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기업엔 단전 통보했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삼성SDI 중앙연구소는 지난 15일 정전 대란이 발생하기 전 한전으로부터 "잠시 뒤 단전을 실시한 예정이니 대비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연구소는 플라스마디스플레이(PDP), 2차전지 등의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실험실이 있는 곳이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만도 역시 정전 전에 한전의 단전 통보를 전해 들었다. 만도 관계자는 "정전 전 한전에게 연락이 왔었다"며 "서스펜션을 생산하는 익산 공장 일부에 생산 차질이 발생했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전북 군산에 위치한 한솔제지의 납품 업체인 오미야코리아, 익산의 일진소재 및 벽산, 경상북도 경주의 풍산금속과 고려제강 등 여러 기업이 한전의 사전 연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와 한전의 이 같은 연락 체계는 유례 없는 정전사태로 정부와 한전 사이의 보고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밝혀진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현재 청와대는 물론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까지 이번 정전은 '선조치 후보고'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비상 대비 체계가 산업계만도 못하다는 이야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가 주요 시설이기 때문에 이번 단전에서 제외된 것이지만 만약 단전에 포함됐다면 당연히 사전 통보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정부 보고의 경우 전력거래소에서 담당하는 일이며, 개별 고객과의 사전 연락은 정전 시 업무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정전 시 고객에게 사전 연락하도록 돼 있지만 약관상 이번과 같은 돌발 상황은 예외라는 규정도 있다"며 "하지만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사전 파악된 주요 고객 순위별로 사업소 차원에서 최대한 연락을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성 기자 j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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