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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월드컵]악재 겹친 '천보성 호', 파나마에서 자존심 회복할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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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월드컵]악재 겹친 '천보성 호', 파나마에서 자존심 회복할까(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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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포스트시즌에 돌입하는 10월, 또 하나의 재미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한다. 남·북아메리카 사이에 위치한 파나마에서 14일 동안 펼쳐지는 야구월드컵이다.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대회는 우승트로피를 놓고 16개국이 격돌한다. 1982년 서울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은 29년 만에 정상 등극을 노린다. 맞붙는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쿠바,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이탈리아, 독일 등과 함께 B조에 편성돼 풀리그로 예선 1라운드를 치른다. 2라운드 진출 티켓을 얻으려면 조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 뒤에는 라운드 로빈(진출 국가가 한 번씩 대전하는 방식) 경기들이 기다린다. 2라운드 4경기 성적과 예선 3경기(조별로 2라운드에 진출한 팀간의 전적) 결과를 합산해 최종 순위가 매겨진다.
대표팀의 지휘봉은 천보성 한양대 감독에게 맡겨졌다. 그 뒤를 받치는 코치진에는 윤영환 경성대 감독, 차동철 건국대 감독,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 박치왕 상무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탄탄한 지도자들이 대거 합류했지만 앞길은 순조롭지 않다. 지난달 30일 파나마 행 비행기에 오른 선수는 23명.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NC에 우선 지명된 왼손투수 노성호(동국대)가 왼 어깨 근육통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공백은 메워지지 않았다. 10명의 투수만으로 최소 7경기 이상을 소화한다. 선수단은 손발을 맞출 겨를도 적었다. 지난 25일 소집돼 3일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실전 경험은 목동 성균관대전 한 차례에 불과했다.

'천보성 호'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서게 될 오현택(두산, 왼쪽), 박종훈(SK, 가운데), 임진우(삼성)

'천보성 호'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서게 될 오현택(두산, 왼쪽), 박종훈(SK, 가운데), 임진우(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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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불안요소는 선수 구성에 있다. 천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된 프로구단들을 중심으로 선수 차출을 요청했다. 명단에는 윤지웅, 고종욱(이상 넥센), 김재환(두산), 임진우, 임현준(이상 삼성), 박종훈(SK) 등 6명이 합류했다. 이 가운데 LG, 한화, KIA, 롯데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인색한 구단들의 태도에 한 야구관계자는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왜 감독들이 막아서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주축선수를 거론한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구단들이 손사래를 쳤다”며 “보다 넓은 안목으로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천 감독은 결국 8명의 대학생과 각각 6명과 3명의 상무, 경찰청 소속 선수들로 엔트리를 채웠다. 밑그림은 대략 그려졌다. 오현택, 박종훈, 임진우 등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천 감독은 “현지에서 컨디션을 체크해 세 선수 가운데 한 명에게 마무리를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 경기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 중간계투는 투수 조 조장인 윤지웅이 담당한다. 윤명준, 문승원, 나성범 등은 그 뒤를 책임진다. 이들은 컨디션에 따라 선발진에서 활약할 수도 있다. 타선에서는 발 빠른 고종욱이 리드오프를 맡는다. 천 감독이 승부의 관건으로 꼽는 클린업트리오는 김재환, 정현석, 모창민으로 확정됐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9리(392타수 121안타) 5홈런 50타점을 기록한 이지영은 6번에서 이들을 뒷받침한다.
천 감독의 구상은 부실한 여건을 뛰어 넘어설 수 있을까. 출국을 하루 앞둔 29일 그를 만나 대표팀의 전력을 살펴봤다. 또 감독으로서의 고충과 목표에 함께 귀를 기울였다.

다음은 천보성 감독과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대표팀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천보성(이하 천) 현역 감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기 때문 아닐까(웃음). 대한야구협회로부터 프로, 아마추어를 모두 지도한 경험이 있어 선임됐다고 전달받았다. 솔직히 긴장된다. 국제대회에서 지휘봉을 처음 잡아본다.

스투 국제대회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닌데.

2009년 유럽대륙에서 열린 야구월드컵과 지난해 대만에서 펼쳐진 대륙간컵대회에서 코치를 소화했다. 당시 경험을 교훈삼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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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정택 전 상무 감독과 막역지우다. 이번 대회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데.

오늘 저녁에도 식사를 함께 한다. 선수 구성, 상대 전력 파악 등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강문길 대한야구협회 심판이사와 주성노 넥센 이사도 빼놓을 수 없다. 목동구장 사무실에서 함께 선수들을 선발했다.

스투 코치진 발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윤영환 경성대 감독, 차동철 건국대 감독,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 모두 화려한 지도 경험을 자랑한다. 대학선수들에 대한 능력도 꿰고 있고. 박치왕 상무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퓨처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재능을 잘 알고 있다. 든든한 지도자들이 더그아웃에서 부족한 점을 메워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투 겨우 3일을 훈련하고 파나마로 떠나는데.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어 우려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한 시즌을 치렀지만 부상을 호소하는 선수도 없다. 모두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스투 최근 NC로부터 우선 지명된 노성호가 전력에서 이탈했는데.

큰 부상은 아니다. 어깨 근육통인데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제외시키기로 했다. 투수에게 어깨는 생명이다.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 선수라면 마운드에 올리겠지만 그렇지 않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게 된 윤지웅(넥센)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게 된 윤지웅(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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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본인은 대회 출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던데.

코칭스태프와 회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다. 대회 뒤 어깨에 문제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하나. 바로 나다. 노성호는 NC 구단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누구보다 데려가기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투 투수진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선발, 중간, 마무리의 소화가 모두 가능한 선수들로 구성됐다. 매 경기가 결승이나 다름없다. 선발진 구축에 신경을 많이 기울일 것이다. 유력한 후보는 오현택, 박종훈, 임진우 등이다. 현지에서 컨디션을 체크한 뒤 이 가운데 한 명에게 마무리를 맡길 계획이다. 나성범과 최성훈은 히든카드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데다 완투능력까지 갖춰 선전이 기대된다.

스투 가장 기대하는 선수를 꼽는다면.

윤지웅이다. 대표팀의 허리를 맡겼는데 매 경기 임무를 잘 해냈으면 좋겠다. 투수조장까지 맡아 어깨가 무거겠지만 동생들을 잘 이끌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투 타선에 대한 구상도 공개해줄 수 있나.

최근 국제대회의 흐름은 ‘투고타저’다. 점수가 거의 나지 않는다. 결국 클린업트리오가 한 방을 쳐줘야 경기를 잡을 수 있다. 김재환, 정현석, 모창민, 이지영 등은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타자들이다. 현재 특별 타격훈련 등을 통해 타격감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잠시 말을 멈춘 뒤)사실 꼭 데려가고 싶었던 타자가 한 명 있었다.

모창민(SK)과 김재환(두산)은 '천보성 호'에서 각각 3번과 5번 타자를 맡을 예정이다.

모창민(SK)과 김재환(두산)은 '천보성 호'에서 각각 3번과 5번 타자를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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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게 누구인가.

강정호(넥센)다. 최근 젊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실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넥센 구단에 차마 차출을 요청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니 그 점이 많이 아쉽다.

스투 세계 야구의 전력이 평준화되고 있는데.

어느 한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1라운드에서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 등 남미국가들을 만난다. 모두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출신들로 선수들을 구성해 전력을 다해 싸워야만 승산이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실력이 급성장해 자칫 방심했다간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스투 일부 야구관계자들은 대표팀의 성적을 5, 6위 정도로 내다본다.

당연하다. 2009년 대회에서 대표팀은 조 5위(3승 4패)에 그쳐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 수준은 계속 오르는데 한국과 일본만 수준급 선수들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큰 대회에만 치중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고 창피하다. 구단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 나갈 때 최소한의 체면은 서게 해줬으면 한다. 세계 속에 한국의 유망주들이 강하다는 것을 한 번쯤 꼭 증명해보이고 싶다.

스투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야구월드컵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2009년 대회에 출전했던 손승락(넥센), 박현준(LG), 양의지(두산) 등은 모두 팀의 간판으로 거듭났다. 2007년 대회에 나섰던 송신영(LG), 장원준, 황재균, 김주찬(이상 롯데), 유한준(넥센), 최형우(삼성), 손시헌(두산), 나지완(KIA) 등도 마찬가지고. 이들의 성적이 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많은 경험을 쌓고 자부심을 획득한 것이 프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구단들은 이 점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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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1라운드에서 남미 4개국과 격돌한다. 무대는 파나마다. 모두 원정경기나 다름없는데.

이전에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많은 텃세를 겪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등에서의 불리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 공략 하나뿐이다. 여기에 근성을 더해 난국을 극복하겠다.

스투 대표팀의 이번 대회 목표는 무엇인가.

우승이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다는 자세로 나선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상대가 까다롭고 불리한 점이 많지만 경기는 맞붙어봐야 알 수 있다. 선수들과 한 마음으로 뭉쳐 세계 속에 한국야구의 희망을 쏘아 올리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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