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53.73포인트(2.90%) 하락한 1800.55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3.70%까지 급락하면서 1785선까지 내려서기도 했던 코스피는 연기금과 개인 투자자의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1800선 턱걸이에는 성공했다. 외국인이 3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한국 시장을 빠져나갔고 투신과 증권, 보험 등 주요 기관 투자자도 일제히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3대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의 장단기채 신용등급을, S&P가 이탈리아 7개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 역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이에 달러 수요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갔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30.6원(2.66%) 급등한 1179.8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이 1170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만이다.
간밤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이틀 연속 큰 폭 하락 마감했다. 미국 3대 지수가 일제히 3% 이상 떨어졌고 영국 증시가 4.66%, 프랑스 증시가 5.25%, 독일 증시가 4.96% 폭락 했다. 유럽 은행에서 서둘러 돈을 빼가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뱅크런' 우려가 높아졌고 은행들이 파산을 면하기 위해 중동 자금을 구하러 나섰다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 전반에서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빈도가 높아진다면 사안이 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며 "해당 지역 금융 시스템 자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용등급이 낮아진 금융기관들의 CDS프리미엄은 계속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조달 금리가 높아진다"며 "저금리인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 신흥국에 투자했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가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계속 주시해야 할 변수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문제는 환율의 방향이 아니라 '기울기'인데 지금과 같은 속도로 큰 폭 오른다면 시장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리스크 요인이 커졌다고 인식하고, 그렇게 되면 자금이 유출된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환율 안정이 나타나야 주식시장에도 안정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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