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은행들 '붕괴 도미노'에 떤다
재정위기로 실적 악화 불가피..'CDS 급등' 파산 가능성 점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유럽과 미국 은행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냉각되면서 투자은행 부문에서 수익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 등이 실적 둔화에 대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수익 악화는 파산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파산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는 연일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이는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신용 경색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벨기에 은행 덱시아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 자산을 털어내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높아지면서 덱시아의 CDS 금리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은행들의 CDS 금리도 치솟고 있으며 시티그룹 등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재정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이익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요제프 애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도이체방크가 올해 100억유로 세전 이익 목표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애커만은 3·4분기에 투자은행 부문 수익이 예상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애커만은 500명 감원 계획도 발표했다.
지난달 한 상장지수펀드(ETF) 트레이더의 미승인 거래 때문에 23억유로의 손실을 입었던 스위스 은행 UBS도 3분기 수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헤스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CEO도 이익 목표치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치 15%가 하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익감소 경고 탓에 도이체방크가 4% 급락하는 등 4일(현지시간) 유럽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의 후 반 스티니스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은행이 이익 둔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주가 하락폭이 가장 컸던 은행은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벨기에 은행 덱시아다. 덱시아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부실 자산을 털어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주가는 29센트(-22%) 폭락한 1.01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덱시아의 시가총액은 19억6000만유로로 줄었다.
덱시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벨기에와 프랑스가 덱시아 자산에 대한 보증을 약속했음지만 주가 급락을 막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덱시아 탓에 벨기에 정부의 부채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벨기에의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20%포인트 오른 3.83%로 치솟았다. 벨기에의 CDS 금리도 309bp(100bp=1%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다.
FT는 유럽 은행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을 반영한 아이트랙스 CDS 지수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 당시에 볼 수 있었던 수준 이상으로 상승했다고 전하며, 이는 유럽 금융시스템의 붕괴 위험이 최근 몇 년 이래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연초만 해도 200bp에 미달했던 유럽 선순위 채권에 대한 CDS 지수는 300bp를 넘어섰고 후순위 채권에 대한 CDS 지수는 500bp를 넘어섰다. 특히 후순위 채권에 대한 CDS 지수는 8월1일 이후에만 257bp나 뛰었다.
FT는 지난 1개월간 유럽 은행들의 CDS 금리가 크게 뛰었다며 BNP파리바의 CDS는 291bp, 영국 RBS의 CDS는 405bp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미국 은행들의 CDS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특히 덱시아와 마찬가지로 부도설에 시달리고 있는 모건스탠리의 CDS 금리는 4일 605bp까지 뛰었다가 563bp로 하락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불안감이 커지자 시티그룹은 308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시티홀딩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시티그룹은 이미 학자금대출 사업과 온라인뱅킹, 일본 브로커지 사업 등을 매각한 바 있다.
은행들은 대규모 직원 감원도 단행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 확보를 위해 지난달 중순 전체 직원의 약 10%인 3만명의 직원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전체의 5%인 3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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