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1. 세잇단 음표


지난 9월말 이후 주식시장은 연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불과 3주만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급격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급격함과 빠르기로 치자면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의 서곡의 연속된 세잇단 음표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유로/달러화 환율은 불과 2-3주 사이에 5% 이상의 진폭을 보였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3.8% 절상됐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를 유로존 부채 위기 해결에 대한 ‘희망’ 또는 ‘안도감’ 때문으로 보았고, 일부는 공매도 세력들이 포지션 청산 때문(short sqeeze)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도이치뱅크의 전략가 알란 러스킨은 지난 주말 고객에게 보낸 노트에서 정반대의 설명을 시도한다.


이같은 일시적인 완화 현상은 오히려 위험의 전주곡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로화 강세와는 달리 프랑스 국채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지난 금요일에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는데 주목한다.


‘안도’와 ‘희망’이라는 분위기와 실제 프랑스 국채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는 유로화 강세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유동성 압박에 시달린 프랑스 은행들의 달러화 표시 자산 매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만일 프랑스 은행들이 달러화 표시 자산을 매각했다면, 이는 아마도 유럽계 은행들의 달러 부족 현상을 완화시켰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달 초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은행과 유럽중앙은행간의 달러 스왑 라인을 통한 달러화 공급도 한 몫 했다.


그는 유럽의 주식시장들이 지난 몇 주동안 큰 폭으로 반등한 것도 프랑스의 국채에 대한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부동 자금들이 움직인 것으로 파악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로존 중심부(프랑스)의 위험도가 커질수록 안전자금이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프랑스의 최상위 신용등급(AAA)이 위태로운 것으로 투자가들이 판단하여, 그 자금을 위험성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는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포트폴리오 재편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의 분석을 더 발전시켜 본다면, 지금 보아야할 지표는 이탈리아 국채가 아니라, 프랑스 국채 가격이 될 것이다.



2. 짐 로저스, 채권 딜러의 밥줄을 끊다


핌코의 빌 그로스가 미국 국채를 매도했던 것을 회개하고 국채 매입에 나섰던 것과는 달리, 백만장자 투자가 짐 로저스는 이교도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세상의 나무가 다 없어질 때까지 돈을 찍어낼 것이라며 원자재 매수, 주식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밝힌 터라 달러화 강세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요즘에는 손실을 보았을 법한테도 그는 여전히 능글맞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국채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버블이 있을 때는 물가는 장기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 국채 가격이 결국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버냉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시장을 다시 한번 떠받쳤고, 연준은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도 더 돈이 많다”면서 “그래서 그들은 다시 한번 이자율을 낮췄지만, 그건 버블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로저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70년대 보다 더한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며 국채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채권 딜러들 가슴에 못을 박는 한마디를 남겼다. “내가 채권 딜러라면 다른 직장을 알아볼 거요”.



3. Operation Twist? 엉거주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이른바 작전명 트위스트(Operation Twist; OT)를 시행한지 고작 3주 만에 금융시장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순식간에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고, 신흥시장에서는 급격한 자본유출이 있었으며, 국채 가격은 폭등했다.


지난달 25일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7%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 다음 과정은 좀 아리송하다. 다시 2주일이 못되서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고, 주식시장은 폭등했으며, 국채 가격은 OT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심지어는 OT 직전보다 가격이 더 하락했다. 그래서 미국 금융분석가들 사이에 OT의 효과나 실제 성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연준이) 의도하지 결과’라는 해석도 있고, ‘유동성 공급 효과가 부족’했다는 분석도 있다. 필라델피아 연준의 플로서 총재는 아예 “OT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유로존 부채 위기에 따른 변화까지 겹쳐져 있어서 사실 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효과와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지금으로서는 판독하기 힘들다.


외적인 조건 변화(유로존 부채 위기)에 따른 변화인지, 이 정책 자체가 갖는 효과인지를 판별하기는 아직 시간이 너무 이른 탓도 있다.


현재까지는 이 Twist는 엉거주춤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주 초부터 연준이 경제 목표를 수치화해놓고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들이 다시 나오는 걸 보면 이 어정쩡함이 그다지 길게 갈 것 같지는 않다.



4. 애치슨 라인을 다시 긋다.


말만 많고 정작 제대로 된 논의는 희귀했던 한미 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미국쪽 시각은 찬반 모두 같은 프레임 안에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FTA에 찬성하는 쪽은 한국 시장을 더 이상 다른 국가(중국)에 뺏겨서는 안된다(특히 미국 상공회의소 쪽 견해)는 것이고, 반대하는 쪽은 그만큼 미국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섬유업계)는 것이다.


보수파 한국 전문가인 빅터 차는 “미국의 농업부문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고, 노동계의 반대는 한국 때문이라기 보다는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콜롬비아를 겨냥한 것이다.


전반적인 언론의 시각은 또하나의 NAFTA(지난 90년대 체결된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라는데 맞춰져 있다.


경제적 효용에 대해서는 미국쪽에서는 수많은 보고서들이 나와있지만, 미국 국제경제연구센터가 밝힌 것처럼, 산업 분야는 서로 얽혀 있어서 손익을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쪽이 의회 승인을 밀어붙인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9년 이래 경제 문제는 백악관의 국가안전회의(NSC) 소관이다. 즉 국가 안보 문제인 것이다.


이번 FTA 의회 승인에 반대한 한 민주당 의원은 조약 상의 원산지 규정(35% 이상이면 한국산으로 인정)을 거론하면서, 나머지 부분은 중국산으로 채워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한미FTA가 중국쪽에 일자리를 이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한 바 있다.


즉, 한미 FTA에서 최대 고려사항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는 말이다. NSC의 한 멤버도 표결 직전에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전략 문제”라고 발언했다.


즉 한미 FTA에서 찬성파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였고, 반대파는 ‘중국 견제에 비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외교 전문지인 포린폴리시 10월호에 실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기고는 더욱 흥미롭다.


중언부언 글은 길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의 외교 전략의 핵심은 더 이상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중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태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교 전략의 첫 번째 정책이 한미FTA 승인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은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관할권 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미국권에 포함되어 있다고 중국에 대해서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경제적 관할권을 명확히함으로서 정치적, 군사적 관할권에 대한 재확인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역사에 빗대자면, 미국은 애치슨 라인을 다시 그은 것이다. 이번에는 한반도를 포함해서.


한국에서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라는 관점에서 FTA 문제가 얼마나 논의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에게 중국 시장은 미국보다도 훨씬 절대적이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진출을 둘러싸고 미.중국간의 갈등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이미 한미 FTA 상원 통과와 같은 날 대중국 환율 개혁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미리 말하기 전에,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얼마나 논의를 했을까?


이건 경제 문제가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국가 전략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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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장기판의 졸이 되었음을 자축하는 서커스에 취해 있다가는 당나라 두목의 싯 구절에 걸려 넘어질 지도 모른다.


상녀부지망국한(商女不知亡國恨) 격강유창후정화 (隔江猶唱後庭花). 나라 망하는 줄도 모르고 여전히 흥청망청하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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