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고민
한땀 한땀, 그 名匠들 사라지는데...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장인이 한 땀 한 땀.' 드라마 대사로 유명해진 이 한마디는 실제로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같은 브랜드의 비슷한 디자인 제품일지라도 기계의 도움을 덜 받을수록, 손이 많이 갈수록 비싼 가격에 팔린다.
장인의 손길이 필요한 대표적인 곳은 보석과 시계 산업 분야. 정교한 세팅과 숙련된 솜씨가 더욱 빛을 발하는 분야다. 억대를 훌쩍 넘는 고가 시계 브랜드는 수천개의 부품을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하는 것에 무한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러한 브랜드의 말못한 고민 가운데 하나는 고령화되는 '장인(匠人)'을 대체할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 오랜 전통의 명품 시계와 보석 브랜드 작업장(그들은 '공방'이라 부른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연령은 해마다 고령화되고 있다. 집중력과 인내력을 요구하는 작업을 유럽 젊은이들도 기피하고 있어 젊은 피의 수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장인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 프랑스에는 가죽이나 보석 세공을 다루는 장인 학교가 있다. 이곳에서 우수 성적을 기록한 이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명품 브랜드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장인 학교 규모가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다. "우리 브랜드는 30년 이상 숙련된 솜씨의 장인들이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세팅해왔습니다. 기계로 만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장인의 손길"이라던 명품 브랜드의 자부심은 새로운 마케팅 요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전통 있는 한 시계 브랜드 대표는 "과거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장인의 고령화가 심각해졌고, 그 뒤를 잇는 장인의 수는 점차 줄어든 상태. 수작업에 의해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 제품은 더욱 비싸지고, 그 제품을 얻으려는 고객은 1년에서 2년까지 비용을 지불하고 대기 명단에 이름 올린 채 제품을 기다려야 하는 상태다.
실제로 최근 행사장에서 만난 명품 브랜드 고객은 "진작에 주문하고 기다릴 걸 그랬어요. 2년 전만해도 대기라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대기 자체도 안받아주니 답답하죠"라며 안타까워했다.
명품 시장에서는 샤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한다는 샤테크 가 이런 현상을 표현해왔다. 이제 우량주를 구입하는 것보다 장인의 손길로 완성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부를 축적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이 시대 마지막 장인이 만든 마지막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될 시계와 보석, 가방 등이 머지않아 명품 시장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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