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온천법… 전국 난개발 키웠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 10년간 전국 온천개발면적이 여의도 면적(290만㎡)의 14배나 증가했다. 같은기간 온천지구수도 2배 가까이 늘어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개발된 대부분의 온천은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뜨거운 맹물’로 전락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0년 12월말 기준 전국에는 총 443개소의 온천지구가 지정됐다. 249개소에 불과하던 2001년과 비교해 10년새 200여개가 늘었다. 매년 18개 이상의 온천이 개발된 셈이다. 이중 3만㎡이하 소규모로 개발되는 보호구역지정은 같은기간 22개소에서 154개로 7배나 증가했다. 3만㎡이상 보호지구지정 역시 109개에서 143개로 30여개가 추가됐다. 특히 지정면적은 2001년 1억5364만여㎡에서 2010년 1억9447만여㎡로 여의도(290만㎡)의 14배가 넘는 크기가 늘었다.

‘뜨거운 맹물’ 온천, 10년새 여의도 14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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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온천법, 난개발 원인

귀하다는 온천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원인은 현행 온천법에서 찾을 수 있다. 온천을 ‘지하로부터 솟아나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로 규정하고 있어 난립하는 온천개발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지하수를 온천수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온천업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개발방식 역시 허술하다. 면적에 따라 온천원보호지구와 온천공보호구역으로 나눠 온천이 지정되는데 반해 개발면적을 확대하는 계획을 통제할 근거는 미약하다. 특히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눈에 띈다. 원칙적으로 온천 개발주체는 시장·군수다. 하지만 온천발견신고를 수리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시장·군수가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않는 경우, 개발업자는 시·도지사 등 우회를 통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사업승인이 쉬운 반면 온천원보호지구 해제가 까다로운 것도 난개발을 키웠다. 시장·군수는 온천전문검사기관의 검사를 통해 온천공보호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체계상에는 검사 비용을 관할 시·군이 부담해야해 취소가 쉽지 않다.


이렇다보니 개발업자와 주민간의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곳도 늘고 있다. 속리산 문장대온천의 경우 온천관광지를 개발하려는 상주시 지주조합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간의 싸움이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광주무등산온천지구 역시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일부 사업장이 방치됐다.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소답온천지구는 난개발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지역이다. 온천지구로 지정된 36필지 가운데 불과 3필지에만 온천시설이 들어섰다. 나머지 15필지는 업무시설, 단독주택 등이 들어선 상태로 이외 16필지는 나대지로 방치됐다. 업무시설 난립으로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온천=일반 지하수?


갈수록 깊어지는 ‘온천공(온천물이 솟아 나오는 구멍)’의 위치는 온천 지정요건을 무색하게 했다.


유성온천, 부곡온천, 온양온천 등과 같이 유명한 온천의 온천공 깊이가 지하 70~450m선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기준 전국 1208개 온천공 가운데 70%(851)가 지하 500m이상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1000m 넘는 곳에 있는 것도 6%(70)에 육박한다. 지하 100m씩 내려갈때마다 지하수의 온도가 평균 2도씩 상승한다는 ‘지하증온율’과 지하굴착장비의 발달을 감안하면 어디에서나 온천개발이 가능해진 셈이다.


인체 온도인 38.5도에 못미치는 온천공도 80%에 달한다. 특히 30도에도 이르지 못하는 곳은 715개로 절반이 넘는 59%를 차지하고 있다. 지하로부터 솟아나는 섭씨 25도 이상의 온수를 온천으로 인정하는 온천법이 일단 땅부터 파고 보는 난개발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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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방지하고자 행안부는 지난 2월 온천개발일몰제를 도입했다. 온천 발견 신고 이후 3년이내에 지구로 지정되지 않거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1년내, 개발계획 승인후 2년내 추진이 미뤄지면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이미 조성이 끝난 사업장은 예외다. 별다른 사고가 없으면 ‘온천 지위’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초 개발기간이 4년에서 6개월 가량으로 줄어드는 증 개발절차는 간소화됐지만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자체별로 미개발 온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침이나 온천 지정기준에 대한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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