만 관중 시대의 성공 비결’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택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이택근은 매일 새벽 각 선수들의 방을 돌아다니면서 에어컨을 껐다. ‘선수가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데 새벽에 왜 남의 방을 돌아다니느냐’며 야단을 치자 그는 ‘에어컨을 켜 놓고 잠을 자면, 다음날 몸이 무거워져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에어컨을 틀어 놓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이를 걱정하고 실천한 것이다. 당시 이택근은 ‘국가대표에 뽑혀서 자랑스럽지만 후보여서 팀에 기여하는 것이 없다. 팀에 어떻게 기여할까를 생각해 보았더니, 에어컨을 꺼 주고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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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넥센 등에서 함께 뛴 이숭용, 송지만 등도 앞선 스포츠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택근은 어떤 구단에서든 리더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이런 그에게 FA의 의미는 다소 특별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대졸 선수들의 취득 연한을 1년 단축시키기로 했다. 이택근은 그 첫 수혜자다. 타격, 주루, 수비 3박자를 모두 갖춰 많은 구단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더구나 이택근의 올해 연봉은 2억 7천만 원이다. 보상 금액이 높지 않다는 장점마저 지니고 있다.
최근 FA를 신청한 이택근을 만나 현대, 넥센, LG 등에서의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또 FA를 맞은 소감과 향후 계획에 대해 함께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이택근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정규시즌을 마치고 어떻게 지냈나.

이택근(이하 이) 오랜만에 마음 놓고 쉬었다. 일본으로 여행도 다녀왔고. 막 운동을 다시 하려는 참이다.

스투 프로 데뷔 9년 만에 극적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2009년 10월 받은 오른 무릎 관절경 수술이 무척 아쉽더라. 고려대 재학 시절 팔꿈치 때문에 수술대에 오른 적은 있지만 하반신은 처음이었다. 빨리 그라운드에 복귀하고 싶어 재활을 서두른 것이 긴 후유증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스투 복귀에 박차를 가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너무 강했다. 수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LG로 둥지를 옮겼다. 자연스럽게 실력 발휘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더라. 당시 차근차근 재활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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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2005년부터 유지했던 3할 이상 타율이 올해 2할9푼7리로 떨어졌는데.

시즌 초 판단미스 탓이 컸다.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자신했는데 아니었다. 조금 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LG 선수였단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솔직히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는 구단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데려온 선수였다. 아웃으로 물러날 때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했다.

스투 FA를 앞뒀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이후 솔직히 쉴 틈이 없었다. 하루하루를 운동에 전념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컨디션이 5, 6월 아닌 3, 4월로 앞당겨져 올라왔다. 남들보다 시즌을 빨리 맞았던 셈이다. 일본 전지훈련 때 몸 상태는 이미 100%에 가까웠다. 매 경기를 전력으로 뛰다보니 컨디션은 점점 떨어졌다. 바이오리듬을 무시하고 억지로 몸 상태를 만들었던 것이 정규시즌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스투 허리 부상에까지 시달렸는데.

문제는 무릎이었다. 재활이 잘 된 상태에서 뛰었다면 통증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무너진 몸의 밸런스를 조절하지 않고 경기에 나선 것이 또 다른 부상을 낳고 말았다. 아픔을 참고 뛰었던 걸 뒤늦게 후회했다.

스투 FA에 대한 생각이 그만큼 컸다고 봐도 되나.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LG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고 싶었다.

스투 LG에서의 2년을 되돌아본다면.

프로생활 9년 가운데 가장 아쉽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신인 때보다도 더 그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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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어떤 점들이 어려움으로 작용했나.

프런트도 마찬가지였겠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상당한 압박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박)용택이 형, (이)병규 형, (조)인성이 형 등이 많은 조언을 해줬지만 솔직히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팬들의 염원을 이뤄내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스투 선배들이 FA를 앞둔 당신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나.

그렇다. 하지만 FA를 앞뒀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열심히 뛴 건 아니다. 솔직히 이보다 더 한 상황을 많이 겪었다. 군 면제가 안 돼서 매 시즌을 마지막이라 여기고 임했다. FA 자격을 얻은 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지 않아 그저 아쉬울 뿐이다.

스투 팬들에게 미안함이 꽤 큰 듯하다.

그라운드에서 감동을 자주 받았다. 비난을 하면서도 야구장을 찾는 팬들을 볼 때마다 감사했다. 솔직히 처음 LG에 왔을 때 적응에 적잖게 애를 먹었다. 전 소속구단인 넥센에서 큰 환호와 함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잠실구장이 원정경기에 익숙했던 탓에 1회초 수비를 앞두고 혼자 스윙연습을 한 적도 있다. 동료들이 수비를 하러 나간 뒤에야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글러브를 챙겼다. 얼마나 민망하던지(웃음).

스투 넥센전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백전을 하는 것 같았다. 함께 지냈던 선수들의 볼을 치려고 하니 기분이 무척 묘했다. 그래서인지 성적도 별로였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졌다.

스투 다른 경기보다 신경이 많이 쓰였나.

물론이다. 나를 키워주신 코칭스태프가 모두 지켜봤다. 다른 유니폼이라고 해도 부진한다면 그 분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다. 실력 이상을 보여주려다 보니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좋은 성적이 나오려면 이런 부분까지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택근(사진=현대 유니콘스 제공)

이택근(사진=현대 유니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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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박종훈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10월 6일 잠실 삼성전)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기회를 많이 제공받은 선수는 안타까웠을 테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그 마음이 덜 했을 거다. 하지만 모두가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뛴 것만은 분명하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몇 번을 다짐했다.

스투 경기를 3-8로 졌지만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는데.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인 것 같다. 하지만 경기를 내줘 아쉬움이 더 많았다.

스투 최근 은퇴한 이숭용이 ‘제 2의 캡틴’이 될 만한 역량을 갖춘 후배로 당신을 손꼽으며 아쉬워했다.

과찬이다. 숭용이 형은 최고의 주장이다. 개성 강한 선수들이 운집한 현대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야구도 참 잘했고. 경기에서 중요한 흐름을 끊거나 가져오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현대가 유한준, 황재균, 강정호, 이종욱 등 좋은 선수들을 배출한 건 숭용이 형과 같이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잠시 말을 멈춘 뒤)솔직히 은퇴식을 보며 많이 아쉬웠다. 더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선배다. 넥센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스투 LG로 둥지를 옮긴 뒤 중견수보다 이숭용이 맡았던 1루수로 더 많이 출전했다.

그래서 당혹스러울 때가 적지 않았다. 경기 전 1루 위주의 수비를 연습했는데 선발라인업에 중견수로 등록될 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몇 차례 있었고. 수비 위치에 따라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준비가 어긋날 때마다 솔직히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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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현재 따로 훈련을 하고 있나.

막 유산소운동을 시작했다. 잠실 인근에서 요가로 몸을 풀고 있다.

스투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닌 요가를 선택한 까닭이 궁금하다.

2008년 안영태 넥센 트레이너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됐다. 마음을 비우고 근육을 풀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 평소 스트레칭에 소홀해 근육이 타이트한 편이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칭을 통해 먼저 몸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투 LG로 팀을 옮긴 뒤에도 요가를 병행해왔나.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스투 자신만의 준비방법을 정립해놓은 것 같다.

물론이다. 몸 상태를 정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루 2시간가량 요가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보강한다. 지난해에는 이런 과정 없이 배팅훈련만 했다. 2012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스투 어느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따로 생각해놓은 구단은 없다. 그저 ‘이택근’이라는 선수를 필요로 하는 구단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LG 팬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끌어 그간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면 LG에 남을 생각이다.

이택근(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이택근(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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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김기태 감독과 따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나.

첫 단체 미팅 때 “남을 거지?”라고 물으셨다. 가볍게 건넨 말이어서 서로 웃기만 했다. 특별히 전달받은 내용은 없었다.

스투 고향이 부산이다. 롯데에 대한 생각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구단이다. 프로무대를 밟기 전 유니폼을 입고 싶었고. 하지만 어느덧 팀을 한 번 옮긴 선수가 됐다. 특정 구단에 대한 미련은 없다.

스투 자신의 장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다른 눈썰미. 좋은 선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며 많은 걸 보고 익혔다. 넥센에서 이숭용, 송지만 선배의 장점들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LG에서는 이병규, 박용택 선배를 눈여겨봤고. 그래서 FA를 앞뒀지만 아직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스투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인가.

그렇다. 야구를 잘한다기보다 남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타고난 것 같다.

스투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선배 한 명을 꼽는다면.

김동수 넥센 배터리 코치다. 3년 동안 방을 함께 쓰며 무척 힘들었다. 선배는 밤 12시만 되면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TV를 보며 웃다가도 그 시간만 되면 그러했다. 원정길에 오를 때 얼마나 애간장이 탔는지 모른다. 그런데 뒤늦게 알게 됐다. 정해진 생활 패턴이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사실을. 소중한 교훈을 전달해준 선배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이택근(사진=아레나 코리아)

이택근(사진=아레나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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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LG에서 룸메이트 박경수가 괴로움을 대물림 받았을 것 같은데.

김동수 선배를 상대한 나보단 덜했겠지만 그 친구 나름대로 힘들었을 거다(웃음). 하지만 이 같은 습관이 LG에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스투 김동수와 함께 방을 썼던 3년 동안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확신하는 듯 보인다.

물론이다. 방에서 매일 조언을 들었는데 경기를 뛰지 못하면 혼이 나기도 했다. 일부러 자리를 피하려고 밖으로 나가 스윙을 연습했는데 이 같은 패턴이 2년가량 반복되자 성적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특별히 노하우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프로에서의 입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동수 선배도 내가 이 점을 스스로 깨닫길 바랐던 것 같고. 김동수 선배를 비롯해 어린 시절 눈을 호강시켜줬던 (박)진만이 형, (전)준호 형, (박)종호 형, (송)지만이 형 등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스투 프로에서 뛰며 라이벌이 있다면.

없다. 야구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상대를 의식하는 순간 내 능력 밖의 플레이를 하게 된다. 이는 부상의 원인이 되기 쉽다. 그래서 삼진을 당해도 납득하려고 노력한다. 길게 내다볼 줄 알아야 그런 생각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스투 프로 입문 당시 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당시 현대 멤버들은 실력이 모두 월등했다.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그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었다. 2년차 때 (송)지만이 형이 현대로 건너온 것도 큰 자극제가 됐다. 내가 언제부터 주전으로 경기를 뛸 수 있었는지 아나.

이택근(사진=LG 트윈스 제공)

이택근(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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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잘 모르겠다.

2006년 4월이다. 당시 김재박 감독이 내게로 다가와 물었다. “외야 수비를 할 수 있냐?”고.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을 때 김 감독의 반응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특유 웃음을 보이며 “그럼 오늘 나가봐”라고 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그것이 프로 생활의 시작이었다.

스투 그 해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는데.

첫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내 두 달 동안 타격 1위를 기록했다. 김재박 감독의 말이 결과적으로 자극제가 됐던 셈이다. 당시 홈페이지에 ‘기억하겠다’라고 썼던 비장한 각오가 지켜져 다행이다.

스투 그 뒤 김재박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았을 것 같은데.

LG 감독이 되신 뒤 상대편으로 자주 만났는데 더그아웃에서 나를 볼 때마다 항상 웃었다. 3루 수비를 하고 있을 때 눈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번트를 대겠다며 장난스런 제스처를 보여 나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웃음).

스투 김재박 감독의 뒤를 이어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심정이 어떠했나.

솔직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시원섭섭했던 것 같다. LG는 멋진 구단이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뛰어보고 싶은 구단이다. 그러나 이전까지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었다. 야구도 승리보단 늘 즐기려는 마음으로 임했고. LG 유니폼을 입고난 뒤로 이 같은 생각은 버려야 했다. 나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각보다 적었다. 바뀐 팀과 달라진 상황이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체험한 것 같다.

스투 LG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있다면.

가족과도 같은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박)경수가 대표적이다. 야구를 제외한 모든 것에 능한 후배다(웃음). 성격도 좋고 선배들 말도 잘 듣는다. 함께 있으면 주위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 최근 위로 겸 일본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배낭 하나씩을 메고 온천 등을 돌아다녔는데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물론 경수는 돌아와 여자 친구에게 꾸지람을 들었지만(웃음). 얼마 전 훈련소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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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유명 야구선수가 되어 가장 힘든 점을 한 가지 꼽는다면.

LG 이적 뒤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팬들의 시선이 두려워 이전처럼 자유롭게 밖을 돌아다니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처음에는 무척 답답했다. 하지만 곧 즐기는 법을 깨닫게 됐다. 음악을 즐겨듣고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커피를 만드는 실력도 부쩍 늘게 됐고.

스투 직접 로스터를 이용,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커피를 마시나.

그렇다. 커피 마시는 걸 무척 즐기는데 LG 이적 뒤로 전문점을 갈 수 없어 큰맘을 먹고 로스터를 구매했다. 2만원어치 콩을 사면 한 달을 버티는데 크게 비용이 절감돼 나름 만족하고 있다.

스투 어느 구단을 가든 커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웃으며)물론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구단에서 마음껏 야구할 생각만 하고 있다. 빨리 결혼해서 아이도 갖고 싶고. 다른 선배들처럼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며 야구에 집중하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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