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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FA' 임재철 "두산에서 더 뛰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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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FA' 임재철 "두산에서 더 뛰고 싶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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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임재철(두산)에게 올 시즌은 악몽과 같다. 4월 29일 왼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복귀에는 4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재활에 돌입했지만 좀처럼 부상은 회복되지 않았고 수술대에 오르고 5주가 지나서야 1군에 합류할 수 있었다.

아쉬움은 여느 때보다 크다. 이름 앞에는 어느덧 ‘베테랑’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임재철은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올해 군필 대졸자의 자격요건이 단축돼 출장 경기 수에 관계없이 대상이 됐다. 예상치 못한 악재로 불리해진 위치. 바랐던 조건들은 사실상 제안받기 어려워졌다.
고민은 한 가지 더 있다. 두산은 13일 현재 53승2무63패로 6위를 달린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은 물 건너갔다. 임재철은 팀의 추락을 경기장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속은 까맣게 탔다. 조금 더 수술대에 빨리 오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부상은 재활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확한 병명을 뒤늦게 파악했다. 복귀에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다. 임재철의 잘못은 아니다. 그는 부상 뒤 바로 A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수술을 거론하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과 재활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결국 통증은 점점 깊어졌고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부상의 뿌리는 그로부터 2개월 뒤인 7월 발견했다. 임재철은 삼성의료원과 백병원에서 받은 정밀검진에서 발목 부위의 뼈가 돌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웃자란 뼈가 관절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한 것. 그는 바로 수술대에 올라 돌출된 뼈를 깎아냈다. 그리고 지난 1일 확대엔트리 제도 시행에 맞춰 포수 김재환, 내야수 김동한, 외야수 김진형, 투수 양현 등과 함께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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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지만 아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느덧 후반을 달리는 시즌. 1999년 데뷔해 13년 만에 얻는 FA 전망은 암울해졌다. 하지만 임재철은 낙담하지 않는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그라운드에 땀을 쏟는다. 그는 “신인과 같은 마음으로 남은 경기를 소화한다면 좋은 결과가 찾아올 것”이라며 “선발, 대타, 대수비 어떤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긍정의 힘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임재철을 만나 두산에서의 지난날과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다. 또 베테랑의 역할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임재철과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지난 1일 1군으로 돌아왔다.

임재철(이하 임)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쉽지만 괜찮다. 늦게라도 팀에 합류할 수 있어 행복하다.

스투 이전에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적이 있나.

2004년 무릎수술을 받았을 때. 3개월을 쉬어야 했다. 물론 이번보다는 짧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수술 뒤 5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스투 전력에서 빠진 사이 팀이 6등을 달리는데.

부상을 당했을 때 후배들한테 말했다. “4등만 하고 있어”라고.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스투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꽤 답답했을 것 같은데.

경기장에 갈 수 없는 것이 가장 그러했다. 경기를 뛰지 않아도 할 일이 많은 위치에 있다. 후배들을 격려해주고 분위기를 끌어올려줘야 하는데 벤치에도 앉아있을 수 없다는 현실이 무척 괴로웠다.

스투 복귀를 준비하며 따로 선수들을 응원한 적은 없나.

(김)현수한테 전화를 걸어 말했다. “안타 1개만 때릴 생각으로 타석에 서”라고. 부담만 버리면 무서운 타격을 뽐내는 후배다. 그렇게 방망이가 살아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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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경기 전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풍경을 많이 봤다. 경기 도중에는 어떻게 힘을 불어넣나.

장원진 코치처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유형은 아니다. 주구장창 파이팅을 전하고 싶지만 체력 소모 탓에 그럴 수 없다. 찬스를 앞둔 타자만 골라서 응원한다. 그 형태는 얌전하다. 조용히 기만 전달한다(웃음).

스투 두산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사실 궁합은 별로였다.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2년을 뛰지 못했다. 복귀 뒤 1년간 주전을 맡았지만 이듬해부터 후보로 밀려났다. 가장 힘들었던 건 올해다.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려먹었다. 군 입대 때보다 더 괴로웠던 것 같다.

스투 재활을 하며 더 그러했을 것 같다.

발목에 테이핑을 감고 보조기를 사용했는데 ‘더 이상 뛰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체를 다쳤으면 우려는 덜 했을 것이다. 몸을 지탱하는 발목에 이상이 생겨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았다. 특히 다리근육이 줄어들어 괴로웠다. 단단했던 종아리가 노인들의 다리처럼 얇아지는데 더 이상 뛸 수 없을 것 같았다.

스투 아내가 뒷바라지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남편이 걷지 못하니까 평소의 두 배를 움직였다. 대신 가져온 물을 마시면서도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나 때문에 기력이 많이 상해 한약을 선물해 줄 계획이다.

스투 아내도 일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대전시립무용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주말부부로 살았다. 아내는 올해 남편 뒷바라지에 전념하겠다며 일을 그만뒀다. 그런데 첫 해부터 예상하지 못한 고통을 줬다. 너무 미안하다. 체력이 바닥난 모습을 보면 더 그런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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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복귀에 4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나.

길어야 두 달이라고 내다봤다. 은퇴까지 고려했다 복귀해서인지 화는 나지 않는다. 그라운드를 밟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나모 모르게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스투 그라운드 복귀를 더 앞당길 수도 있었다. 부상의 뿌리를 다소 늦게 발견했는데.

그 점이 너무 안타깝다. 재활로 몸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통증이 생겼다. 다른 병원을 찾은 건 그 때문이다. 삼성의료원과 백병원을 갔는데 모두 수술을 권유했다. 러닝만 하면 낫는다던 이전 병원의 진단과 달라 깜짝 놀랐다.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왜 돌출한 뼈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답답하다.

스투 바로 수술대에 올랐나.

(고개를 끄덕이며)그래야만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수술도 아니었고. 발목 앞에 위치한 뼈가 돌출돼 옆으로 틀 때 통증을 일으켰는데 의사가 “조금만 깎으면 5주 뒤 TV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해 이내 동의서에 사인했다.

스투 수술을 받은 뒤 기분이 어땠나.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깎아낸 뼈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사골이면 국물을 우려낼 수 있을 정도였다(웃음).

스투 후유증은 없나.

왼 발목을 쓰지 못한 동안 오른 발목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몸의 균형이 조금 흐트러졌다.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한동안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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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올 시즌 뒤 FA 자격을 획득한다. 시즌 전 각오가 남달랐을 것 텐데.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싶었다. 갑작스런 악재로 계획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시즌 뒤 차근차근 동계훈련을 준비해 부진을 만회하겠다.

스투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재기하게 될 지 궁금하다.

김광수 감독대행이 1군으로 불러들이며 말하더라. “하려는 의지가 있어 승격시켰다”고. 그 마음가짐만 변하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FA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스투 두산의 부진 이유로 공백이 자주 손꼽히는데.

얼마 전 (정)재훈가 그러더라. 팀이 추락한 원인의 60%가 내 공백이라고.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겠지만 생각해보면 아예 영향이 없는 것 같지도 않다. 최근 팀 분위기가 변했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모 구단처럼 변한 게 아니냐는 팬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위계질서가 강한 팀이다. 그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해왔다. 그라운드로 복귀한 이상 솔선수범해 후배들이 이전 정신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스투 후보로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에 불만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웃음). 솔직히 김경문 전 두산 감독에게 조금 서운하다. 좋은 선수가 되도록 인도해 준 스승이지만 경기 출전에서만큼은 섭섭함을 감출 수 없다. 지난해 2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을 때가 그러했다. 그 뒤 2경기에서 부진했는데 바로 주전에서 빼시더라. (이)성열이를 더 마음에 두신 것 같았다.

스투 사실 지난해 벤치에서도 자주 기용되지 못했다.

벤치에 대타요원이 세 명 있으면 거의 마지막에 출격했다. 그 점이 많이 서운했다. 연봉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즌 성적이다. 답답한 나머지 시즌 뒤 가진 회식에도 불참했다. 김경문 감독은 나의 불만을 잘 알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따로 불러 “올해 네가 마음고생 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가을야구에서 그간 보이지 못한 기량을 맘껏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기대에 부응하려고 정말 열심히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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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조금만 젊었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2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했다. 솔직히 정수빈, 이성열 등과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단거리를 왕복으로 15번 달리는 훈련에서 늘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다. 나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

스투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했나.

더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술은 입에 댄 적도 없다. 4개월 동안 카레만 먹었다.

스투 카레를 먹은 이유가 궁금하다.

카레에는 몸에 좋은 닭 가슴살, 감자, 양파 등이 모두 들어있다. 시애틀에서 뛰는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가 카레를 먹고 경기에 나서는 동영상을 접한 뒤로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원정경기 때마다 챙겨먹었다. 아내에게 참 미안하다. 애꿎은 남편 탓에 함께 카레만 먹는 곤욕을 치렀다(웃음).

스투 포스트시즌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는데.

그렇게 준비를 계속 한 것이 빛을 발휘한 것 같다. 수비를 하러 외야로 달려가는데 팬들이 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응원해줘서 무척 기뻤다.

스투 부상으로 낙마한 지난해보다 올해 안타까움이 더 클 것 같다.

당연하다. 벤치에도 있지 못했으니까. FA를 앞둬서 더 그런 것 같다. 부푼 기대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보내게 돼서 우울하다. 사실 악재는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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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전성기를 보내야 할 32살에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52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2년을 보냈다. 믿기 힘들겠지만 장교, 부사관을 제외하고 육·해·공군·해병대 합쳐 최고령 병사였다. 부대에는 비슷한 처지의 병사가 한 명 더 있었다. 1년 뒤 다른 부서에 신입으로 넘어온 가수 박재상(싸이)이다(웃음).

스투 적지 않은 나이로 부대에서 추억이 많았을 것 같다.

만 31살이면 신체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공익근무요원이 된다. 그 나이에 20일을 남겨놓고 입대됐다. 억울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웃음). 부대 중대장이 나와 동갑이었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물론 지금은 친구 사이다.

스투 군 복무를 하며 그라운드가 무척 그리웠을 텐데.

당연하다. 생각해보면 에너지를 쏟으려고 할 때마다 일이 터졌다. 이제는 한 곳에서 마음을 다잡고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다. 솔직히 FA를 신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분위기만 나쁘지 않다면 두산에서 계속 뛸 생각이다.

스투 1999년 프로에 데뷔를 하며 입은 유니폼은 롯데였다. 적잖게 애정이 있을 것 같은데.

당연하다. 지금도 마음 한구석으로 롯데를 응원한다.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입단 당시 김응국 선배와 한 방을 썼다. 선배가 선수연금보험금을 내는 걸 보며 ‘나도 프로에서 10년을 버티고 목돈을 만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군 입대 뒤 계산을 해보니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더라. 올해 13년차다. 골든글러브를 제외하면 한국시리즈 우승(2002년) 등 이룰 건 거의 다 이뤘다. 남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

스투 골든글러브가 최종 꿈인가.

그렇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웃음). 남들이 끝났다고 여길 때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쌓은 노하우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꼭 증명해보이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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