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민진 기자]내달부터 공공기관 대졸 입사 1∼3년차 직원들의 임금이 순차적으로 인상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2009년부터 실시된 공공기관 대졸 초임삭감정책은 3년만에 실패한 정책으로 끝나게 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자 초임삭감분과 기존 임직원의 반납분을 재원으로 청년인턴 채용과 일부 정규직전환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대한만큼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임금박탈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공심(公心,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부에 대한 여론)만 잃고, 당초의 정책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양질 일자리 왜 못만들어졌나=2009년 2월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공기관초임을 낮춰 일자리를 나누자는 잡쉐어링을 지시했다. 2008년 기준 116개 공공기관 대졸 초임은 평균 2936만원(성과급 제외)로 민간기업 평균보수(2441만원)의 1.2배 수준이었다.


이 조치로 297개 공공기관 중 대졸초임이 2000만∼4000만원이 2000만∼3000만원으로 내려갔고 평균 초임도 2900만원에서 평균 16% 인하된 2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는 부장, 차장 등 간부직 승진 전까지는 하향 조정된 보수체계를 적용키로 했다. 1년평균 500만원의 임금삭감손해를 10년 감수하면 손해금액은 5000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정책이 탄력성 없이 적용되면서 그간 부작용도 속출했다. 10여명의 신입사원이 집단으로 회사에 저임금을 항의하는 공기업이 발생하는가 하면, 입사 6개월만에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는 신입직이 늘어났다.


정부 방침을 따른 금융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9∼2010년 2년간 은행권 신입직원 4231명의 초임이 줄었다. 농협,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의 신입직원들은 임금 20%이상 깎이는 아픔을 맛봤다.


초임삭감의 위헌논란도 제기됐다.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의 김형동 변호사는"초임자가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제공했음에도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차별적 처우 금지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형식상 초임삭감에 관한 취업규칙을 인정하더라도 노조법 위반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에 따르면 이 정책이 실시된 2009∼2010년 2년간 추가로 창출된 일자리는 6904개였으나, 6개월 단기인턴이 대부분이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903명, 채용인원의 3.56%에 불과했다.


◆정부 보전책에도 반대여론 거세=정부의 개선안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예산집행지침을 바꿔 기존직원의 임금 인상은 낮게하되 2009년 이후 입사한 신입직원의 임금인상은 높게 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2009년 이후 입사한 직원은 현재 전체의 10% 수준으로 이들의 임금을 7~8% 인상하고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률을 0.5%포인트 낮춘 3.6% 정도만 인상할 예정이다. 이렇게되면 올해 4.1%인 공공기관 임금인상 지침을 맞추게 된다.


2009년부터 초임이 평균 15% 줄었지만 입사 이후 2~5년 동안은 임금인상률에 추가로 3%포인트 이상 올리면서 늦어도 입사 6년차부터는 기존 직원과의 격차가 해소된다. 정부는 그러나 추가로 재정을 지원하지 않고 해당 기관의 총인건비 범위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직원의 임금을 줄여 초임이 줄어든 신입직원의 임금을 보전하라는 의미다.


정부안에 대해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이례적으로 "기존 직원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수십만명의 갈등과 반목, 반발의 댓가로 얻어진 비용절감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대했다.

AD

공공기관, 금융기관 노동자단체들도 정부안에 대해 "신입직원들은 2~5년간 삭감된 초임을 감수해야 하고, 기존 직원들은 낮은 임금인상률을 감수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한나라당 김성태 의원은 "'하후상박(下厚上薄)'식 방안은 '아랫돌 빼어 윗돌 고이는'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으로 정부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초임삭감에 대한 적절한 조치 없이, 대상만 바꿔 지속적이고 불합리한 차별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민진 기자 asiakm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