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감독대행(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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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우리 선수들을 믿습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의 단골 코멘트다. 이른바 ‘믿음의 야구.’ 겉보기 언행은 일치한다. 손뼉, 괴성 등 다양한 동작으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승리 뒤 항상 즐겨 찾는 단어는 ‘믿음.’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플레이오프 ‘미디어 데이’도 다르지 않았다. 1~4선발을 차례로 공개하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SK는 적지에서 1승 1패를 거두고 홈경기를 준비한다. 이 대행은 “홈에서는 자신 있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안방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34승 31패로 52.3%의 승률을 기록했다. 56.9%를 남긴 원정경기보다 4.6% 더 낮았다. 가을야구 통산 성적도 다르지 않았다. 홈에서 59.1%(13승 9패)였던 반면 잠실구장을 제외한 원정에서 76.2%를 기록했다.


이 대행은 선전을 장담하며 따로 이유를 대지 않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던 셈. ‘뻥카드’일지라도 선수단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2차전 패배로 쳐진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수장으로서 지녀야 하는 배짱은 ‘초보’ 딱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선수들을 믿는다”는 발언은 어떠할까. 겉보기에 플레이오프 1, 2차전은 ‘선수 야구’였다. SK는 두 경기 합쳐 대타 작전을 단 한 차례 펼쳤다. 2차전에서 호투를 펼치던 선발 브라이언 고든은 6회 구위 저하로 홈런을 내줬다. 이 대행은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의지를 보인 고든에게 세 타자와의 승부를 더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추가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호준도 다르지 않다.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2차전에서 또 한 번 4번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결과는 2타수 무안타 1볼넷. 병살타, 삼진 등으로 물러나며 이 대행의 안색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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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야구’의 빛이 항상 바랬던 건 아니다. 이 대행은 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하던 최정을 끝까지 중용했다. 제자는 4차전에서 4타점을 기록하며 믿음에 부응했다. 이는 에이스 김광현도 마찬가지. 이 대행은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 그를 플레이오프 1선발로 출격시켰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광현은 탁월한 위기관리로 3.2이닝을 자멸하지 않고 버텼다. 그 덕에 SK는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치를수록 이 대행의 팀 내 입지를 굳어지고 있다. 그 핵심은 선수에게 맡기는 야구. 어느덧 쥐고 있는 지휘봉의 색깔이 됐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성에 가깝다. 결정적인 순간 불신을 드러내는 까닭이다. 2차전 0-3로 끌려가던 7회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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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1, 2루에서 그는 ‘가을의 사나이’ 박정권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동점 혹은 역전을 위해 필요한 건 강공이었다. 박정권은 두 차례 번트 실패 뒤 타격 폼을 바꿔 적시타를 때렸다. 1-3으로 따라붙었지만 이 대행의 불신은 그치지 않았다. 1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안치용에게 또 한 번 번트작전을 내렸다. 그의 계산대로 SK는 1사 2, 3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강민과 정상호는 모두 내야땅볼로 물러났고 더 이상 찬스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 대행은 선수들을 굳게 신뢰한다. 그는 ‘미디어 데이’에서 2차전 선발로 송은범을 예고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른 건 고든이었다. 이 대행은 “송은범이 감기 기운에 시달린다”고 변명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코치 시절 “중요한 경기에서 부진한 건 용서할 수 있지만 몸 관리를 못해 뛰지 못하는 건 그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행은 몸 관리에 실패한 송은범을 질책하지 않았다. 혹시 ‘뻥카드’는 아니었을까.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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